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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TUE

NEW KID

뉴욕 루키

요란스러운 등장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고집으로 탄생한 브랜드 수닐(Soonil). 뉴욕에서 활동중인 디자이너 권순일과 만나 그의 첫 번째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 했다

디자이너 권순일.

 

‘수닐(Soonil)’을 소개해 달라 뉴욕 베이스의 디자이너 권순일과 공동 창업자 헤이든(Hayden)이 만든 여성복 브랜드다. ‘여자들이 매일 입는 편한 옷’보단 옷장에 넣어만 놔도 기분 좋아지는 옷을 만들고 있다. 

 

뉴욕 베이스인데 브랜드 명을 순박한 ‘수닐’로 정했다 사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멋들어진 영문 이름을 짓는 것보다 내 이름 권순일을 ‘어떻게 하면 외국인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뉴요커들이 수닐이 어느 나라 이름인지 잘 모르더라. 독특하고 신선하다며 관심을 보였다.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쉽게 발음할 수 있어 사실 대학시절부터 모든 책과 노트에 ‘Soonil’이라고 적었는데, 자연스럽게 그것이 브랜드 명이 되었다. 

 

2017 F/W 컬렉션이 몇 번째 컬렉션인가 2016년 여름 혼자 시험 삼아 첫 컬렉션을 전개한 후 계속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회가 새롭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뉴욕 트레이드 쇼에 선보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에서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수닐의 방향과는 맞지 않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이제야 본격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게 되었다. 

 

모델 박지혜가 졸업 작품을 입은 모습이 스트리트 사진에 찍히며 굉장히 주목받았다 박지혜는 브랜드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친구다. 2015년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내 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유명 패션지 홈페이지의 대문을 장식했다!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후 지혜만을 위한 의상 두세 벌을 만들어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줄곧 수닐의 옷을 입혔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거의 모든 패션지와 스트리트 사진가 사이트에 메인으로 소개되며 덩달아 수닐도 함께 주목받았다. 지혜는 나와 수닐을 세상에 알려준 의미 있는 친구다. 

 

수닐의 옷은 요즘 젊은 디자이너의 옷 같지 않고 여성스럽고 섬세하다. 디테일도 꽤 많다 아무래도 내 집요한 성격이 드러난 것 같다. 모든 것이 생각한 대로 딱딱 맞아야 직성이 풀린다. 개인적인 취향인데 ‘쿨’ 한 느낌보다 클래식한 테두리 안에서 내 색을 보여주고 싶다. 

 

절개와 곡선 디테일이 독특하다 그림은 정말 못 그린다. 그런데 디자인할 때는 그림 그리듯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패턴을 여러 가지 방향으로 실험(?)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색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빈티지 피아트 자동차와 재클린 케네디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연히 빈티지 피아트의 사진을 보았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또 여성의 몸은 곡선이 많지 않은가? 그 곡선과 피아트의 곡선을 조합해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번 컬렉션은 소재와 디테일,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재 개발에 가장 포커스를 맞췄다. 캐시미어 실크, 패브릭처럼 부드럽고 얇은 가죽, 어디서도 보지 못한 비딩 작업, 패치워크 등 아무나, 쉽게 찾을 수 없는 소재를 개발해 수닐만의 색을 완성했다. 

 

부드러운 컬러 팔레트가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핑크가 독보적인데 의도한 것은 아닌데 핑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핑크 톤을 가장 편하게 생각한다. 핑크는 어떤 것을 만들어도 아름답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내 마음에 쏙 들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시로 마음이 바뀐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 내 직관을 믿고 작업한다. 

 

수닐의 여성상은 자기 세계가 확실한 자신감 넘치는 여자. 스타일로 말하자면 화려하게 치장하기보단 진짜 어울리는 한 피스만 걸쳐 스타일을 완성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 섬세하고 다양한 디테일을 더한다. 단 한 피스만으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셀럽 중 누구에게 가장 먼저 입히고 싶나 특별히 없다. 

 

팝스타 마돈나가 이번 컬렉션을 극찬했다고 들었다 맨해튼에 있는 워터폴 맨션 & 갤러리에서 미팅하기 위해 컬렉션을 전시했다. 그때 마침 마돈나와 그녀의 딸 루데스가 작품을 관람하러 갤러리에 왔다가 내 컬렉션에 관심을 갖고 리뷰를 했다. 사실 너무 긴장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핑크색 트렌치코트를 가장 좋아했다.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영상 작업! 비디오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내 컬렉션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 

 

수닐은 어디서 만날 수 있나 한국은 분더샵 청담점에서만! 큐레이팅이 굉장히 잘된 멋진 스토어라고 생각한다. 피터 마리노의 근사한 건물에서 내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다니 기분이 묘하다. 뉴욕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백화점과 편집 매장 등 현재 비밀리에 진행 중이다. 계약상 아직 오픈하면 안 된다. 하하. 

 

10년 뒤 여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아직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욕심을 내자면…. 하우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팀을 이끌고 싶다. 또 다른 내 역량을 펼치고 싶다.

CREDIT

사진 DAMIEN KIM
에디터 방호광
디자인 박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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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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