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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9. TUE

SURREAL BUT CHIC

전혀 새로운 미녀와 야수

런칭 5주년이 된 서리얼 벗 나이스 듀오와 디즈니의 흥미 진진한 협업

‘가장 뜨거운’이라는 수식어를 단 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컬래버레이션 뉴스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익숙한 명작 만화와 동화적 캐릭터를 새롭고 ‘쿨’하게 만드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수형과 이은경이 2017 S/S 서울패션위크를 위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다룬다고 했을 때, 이번엔 좀 다르리라고 확신했다. 듀오는 가슴 한복판에 미녀와 야수를 프린트하는 대신 그들만의 방식을 택했다. 무척 은유적인 뉘앙스로, 서리얼하고도 ‘나이스’하게! 


평소 동화나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편인가 전혀! 디즈니의 제안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디즈니의 수많은 스토리 중에서 <미녀와 야수>라니 무척 의외다 제안을 받고 디즈니의 글로벌 사이트에서 모든 캐릭터들을 샅샅이 훑었다. 마지막까지 물망에 오른 건 <인크레더블>. 내년 봄, 엠마 와슨이 주연을 맡아 실사영화로 개봉될 예정이라 타이밍도 적절했지만 무엇보다 서리얼벗나이스의 DNA이자, <미녀와 야수>와 공통분모인 양면적인 스토리에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다. 


<미녀와 야수>가 극장에서 개봉한 1991년에 대한 기억이 있나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은경은 어린 나이에도 옷을 고르는 데 자기주장이 강했고, 이수형은 의류 업계에 종사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옷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것만은 확실하다. 


쇼의 주제인 ‘No Fear’는 어떻게 정해졌나 브랜드 론칭 후 5년 동안 둘의 고민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번엔 좀 더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 있게 우리의 취향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택한 주제가 ‘No Fear’다. 벨(Bell) 또한 야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에 사랑이 이뤄진 거라는 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미녀와 야수>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좋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하이엔드적으로 푸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캐릭터 선정보다 더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런웨이엔 미녀나 야수가 등장하진 않는다. 우리는 쇼에 스토리의 의미적인 면을 부여하고 싶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옮긴 프린트 대신, 한눈에 띄지 않는 자수 테크닉을 사용하고, 아카이브 이미지 중에서도 ‘서리얼’적인 것을 선별해 표현했다. 반으로 잘라 디자인한 비대칭적인 그래픽은 남성복과 여성복의 패턴을 믹스한 비대칭 패턴과 함께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이다(좀 더 직접적인 아이디어는 내년 3월쯤 선보일 캡슐 컬렉션을 기대해 달라). 


쇼장 의자에 놓인 빨간 장미 한 송이와 스모그가 낀 런웨이, 쇼의 연출 방법 또한 흥미롭다 홀로그램과 빔 프로젝터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공간과 시간적인 제약상 무산됐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스모그가 깔린 런웨이에는 좀 더 블루 톤이 감돌아야 했지만 옷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리허설 직후 불가피하게 조정하게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시즌의 무드는 유난히 정제되고 유연한 느낌이다 아이보리와 베이지를 비롯한 뉴트럴 컬러 외에도 테일러링에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자 가먼트 워싱(재봉이 끝난 옷을 통째로 워싱하는 후가공 방식)으로 마무리했다. 워싱 후엔 비대칭적인 느낌이 자연스러워지고, 러프한 에지 커팅도 정돈된다. 쇼의 구성도 서너 가지 파트로 나누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도록 통일했다. 전체적으로 좀 더 포커싱이 된 덕분에 노련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패턴을 어긋나게 믹스한 파격, 바부슈를 매치한 라운지 무드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시그너처 아이템인 턱시도 재킷을 팬츠 안에 넣은 스타일링도 신선했다 우리에겐 디자인 철칙이 있는데, 그 출발점이 복식의 기원이라는 점이다. 옷은 기능적인 것에서 출발했기에 하나하나의 디테일에도 모두 이유가 있다. 오리진 복식을 보면 그런 점을 이해할 수 있어서 파일럿들이 휴식 시간에 입는 옷, 소방관의 작업복, 우체부 유니폼까지 오리진 복식을 연구하고 제대로 재해석한다. 이번 시즌엔 살랑살랑한 검도 바지가 등장하는데 프로포션과 움직임이 좋다, 스타일링 작업 중 재킷을 넣어 입어보니 그 멋이 또 새롭더라. 여자를 위해 만들었지만 남자 모델이 입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남자 모델들이 모두 스킨헤드였는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브랜드 론칭 후 5년이 지났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커다란 터닝 포인트보다 소소한 즐거움에서 더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독립 디자이너로서 모든 책임을 지는 동시에 소소한 기쁨도 오롯이 우리의 것이라는 걸 실감했다. 어떤 점에서 옷이 좋은지 얘기해 주는 사람들이 더 생기고 얼마나 꼼꼼한 옷인지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요즘 가장 큰 이슈는 저가 경쟁을 하는 스트리트 브랜드 외에 퀄리티가 높은 중고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브랜드를 지속하기 어려운 유통 시스템에 대한 우려. 


서리얼벗나이스 하면 ‘쿨’하다는 단어가 떠오른다. 요즘 ‘쿨’하다고 느끼는 건 뭔가 특정 물건이나 장소보다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쿨’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외부적인 가치보다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이를테면 유명세보다 제주도에서 자연스러운 삶을 택한 가수 장필순처럼. 요즘 들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서리얼’적인 바람은 이수형 실장이 오랫동안 꿈꿔온 게 있다. 파리 컬렉션에 대한 꿈. 여전히 준비 단계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를 좀 더 키우고 싶다.


CREDIT

EDITOR 주가은
PHOTO COURTESY OF DISNEY/SEOUL FASHION WEEK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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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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