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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THU

WELCOME TO MY WORLD

마르코의 지금 이 순간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처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온 마르코 드 빈센조를 청담 분더샵에서 만났다

<엘르> 카메라 앞에 선 마르코 드 빈센조.


마르코 드 빈센조의 2017~2018 F/W 컬렉션.


섬세한 디테일과 위트 있는 프린트가 돋보인 2018 S/S 컬렉션.



청담 분더샵에서 선보인 마르코 드 빈센조의 컬렉션.


서울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처음에도 그랬지만, 이번 방문 역시 시간이 촉박해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은 늘 새롭다. 건물은 물론 유행과 스타일이 빠르게 변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패셔너블하게 사는 도시는 흔치 않다.

오랜 시간 펜디에서 경력을 쌓은 후 독자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그 과정과 계기가 궁금하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하우스의 경험은 디자이너로서 무척 특별하고 소중하다. 지금도 펜디와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니 내 이름을 건 독자 브랜드를 선보이고 싶어 ‘마르코 드 빈센조’를 론칭하게 됐다. 전통과 럭셔리를 추구하는 펜디와 달리 내 이름을 건 브랜드는 늘 젊고 새로워야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 과정이 엄청난 엔도르핀을 선사한다.

2009년에 마르코 드 빈센조를 론칭한 후 8년의 시간이 지났다. 많은 생각이 들 텐데 패기 넘치게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3~4년간은 재정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운 좋게 LVMH의 지원을 받게 됐고, 지금은 대부분의 일을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순간이 모두 소중하다.

브랜드를 전개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전에 없던 새롭고 참신한 디자인. 생경한 실루엣 혹은 다채로운 컬러와 패브릭의 독특한 조합을 늘 염두에 둔다.

그렇다면 가장 지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예술적이고 아름답지만, 입을 수 없는 옷을 만드는 것.

매번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구상하나 그렇다. 많은 디자이너가 이전 시즌의 테마를 이어가지만, 나는 언제나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선보이고 싶다. ‘그때 그때’ 본능에 충실한 다양한 스토리와 새로운 시도가 혼재한 컬렉션으로.

디자이너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그 많은 옷을 직접 운반했던 일.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파리를 누비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번 시즌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처음으로 개인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인데, 고향인 시칠리아가 시작점이다. 일견 전통적이고 보수적이지만 알면 알수록 새롭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 시칠리아다. 그곳에서 남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여성을 상상했다. 이를테면 밤마다 번화가로 나가 현대적인 클럽과 디스코텍을 즐기는 여성. 이처럼 전통과 현대, 시골과 도시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의 흥미로운 조합을 상상했다.

쇼가 끝나면 주로 무얼 하나 시칠리아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휴식을 즐긴다. 그들은 패션의 ‘패’ 자도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다. 그런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내게 훌륭한 리프레시가 된다.

옷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지만, 풍선껌처럼 부드러운 핑크 니트를 아주 좋아한다. 물론 마르코 드 빈센조 제품이다(웃음).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나 늘 독창적이고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면서도 특유의 캐릭터와 정체성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10년 뒤에 입어도 여전히 근사하고 생명력 넘치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르코 드 빈센조를 세 단어로 표현하면 창조, 용기, 헌신.


CREDIT

사진 장엽
에디터 김미강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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