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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WED

I AM EVERY WOMAN

특별한 52명의 여자들과 배우 김혜수의 리얼 토크

이화여자대학교 교정, 중고 서점 '공씨책방',동광초등학교 영어교실, 사진 스튜디오,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이 네 장소는? '엘르'와 배우 김혜수가 하루동안 방문한 장소들이다. 이곳에서 가장 평범하고도 가장 특별한 52명의 여자들을 만났다. 그녀들과 배우 김혜수의 리얼 토크.


1 블랙 파워 재킷과 골드 네크리스 장식의 화치트 톱은 발맹,블랙 팬츠는 바이조 by  브릿지 11, 블랙 하이힐은 이브 생 로랑. 


우리 이대 나올 여자야
-8:30am 대현동 이화여대 대강당 앞

뭘 여쭤보려고 했더라? 아, 배우관이랑….
에이, 그런 건 재미없어. 평범하고 일상적인 게 재미있어요. 진짜 궁금한 거 물어봐요.

아, 그럼 평소에도 이렇게 높은 하이힐 신어요?
네, 좋아해요. 하이힐을 신을 일이 많기도 하고요. 낮은 거 신으면 기분이 언짢아요. 키가 확 줄어드는 것 같잖아요. 힐을 너무 자주 신다 보니, 힐을 포함한 키가 내 키라고 내 몸이 착각하는 것 같아요. 힐을 너무 자주 신다 보니 힐을 포함한 키가  내 키라고 내 몸이 착각하는 것 같아요.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해요?
직업 때문에 사실은 더 신경 쓰게 돼요. 배우는 배우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긴장하고 유지해야 하거든요. 만일 배우가 아니었다면 나도 이제 나이가 많으니까 되게 평범한 생활에 맞는 체형으로 변해 있을 것 같아요. 아기도 낳았을 테고, 엉덩이도 커지고 살도 좀 붙고.

‘남자는 이래야 한다’ 싶은 게 있어요?
남자친구가 있든 없든, 물론 주로 항상 있었지만 남자든 여자든 ‘이래야 한다’는 없어요. 사람마다 고유의 매력이 있잖아요.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아, 내가 일부러 못생긴 사람만 찾고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그 사람의 매력이 나한테 얼마나 호감인지 그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반듯한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남자도 여자도 반듯한 사람. 그러면서도 모든 것에 있어서 열려 있는 사람이 좋죠.

본인의 가장 큰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연예인이니까 없는 매력이 포장돼서 근사하게 나올 때도 있죠. 또 외적으로 꾸밀 때가 많으니까, 그렇게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칭찬도 받고. 반대로 지적받기도 하지만요. 내 매력은 뭐랄까….

예쁘다? 호탕하다?
아, 뭐 그렇게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호탕하고 꼭 그렇진 않아요. 그건 화면이나 매체에서 보여지는 거죠. 그보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다 원만하거나 아주 쉽게 가까워지는 것 같진 않지만 서로 마음을 교류하게 되면(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보며) 나 별로 감추는 거 없지? 별로 안 그래요.

작품 중 본인 성격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국희>의 ‘국희’나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의 ‘진서’ 역할. 그런데 그들이 저보다 훨씬 의지가 강하고, 아주 여러 면에서 좀 더. 아니 훨씬 낫죠.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너는요?
많은데요. 박해일 씨도 그렇고 송강호 씨도 그렇고, 그 중에 특별히 조승우 씨. 그 친구가 아주 복합적인 매력이 있어요. 정말 순도 높은 청년 같은 면이 있고, 어떨 땐 인생을 다 아는 것 같이 깊이 있고, 또 힘 있는 배우예요. 너무 귀여운것 같은데 어떻게 연기를 그렇게 하나 모르겠어요.




2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풀 스커트가 여성스러운 원피스는 루이비통, 블랙 레더 재킷은 니나리치, 골드 네크리스는 디올, 블랙 하이힐은 이브 생 로랑.


도란도란 책 이야기
-10:00am 신촌로터리 ‘공씨책방’

혜수 씨는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
감사해요.

그 에너지는 다 어디서 나오는 거야?
받는 거죠, 뭐. 사람들한테.

이건 내 친구가 만든 책이에요. 한번 읽어봐요.
네, 그럴게요. 여기는 주로 중고 서적을 다루시나 봐요?

그렇죠. 옛날 거, 이제 안 나오는 거.
(매니저에게) 저기, 내 휴대전화 있잖니. 주머니에 있는데 혹시 목록 중에 있나 보게 갖다 주라. (주인 어머니께) 여기 운영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오래 됐어요. 아유~ 또 뭘 물어보지….
일부러 안 물어보셔도 괜찮아요.

카리스마에 비해 마음이 아주 따뜻한 것 같네.
카리스마에 비해…. 뭘요. 아, LP들도 있네요. 저도 좋아하거든요.

음악 들을 시간도 별로 없을 텐데?
저는 라디오 좋아해서 라디오 듣고요. 친구 중에 LP 모으는 친구가 한 명 있어요. 그 친구네 가면 구경도 하고 듣고 그래요. 저도 한때 LP 좀 모았었어요.

만나게 돼서 반갑네요.
네, 저도요. 참 제가 책을 몇 개 구하는 게 있는데요. 큰 서점에도 없더라고요. <잔혹과 매혹>이라는 책.

아, 그건 없는데.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그것도 없고.
<장군의 수염>.

그것도.
<군주론>.

출판사가 어디에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목만 들으면 다 아시는 거예요?

네, 쭉 말해 보세요.
<문제와 시간 사이에서> <여자 전화>.

그것도 없고.
<자살의 유혹>.

그것도 없고.
<피의 문화사>.

아유, 미안해요.
아니에요. 제가 읽고 싶은데 없어서 계속 찾고 있어요. <열린 사회의 법칙>.

그것도 없고. 아우, 책 많이 보네?
네. <만들어진 힘>.

그것도 없고.
<똥 오줌의 역사>.

그것도 없고.
<이것이 인간인가>.

그것도 없고.
<가정의 노트를 훔치다>.

없고.
<열정과 키스>.

없어요.
<고양이 대학살>.

없네.
요즘 책들도 막 섞여 있고 그래서 그런 거 같아요. 제가 한번 볼게요. 혹시 저한테 책 추천해주실 만한 거 있으세요?

소설은 별로 안 읽을 것 같은데…. 일본 작가들 책이 많이 나가요. 특히 오쿠다 히데오 책을 아주 열광적으로들 보더라고. 드라마로 나오면 그 원작도 많이 찾고. 이쪽은 요즘 나온 책들인데 이런 건 봤어요?
아직 못 읽었는데 집에 있긴 해요.

어느 시간에 그렇게 책을 많이 봐요?
저희는 일 안 할 때는 놀잖아요.

혜수씨 나이가 자식 뻘이네. 혜수 씨는 집에서는 어떤 딸이에요?
착한 딸, 순한 딸. 꽤 그런 편인 것 같아요.




3 베이지 컬러 롱 베스트는 마르니, 화이트 셔츠는 퍼블리카, 슬림한 핏의 진은 골든 구스 by 한 스타일, 브라운 슈즈는 에르메스, 실버 뱅글은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by 10 꼬르소 꼬모 서울.


스무 개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만나다
-12pm 시흥동 동광초등학교 영어교실

배우 하려면 되게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 다 이겨냈어요?
너희도 공부할 때 힘들고 바이올린 하거나 그림 그리거나 다 힘들잖아, 그렇지?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그런데 어떤 일이든지 주로 힘들어. 아주 잠깐이어도 보람이 있거나 성취감을 느낄 때가 있잖아? 그걸 위해서 많은 시간이 힘들어도 그 시간을 버티면서 하는 것 같아. 물론 너희들이 커서 언니하고 비슷한 일을 할 수도 있고 정말 멋진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고, 모르지. 그런데 어떤 일을 해도 항상 행복하거나 항상 만족하는 게 아닌 것 같아. 80%는 힘들고, 남들은 안 알아주고, 20%는 만족하고. 그런데 80%보다 20%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거지.

어릴 때 꿈은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언니가 어릴 때도 아기들을 되게 좋아해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

여드름 잘 안 나는 방법도 있나요?
여드름은 어떤 시기에만 나는 거야. 물론 나이 들어서도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가끔 날 수도 있지만. 너네 나이에 여드름이 안 나는 건 엄마 아빠한테 감사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난다고, 그렇지? 좀 신경질 나고 스트레스받긴 하는데 그 시간은 넘기면 돼. 중학교, 좀 늦으면 고등학교까지. 보통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중학교 때가 제일 미워. 애기 때 귀엽고 예뻤다가 어른이 되려고 막 크는 거거든? 그럼 몸에 변화가 생기잖아. 그러니까 원래 내 모습에서 막 변해. 그런 시기가 지나면 어른으로서의 모습이 딱 만들어지는 거야. 여드름 같은 건 나기 시작하면 그냥 두는 게 좋아. 너무 심하면 엄마랑 상의해서 피부과에 가고. 그리고 여드름이 좀 있다고 해도 너희들은 싫을지 몰라도 그냥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 예뻐, 정말로.

그런데 요즘 예쁜 사람 되게 많은데….
그냥 봤을 때 예쁜 것도 중요해. 특히 요즘 사회에서 그걸 무시할 수 없는 것 같긴 해. 그런데 (옆자리 영진이를 보며) 영진이를 처음 봤을 때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눈동자도 너무 예쁘고, 눈동자가 예쁜 건 마음이 예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다음에 영진이가 이야기를 하면서 입술을 오물오물 하는데 입술 모양보다 그 입술의 태도가 예뻐 보이고. 그러니까 항상 그 사람에 대해서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건 외모가 예뻐서만은 아닌 것 같아.
여자 대 여자로 저희들한테 조언해주신다면요?
어떤 면에서?
그냥요. 마음가짐이라든지….
여성들의 사회에서의 역할이 더 커질 거야. 전문직 같은 경우는 너희 선배들이 닦아놓고 그래서 좀 더 터가 마련됐거든. 여자인 걸 버릴 수는 없지. 당연히 여자지. 여자들의 장점 같은 것들을 절대 놓치지 말고 스스로 개발하면 좋겠고. 남자들이 가지지 못하는 감성적인 면, 섬세한 면, 너그러운 면, 포용하는 면, 파악하는 면 이런 건 너무 좋은 거야. 그런 면들을 활용하고.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남녀 구분을 없앨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여자로서 아름답고 상냥하고 여성스러운 걸 유지하면서 어떤 자리에 있어서 할 말을 정당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굳이 목소리 높이고 터프할 필요 전혀 없고. 다들 꿈이 다르겠지만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엄마가 되든, 사회적으로 어떤 일을 하든 사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다 특별해. 그러니까 항상 ‘나는 특별하다’ ‘나여서 이만큼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면 좋겠어.

언니는 어릴 때 당당했어요?
아니. 왜냐하면 어릴 땐 잘 모르잖아. 언니는 너희들만큼 말도 잘 못했고 새침했고 정신 연령도 또래 친구들보다 낮았던 것 같아. 그래서 항상 나보다 성숙한 친구들이나 어른스러운 친구들, 일 처리를 똑 부러지게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웠지. 그리고 어릴 때 일을 시작했지만 뭘 알고 시작한 게 아니었어. 그냥 아주 어린 꼬마가 어른들 일하는데 껴 있는 정도였지. 5학년이면 지금부터 중요한 것 같아. 내가 생각이 있어도 표현을 안 하거나, 아니면 내가 어떻게 표현하는 게 옳은지 아직은 확신이 없잖아. 그런 것들을 자꾸 해보는 거야. 그럼 본인 나름의 판단이 생겨. 누가 알려줘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아는. 그러면 어느새 당당해져 있겠지?



4 블랙 턱시도 재킷은 빅터 앤 롤프 by 분더숍, 블랙 슬립 워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드 네크리스는 까르띠에, 블랙 하이힐은 이브생 로랑.


여배우 vs. 편집장
-3pm 논현동 그레이드 스튜디오

드라마에서 편집장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잡지 촬영에 대해 궁금한 점 있어요?
사실은 잘 몰라요.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캐릭터와 달리 허점이 많다고 지적도 받았죠. 또 극중에서처럼 모여서 수다 떨고 잡담할 시간이 없다, 일을 거의 각자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원고는 혼자 쓰지만 일 자체는 팀으로 하는 게 많죠. 그런데 일당백도 맞는 말이긴 해요. 참 거기서 패션도 멋지게 소화했죠.
감사해요. 요즘 에디터들은 패션에 더욱 자기자신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실 고상하고 우아한 룩 일색이었거든요.

전지전능한 기자라면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에요?
상황마다 달라요. ‘만나고 싶다’기보다는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싶다’가 돼야 하잖아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직접 인터뷰하고 싶었던 사람은 페티 웹스터예요. 아마존 관광 가이드면서 환경운동가죠. 10대 때부터 그냥 아마존이 좋아서 가이드 일을 했고, 어떻게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아마존이 잘 보존될까 싶어서 또 환경 운동을 시작한 여자예요.

혜수 씨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였나요?
모르겠어요. 남들이 규정하는, 보여지는 황금기와 내 실제 삶의 황금기가 일치하면 나쁘지 않죠. 황금기가 또 찾아오면 좋겠고.

평범한 이들은 당연히 누리는 건데 배우여서 그러지 못한 게 있나요?
20대에 ‘주의하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보호와 박탈과 견제랄까.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죠. 그런데 큰일 날 일이 별로 없거든요! 범법자가 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요? 30대 이후에는 보상 심리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요란 떨지 않으면서 그 나이에 맞는 것들을 취해온 것 같아요. 물론 공인이면 어떤 면에서든지 자기 인생을 담보로 하는 부분이 있어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고. 하지만 그 외에는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고려하는 편이에요.

혜수 씨는 남자를 어떻게 다루나요?
다루긴요! 고분고분한 편은 아니지만 다루는 것도 아니에요. 다루거나 다뤄진다는 것에 거부감도 좀 있고요. 남자 앞에서 늘 멋진 여자는 아니에요. 그저 보통의 나이 많은 싱글녀죠.

가장 질투 나는 여자가 있을까요?
질투 쪽 감정은 덜 타고난 것 같아요. 부러운 사람은 많죠. 시시각각 변하고. 매력적인 몸을 가진 사람, 주체적이고 용감하게 자기 의지를 표현하는 사람. 또 모나지 않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관철시키고 또 동의까지 하게 할 수 있는 사람. 연기 잘하는 사람 봐도 눈물 나게 부럽고요.

김혜수에게 완벽히 행복한 일요일 아침이란?
아래층에 언니네와 큰 조카가 살아요. 가족끼리 잘 모여요. “누구네 왔어요.” 이런 문자가 돌면 모두 모이거든요. 그런 날이 많은데도 그게 제일 좋아요. 그러면 가족들이 그러죠. “네 아기를 낳지 그래!”

대중의 평가가 극찬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반응해요?
연기에 대한 코멘트는 악평이라도 대부분 참고해요. 하지만 일일이 리뷰하지 못할 만큼 매체가 많기도 해요. 매체가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말이 다르게 생산되기도 하죠. 소통 방법도 직접적이고 다양해졌어요. 정보가 너무 많죠. 정보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정확한 기준을 잡기 힘들어요.

최근엔 폐지론이 이슈가 됐죠.
개편 때마다 존폐 논의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처음에 타이틀을 <김혜수의 W>로 바꾸자고 했을 때 반대했어요. 지, <김혜수의 W>가 무슨 의미냐 싶었죠. 그렇게 해서라도 시청자를 유지하는 게 절박했던 거죠. 대외적으로는 얘기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에서 진행은 브리지고 내용이 메인이에요. 사실 금요일 밤에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기는 힘들죠. 주말을 피곤하게 시작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필요해요. 다수의 시청자가 아니라 소수의 시청자를 위해 유지해줘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나 역시 오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크고 아까워요. 자존심 상하고 말고의 얘기가 아니죠.

인터뷰 20분 전, 트위터로 혜수 씨에게 던질 질문들을 받아봤어요. 남자들이 많이 물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자가 많네요. “어케 하면 가슴이 예뻐지나요?” 이런 질문이 있어요.
속옷에 내 몸을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여자의 몸을 배려하는 속옷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렇다고 내가 속옷 비즈니스를 할 건 절대 아니고요. 사실 난 화장 지우면 맨송맨송해요. 약간 휑하고요. 나이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어릴 땐 “됐어! 안 해도 돼!” 했던 것들을 지금은 신경 써요. 하면 더 나은 것 같고. 예전에 옆구리 살이 있어도 배꼽 티셔츠 입고 그랬어요.

시상식 드레스를 고르는 기준도 궁금하대요.
파격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진 않아요. 내가 편하면서도 돋보일 수 있는 걸 고르죠.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와 그에 걸맞은 애티튜드를 선보인 건 혜수 씨가 국내 여배우들 중 선구자라 생각해요!
외국은 드레스 문화가 보편화돼 있잖아요. 우리는 웨딩드레스 아니면 입을 일이 없죠. 신인상 받을 때 흰 블라우스에 청록색 땡땡이 스커트를 입었던 기억이 나요. 소공녀 풍이었죠. 20대에는 우리나라에 드레스가 적었어요. 디자이너 의상을 입어야 했는데 내가 입기엔 노숙했죠. 옷 사는 데 돈을 많이 투자하는 편이 아닌데 초반엔 외국 가면 드레스를 다 샀어요. 1년에 한 번이지만 내가 멋져 보여야 하니까요.

처음 일할 때 지금의 모습을 상상했나요?
어릴 땐 배우 생각이 없었어요. 문화적 수준이 좀 떨어졌던 것 같아요. 어릴 때 TV 광고를 찍었는데 집에서 누가 “혜수 선전한다!” 소리치면 다들 TV 앞으로 뛰어오곤 했죠. 그 다음에 드라마를 했는데 탤런트 보는 게 신기하고 어른들 틈에 있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대 후반이 돼 보니, 생각보다 오래 했다 싶었어요. 내가 인정하든 안 하든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여기서 끝내고 미래를 도모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때 일하던 매니저랑 “우리는 은퇴 뭐 이런 거 없다. 여기서 조용히 아웃하자.” 이런 결론을 냈죠. 그런데 1년간 생각해보니 내 청춘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누리지도 못했지만 일에 치열하지도 못했거든요. 스스로에게 좀 더 기간을 주자 했던 게 또 지금까지 왔어요.

대체 몇 살까지 섹시할 건가요?
내가 개인적으로 감정을 교류하는 이성에게는 나이 제한 없이 섹시하고 싶어요.



HOW WE MADE WOMEN

10년도 전이었다. 며칠간 연달아 김혜수를 목격했다. 번화가의 레스토랑에서, 작은 액세서리 상점에서, 주차 빌딩 앞에서…. 그녀는 항상 ‘배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선을 모으려는 유난스러운 제스처는 전혀 없었지만 그녀는 그 자체로 배우의 뉘앙스를 풍겼다. 배우라는 비일상적인 존재를 일상 공간에서 마주하니 생경했다. <이층의 악당>(11월 27일 개봉) 영화 예고편을 보고 나니 김혜수에 대한 기억이 다시금 올라왔다. 무수한 영화 보도 자료들 사이 ‘한석규’ ‘김혜수’ 두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닥터봉>에 둘이 나왔었는데 되게 오랜만이네’ 하는 반가움에 <이층의 악당> 예고편을 본 직후였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별일 아닌 것에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입만 열면 독설을 퍼붓는 30대 중반의 히스테릭한 미망인. 화면 속 김혜수는 여자들의 집 전용 복장이라 할 만한 차림(후줄근한 티셔츠에 트레이닝 팬츠)이었다. “저는요, 요즘!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잠을!” 앙칼지게 내지르는 목소리는 건너건너 어느 집에선가 싸울 때 들려오는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유일성과 보편성, 이질감과 동질감. ‘김혜수’라는 여자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됐다. 그녀가 여태까지 해온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김혜수도 우리와 같은 여자다.” “김혜수는 우리와 다른 여자다.” 상충되면서도 하나로 통하는 두 가지 생각. 이게 출발이었다. <엘르>는 김혜수를 헤로인으로 새로운 만남을 기획하기로 했다. 보통의 여자 집단과 보통 여자 김혜수의 만남 그리고 특별한 개인과 특별한 배우 김혜수의 만남. 이건 동시대 여자들의 눈으로 그녀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하려는 <엘르>의 신념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이층의 악당>에서 김혜수가 연기하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여자’의 연령별 변주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기획인데요?” <엘르>의 제안에 김혜수가 보인 첫 반응. 하지만 재미있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애초부터 ‘몸이 편한’ 기획은 절대 아니었다. 실제 여성들이 있는 곳, 그러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곱게 단장하고 스튜디오에 와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녀들의 삶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찾아 다녀야 했으니까. 연령대 별 구성의 모티프는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 얻었다. 이 작품에는 30대 중반의 여주인공 김혜수 외에도 한참 외모에 신경 쓰는 사춘기 딸, 누구와도 살갑게(혹은 오지랖 넓게) 말을 섞는 이웃집 아주머니 등의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우리는 52명의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고 서적 전문 ‘공씨책방’을 운영 중인 최성장 어머님, 이화여자대학교 방송국 ‘EUBS’ 소속 11명을 비롯해 40명의 여대생들, 동광초등학교 5학년 2반 임영진을 비롯해 여학생 10명, 그리고 <엘르>의 강주연 편집장까지. <엘르> 사무실이 있는 논현동에서 시작해 이화여자대학교 교정, 신촌로터리에서 동교동 방향 언덕배기를 지나 시흥에 들려 다시 논현동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사진가와 함께 새벽녘에 동선을 다 돌아보는 리허설을 하기도).
김혜수와 <엘르>, 여성들이 짧은 시간 안에 또 첫만남에 교감을 만들 수 있을까 노심초사 했으나 기우였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은 “꺄~” 하며 김혜수에게 반가움을 표했고, 촬영에서도 요즘 청춘 특유의 끼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촬영 후에는 대강당 맞은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름다움, 연기, 남자, 방송에 대한 수다가 한참이었다. 공씨책방의 주인은 우리네 어머님들 모습 그대로 두 손 덥석 잡으며 반겨주었다(한 무더기인 스태프들이 영 불편할 수 있었을 텐데도). 또 남편의 뒤를 이어 16년째 책방을 운영하는 만큼 출판 경향과 작가들에 대한 식견이 깊고 넓은 분이었다. 책 좋아하는 김혜수와 책 얘기가 한참 이어졌음은 물론. 동광초등학교에서는 2층 영어 교실에서 5학년 2반 여학생들이 상기된 얼굴로 김혜수와 <엘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김수경이고요. 취미는 바이올린이에요.” “제 이름은 김현아고 첼로가 특기에요.” “저는 김민정이에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요.”(…) 자기소개가 한 바퀴 돌아가고 곧이어 외모와 미래에 대한 제법 진지한 고민 상담이 쏟아졌다. 단정히 차려입은 푸른 교복이며 반질반질하고 새카만 눈동자, 가을 볕 받은 사과마냥 빠알간 뺨은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마지막 상대는 <엘르> 강주연 편집장이었다. <엘르> 촬영이 잦은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만남. 편집장과 김혜수는 둘 다 블랙 재킷을 입고 있었다. 섹시하면서 시크한 스타일 등 취향이 비슷하다는 점에 금세 통한 눈치. 둘은 패션과 예술, 미디어에 대해 두 시간도 넘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결과물은 보니, 새벽 4시 30분부터 스태프들에게 모닝 콜을 돌리고 5시부터 부산스레 준비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또 <엘르>가 실제 여성들과 밀착된 매거진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우리 삶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같은 꿈을 꾸고 비슷한 정서를 가진 많은 여자들이 있다는, 새삼스럽지만 벅찬 사실도.



CREDIT

에디터 김보미
포토 김영준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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