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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SUN

A DESIGNER

국내 주얼리 디자이너 4인방

오랫동안 브랜드를 지키며 디자인을 발전시켜 온 국내 주얼리 4인을 만났다


MINETANI

KIM SU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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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머니가 1996년 ‘미 네’라는 이름으로 운영한 주얼리 부티크가 미네타니의 시 작이다. 1990년대는 한국에 주얼리 시장이 전무하던 시절 이다. 티파니, 까르띠에가 없던 때라면 설명이 쉬울까? 당 시 어머니는 손님이 원하는 주얼리를 디자인해 만들어주는 오더 메이드 컨셉트로 주얼리 살롱을 운영했다. 그렇게 운 영하던 브랜드가 2006년 신세계백화점에 정식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미네타니’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업할 때 가장 즐겨 쓰는 재료는 시그너처 재료라 할 만큼 진주를 좋아한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진주는 ‘데일리 주얼리’로는 생소한 재료였다. 젊은 사람들은 진주 목 걸이나 귀고리를 올드하다고 느꼈으며, 매일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 인식을 바꾸는 데 미네타니의 모던한 진주 컬렉션이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진주나 다이아몬드처럼 우아하고 여성스러 운 소재를 모던한 실루엣으로 표현해 내는 것을 좋아한다. 


10년 넘게 브랜드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처음과 달리 변한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주얼리를 ‘예물’로 여겼는데, 지금은 주얼리를 패션 카테고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 신을 위해 주얼리를 착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대중적 브랜드보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 다. 미네타니는 예전처럼 오더 메이드 컨셉트를 고집하지 않지만, 그 정신만은 계속 이어가며 원석이 주인공인 디자 인을 선보이고 있다. 특이하고 귀한 원석을 찾아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완성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조 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디자이너 주얼 리 브랜드의 강점이자 흥미로운 점이다. 


해 보고 싶은 작업이나 목표가 있다면 주얼리 란 원석을 깎고 다듬어 ‘보석’으로 탄생시 키는 일인데, 가구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 다. 메탈이나 스톤 등을 깎고 다듬어 테이블이나 의자, 거 울 등의 가구 컬렉션을 만들어보고 싶다.




FEVERISH

LEE IL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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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12년에 시작했고, 3년 전부터 친동생과 브랜드를 꾸려가고 있다. 동생은 내 디자인을 존중하고 좋아하지만,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머셜한 감각이 뛰어나다. 그래서 내 주얼리를 잘 팔리게 만 드는 역할을 한다. 동생의 조언을 얻은 후로 판매 실적도 좋아졌고, 브랜드 운영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피버리쉬의 시그너처는 처음 선보인 컬렉션은 ‘악어’ 모티프의 주얼리였 는데, 남다른 시선으로 디자인 요소를 찾는 습관이 첫 컬 렉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악어와 천사, 고양이 등 주얼리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 모티프의 컬렉션은 늘 반응이 좋았으며, 그렇게 각인된 피버리쉬만의 독특한 아 이덴티티가 현재까지 잘 이어지고 있다. 


주얼리를 만들며 가장 즐거운 점은 흔히 주얼리는 한정된 공간에 함축적인 디 자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주얼리로 표현할 수 있는 재료와 소 재는 의외로 무궁무진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디자인이 나온다. 꼭 금속이나 보석이 아니 라 패브릭이나 가죽을 사용할 수도 있고, 주얼리라고 해서 꼭 귀고리나 반지라는 아이템에 한정 지을 일도 아니다. 헤 드피스, 보디피스 등 주얼리라는 카테고리에 제약이 없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다양한 기법과 테크닉, 소재를 찾고 그것을 연구해 ‘3D’로 착용 가능하도록 구현해 내는 것. 그 것이 주얼리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조만간 우리나라 전통공예 장인과 협업 을 선보일 예정이다. 말총이라는 소재와 그것을 엮는 기법 을 통해 각자의 컬렉션을 완성하는 일인데 모자와 가방, 신 발, 주얼리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마침 지난해부터 우리나 라 전통 모티프에 관심을 가지고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던 차에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라 더욱 의미가 깊다. 앞으로도 한국적인 기법과 문양을 모던하게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외국인은 가끔 피버리쉬의 색감이나 기법을 보고 ‘동 양적’이라고 코멘트하는데, 그런 감각을 잘 녹여내고 싶다.




SUEL

LEE SU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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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2001년 뉴욕 FIT에서 주 얼리 스튜디오와 주얼리 디자인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그즈음 비즈 주얼리가 유행했는데,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직접 비즈 주얼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차 츰 내가 만든 주얼리에 대한 구입 문의가 많아졌고, 이것이 편집 매장 판매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파인 주 얼리 브랜드로 발전했고, 2005년 서울에서 ‘수엘’이라는 이 름으로 정식 론칭했다. 


수엘을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무엇인가 주얼리 중 반지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내 컬렉션에는 반지 아이템이 많은 편이다. 유행은 돌고 돈 다는 말이 있듯이, 재미있게도 10년 전 브랜드 초창기에 디 자인한 대표 아이템이 다시 유행하며 최근에는 주목을 받 고 있다. 여러 모양의 반지를 겹쳐 끼는 ‘스태커블 링 (Stackable Rings; 레이어드 링)’이다. 


디자인에 영감을 주 는 대상이 있다면 역시 여행이다. 루틴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면 오감이 예민해질 뿐 아니라 아름다운 색상 과 빛, 다양한 형태를 지닌 원석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여 러 가지 색상과 크기의 원석을 믹스매치하면서 영감을 얻기 도 한다. 


작업할 때 가장 즐겨 쓰는 재료는 오팔. 일일이 표 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색상과 빛을 머금고 있는 재료 다. 원석은 그 자체가 똑같을 수 없고 오로지 하나만 존재 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모양과 컬러를 지니고 있는데, 이 또 한 오팔의 커다란 매력이다. 


협업해 보고 싶은 대상이나 아 이디어가 있다면 최근 ‘수엘앤리또’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협업을 진행하며, 패브릭을 재료로 사용해 작업하는 재미를 알았다. 지금까지는 파인 주얼리를 메인으로 한 고 가의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그 덕에 파인 주얼리에 국한하 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대중적인 작업을 시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니클로와 협업을 진행하면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H.R

PARK HYE 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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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2004년에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젬스톤 모으는 것이 취미였는데, 여기저기에서 사 모은 젬스톤이 컬렉션처럼 많아지다 보니 이것들을 활용하 고 싶어졌다. 그래서 체인에 젬스톤을 장식해 주변 사람에 게 선물했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이것을 만들어 팔아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그것이 H.R의 시작이다. 브랜드를 내기까지 오랜 기간 준비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H.R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H.R의 시그너처는 남성적이 고 터프한 체인에 여성적인 디테일과 화려한 젬스톤을 더하 는 게 내 디자인의 핵심이다. H.R 주얼리가 워낙 강렬해 보 여 남자 주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자가 하기에는 조금 야한 주얼리라고 할까? H.R의 팔찌나 반지는 여자의 피부 위에 자리할 때 훨씬 패셔너블하고 ‘쿨‘해 보인다. 


10년 넘게 브랜드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처음과 달리 변한 것이 있다면 주얼리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시간이 지 날수록 디자인적인 부분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완성도 있 는 주얼리를 만들고 브랜드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요즘도 여전히 H.R을 처음 시작할 때와 마찬 가지로 큰 고민 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곤 한다. 최 근 주얼리가 그려진 접시가 있으면 멋질 것 같아 그림 그리 는 친구에게 H.R 주얼리가 그려진 테이블웨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식사를 하는 캐주얼한 자리에서 떠오른 아이디 어였는데,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반영한 프로젝트를 진행 한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 곧 판매할 예정이다.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목표가 있다면 얼마 전 우연히 빈티지 촛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옛날 촛대를 보면 손가락을 끼 우는 고리가 있는데, 그 고리 부분을 반지로 바꾸거나 촛대 부분에 젬스톤을 장식하는 방식으로 H.R만의 터치를 더해 빈티지 촛대를 모티프로 한 오브제를 만들고 싶다. 또 H.R 의 대표 아이콘인 해골 모티프에 화려한 주얼리를 장식한 작품도 완성하고 싶다. 언젠가 이런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 는 것이 내 꿈이다.



포인트 액세서리로 매치하기 좋은 볼드한 십자가 목걸이.




레이어드하거나 각각 따로 스타일링해도 빛을 발하는 수엘의 반지.

CREDIT

컨트리뷰팅에디터 오주연
사진 김재민
디자인 구예솔

자세한 내용은
악세서리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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