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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TUE

OH, MY MUSE!

시대적 뮤즈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고, 사랑 이상의 감성을 느끼게 하며 때로는 슬픔을 안겨준 그녀들. 전설적 뮤즈들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

1982

Hubert De Givenchy & Audrey Hepburn

오랜 친구 사이였던 위베르 드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이 파리의 거리를 걷고 있다. “위베르가 만든 옷을 입었을 때 나 자신답다고 느껴요.” 오드리 헵번이 ‘지방시빠’가 된 사연은? 둘의 만남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사브리나>를 준비하던 오드리는 제작자에게 “진짜 파리지엔의 옷을 입고 싶어요”라며 파리에서 부상하고 있는 쿠튀리에 지방시를 직접 찾아간다. 당시 자신의 두 번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던 신인 디자이너 지방시는 요정 같은 오드리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이후 오드리의 필모그래피는 모두 위베르의 의상으로 채워졌다. <로마의 휴일>, <화니 페이스>, 그녀의 오스카 시상식 드레스까지 그의 옷 없이 오드리는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패셔너블한 영화 속 장면으로 꼽히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속에 등장한 블랙 드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1969

Betty Catroux, Yves Saint Laurent, Loulou De La FAlaise.

1969년 리브 고시 부티크 앞에서 포즈를 취한 베티 카트루와 이브 생 로랑, 룰루 드 라 팔레즈. 꼭 닮은 사파리 룩의 세 사람은 그야말로 파워플한 크루였다. ‘넌 나고, 난 너야’라는 노래 가사처럼 이브는 베티를 자신의 쌍둥이라 부르곤 했다. “우리는 둘 다 마르고 창백하며 중성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죠. 그리고 곧잘 비슷한 옷차림으로 등장하곤 해요. 팬츠 수트, 점프수트, 사파리 앙상블 같은 것들 말이에요.” 60년대 르 스모킹의 완벽한 뮤즈였던 베티는 이브와 끊임없는 세계 여행을 다니며 이브 생 로랑 컬렉션을 에스닉의 세계로 인도했고, 룰루와의 만남은 여기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녀의 독보적인 보헤미언 스타일과 방대한 의상 컬렉션에서 이브는 컬렉션의 영감을 찾았다. 베티가 생 로랑과 ‘노는’ 즐거움을 추구했다면, 룰루는 일까지 함께한 동반자였다. 그녀는 1972년부터 이브가 은퇴한 2002년까지 이브 생 로랑의 액세서리와 주얼리 디자인을 담당했다.



1990

Madonna & Jean Paul Gaultier

마돈나와 장 폴 고티에가 파리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치치오네(마돈나의 남동생)의 전시 오프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둘은 또 어떤 일을 작당하고 있는 걸까? 같은 해에 열린 ‘블론드 앰비션 월드 투어’에서 마돈나는 고티에가 디자인한 콘 브래지어를 입고 퍼포먼스를 펼쳐 전 세계를 쇼킹하게 만들었다. 못 말리는 악동과 두려움 없는 섹시 뮤즈의 만남은 끊임없는 패션 사고(?)로 이어졌다. 발칙하게도 콘 브래지어를 입고 경건한 ‘보그’를 노래하다니! 다음 해 칸영화제 레드 카펫에 가운으로 꽁꽁 싸맨 채 등장한 마돈나는 포토 라인에서 ‘바바리 맨’처럼 가운을 활짝 열어 콘 브래지어의 매력을 발사했다.



1965

Andy Warhol & Edie Sedgwick

1965년 비달 사순 론칭 파티에 참석한 앤디 워홀과 에디 세즈윅. 두 사람을 세기의 커플로 회자하게 만든 영화 <팩토리 걸>의  내용은 대부분 1965년에 일어난 일이다. 에디는 불과 3개월 전에 워홀을 만났는데 곧바로 워홀의 뮤즈로 등극했다. 워홀은 홀린 듯 에디를 주인공으로 수많은 단편영화를 찍었다. 영화는 형편없었지만 영화 속의 에디는 온 뉴욕을 사로잡았다. 쇼트 커트와 스모키 메이크업을 했지만 치명적으로 귀여운 얼굴, 블랙 타이츠에 미니드레스를 입거나 때로는 하의 실종, 어깨까지 닿는 슈퍼사이즈 샹들리에 귀고리를 한 에디의 파격적인 스타일에 홀딱 반하고 만 것.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죠” 영화 속 에디의 대사처럼 1965년은 자신을 뮤즈로 선택한 워홀 덕분에 그녀의 인생 중 가장 완벽한 해였다.



1995

John Galliano & Lady Amanda Harlech

마치 빅토리언 시대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커플 룩의 아만다 할레치와 존 갈리아노는 뮤즈와 디자이너 사이기도 했지만 스타일이 잘 맞는 단짝이기도 했다. 지방시 하우스에 임명된 존 갈리아노는 그의 뮤즈이자 조언자인 레이디 할레치와 함께 혁신적인 컬렉션을 발표했다. 아만다는 “존은 내가 상상만 하던 모든 것들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였어요. 그의 쇼는 하나의 스토리였고 모험이었죠”라고 회상했지만 그들의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할레치는 칼 라거펠트와도 함께 일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존과 칼이 예민한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었던 것. 갈리아노는 이를 배신으로 받아들여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두 사람은 다시 화해했지만, 그녀는 칼 라거펠트의 뮤즈라는 수식어에 더 익숙해졌다.



1956

Brigitte Bardot & Pablo Picasso

칸영화제에 참석했던 브리짓 바르도가 파블로 피카소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날이다. 티 드레스에 발레리나 플랫 슈즈를 신은 새끼 고양이 같은 스물한 살 브리짓 바르도와 일흔이 넘은 작업복 차림의 거장이 함께한 이 장면은 어딘지 설정처럼 보인다. 사진만 보면 세기적 아티스트와 뮤즈로 보이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공식적인 만남은 이때뿐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피카소의 작품 속 ‘포니테일을 한 소녀’의 뮤즈가 브리짓 바르도라고 생각한다. 사진 속 브리짓은 영락없이 그림 속 소녀의 모습과 닮아 있으니까. 피카소는 그녀를 그리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그림 속 소녀는 그의 진짜 뮤즈였던 리디아 코벳으로 밝혀졌다. 탐스러운 블론드를 높이 올린 포니테일을 즐겼던 리디아는 이런 얘기를 했다. “브리짓 바르도가 내 헤어스타일을 따라 했다고요!”



2004

Philip Treacy & Isabella Blow

동시대 최고의 모자 아티스트인 필립 트레이시에게 이사벨라 블로란? “그녀는 내 모자를 끔찍하게 다뤘어요. 깔고 앉고, 잃어버리고, 강아지가 씹어놓은 적도 있죠. 하지만 내게 늘 영감을 주었어요. 언제나 그녀가 내 모자와 날 진정으로 사랑해 주길 바랐죠.” 독보적인 패션 아이콘이었던 그녀는 그날의 아웃 핏을 필립 트레이시의 가장 최신작을 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머리 위에 중국 정원과 입술 수십 개를 얹고 아무렇지도 않게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그녀를 보며 아마 트레이시는
“나한테 이런 여잔 당신이 처음이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1989년 필립 트레이시와 처음 만나자 마자, 천재를 알아본 이사벨라 블로는 자신의 웨딩 햇을 만들어달라 부탁하며 그를 패션계로 이끌었다. 2007년 그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트레이시는 끊임없이 그녀를 위한 모자를 만들었다. 그녀의 장례식 날 관 위에 올려진 검은 배 모양의 모자는 그가 이사벨라에게 선물한 마지막 모자가 됐다.



2004

Alexander McQueen & Kate Moss

<블랙 아트 Black Art> 전의 오프닝 파티에서 알렉산더 맥퀸과 절친 케이트 모스의 다정한 한때.  맥퀸의 SM적이고 어두운 세계가 반영된 이 행사는 블랙을 테마로 패션쇼와 전시로 꾸며졌다. 호스트인 맥퀸은 마치 반항이라도 하듯 올오버 화이트 턱시도 차림으로 쇼장에 도착했고, 애프터 파티에서는 늘 그래왔던 대로 낡은 데님 차림이었다. 그의 컬렉션 초창기에 선보인 3년간의 쇼에서 엄선한 아카이브로 채운 쇼는 사진 속 스컬 프린트 드레스를 입은 케이트 모스의 댄스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케이트 모스는 언제나 맥퀸과 함께였다. 성공의 정상에 서 있던 두 패션 아이돌은 절제 없는 파티와 약에 빠져들었다. 쾌락과 성공의 나날 속에서 맥퀸의 정신적인 압박과 외로움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고 잘 알려진 것처럼 2010년 자살을 택하고 만다.

CREDIT

EDITOR 주가은
PHOTO WILLI SCHNEIDER/REX/SHUTTERSTOCK, ANL/REX/SHUTTERSTOCK, THORPE/ANL /REX/SHUTTERSTOCK, GEORGE CHINSEE/PENSKE MEDIA/REX/SHUTTERSTOCK, RICHARD YOUNG/REX/SHUTTERSTOCK, GETTYIMAGES/IMAZINS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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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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