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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FRI

BEYOND THE COUNTRY

컨트리 시크의 재발견

로열 패밀리의 컨트리 시크 스타일에 주목해야 할 때

1 체크 패턴의 킬트를 입은 찰스 왕세자.
2 고무장화와 니트 차림으로 낚시를 즐기는 다이애나 빈.
3 바버풍의 재킷을 입은 다이애나 빈.
4 다이애나 빈과 찰스 왕세자의 컨트리 스타일.
5 말을 타고 정원을 거니는 엘리자베스 여왕.


지난했던 폭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춘 지금, 스타일리시한 인사이더들의 레이더가 향한 곳은 바로 푸른 초원과 신비로운 회색빛 하늘이 반기는 스코틀랜드 북쪽이다. 좀 더 상세한 위치를 공유하자면, 오래전부터 영국 왕실의 별장 역할을 했던 밸모럴 성(Balmoral Castle).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이 인수한 케언곰스 국립공원에 자리한 이 영국 로열 패밀리의 별장에서는 우리가 상상했던 왕실의 모든 판타지와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여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를 비롯해 엘리자베스 여왕과 윌리엄 왕자, 케이트 왕세손비 가족이 이곳에 머물렀던 사실이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 걸까?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로열 패밀리가 스코틀랜드풍 저택에서 한여름을 보내는 ‘전통적인’ 바캉스는 요즘 사람들의 휴가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사람들의 추억을 일깨우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동안 타블로이드 매거진에 수없이 등장했던, 네오고딕 스타일의 성에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반려견이 정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60년대 사진이 떠올랐다고 할까. 그 시절, 한가롭게 정원을 거닐거나 머리에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승마를 즐기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은 <피플>지를 비롯한 타블로이드 매거진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또 찰스 왕세자와 동생 앤드루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의 전통을 접하며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거나 낚시와 사냥을 즐겼다. 찰스 왕세자와 사랑을 속삭이고 아들 윌리엄, 해리 왕자와 함께 잔디밭 위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다이애나 빈의 모습은 또 어떻고!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 어찌 보면 동화책에 나올 법한 전형적이고 예상 가능한 ‘가족 앨범’의 이미지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각박한 도시인의 삶을 비웃듯 평화롭고 심플한 시골 생활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흥미로운 점은 로열 패밀리의 투박한 시골 옷차림이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인스퍼레이션 보드를 풍성하게 채웠다는 사실. 왕족의 컨트리 스타일을 동경한 이들의 상상력은 보다 클래식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재정비되어 올 가을/겨울 런웨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휘황찬란한 디스코 스타일과 보헤미언 룩, XXL 사이즈의 유스 컬처 룩 사이에서 조용하게 사람들을 매혹시킨 시골 옷차림은 자연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에 경의를 표한, 수수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스타일로 정의된다. 게다가 60년대의 낡은 필름 사진과 달리 동시대적이고 트렌디한 스타일로 새롭게 선보였으니 ‘올드’해 보일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좋다. 끌로에의 성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나타샤 램지 레비는 당장이라도 말 위에 올라타고 싶을 만큼 관능적인 승마 팬츠와 우아한 블라우스를 선보였고, 바네사 시워드는 지극히 영국적인 벨벳 코듀로이 스커트 수트를 제안했다. 왕족의 블랭킷 룩에서 힌트를 얻은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케이프 코트를 선보인 라코스테와 에르메스 역시 동시대적 컨트리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정의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다이애나 빈이 즐겨 입던 실용적인 파카 재킷, 숲속을 산책하기에 제격인 고무 장화와 타탄 체크 패턴 역시 브리티시 컨트리 룩을 대표하는 시그너처다. 특히 아이코닉한 스코틀랜드 체크무늬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이 놀랍도록 변화무쌍한 패턴은 다양한 모양새와 컬러로 펑크부터 미니멀 스타일을 자유롭게 오가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 클래식한 니트로 완성한 로열 컨트리 룩.
2 여유로운 승마 룩을 입은 다이애나 빈과 아들 윌리엄 왕자.
3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그너처인 실크 스카프 헤드피스.
4 바버 재킷으로 클래식한 컨트리 룩을 연출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그렇다면 이쯤에서 흥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영국 왕족의 전통적인 컨트리 스타일을 동경하게 된 갑작스러운 욕망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다양한 이유와 의견이 있겠지만 아마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심플한 ‘이너피스’를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아닐는지.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다 보면 새로운 유행에 대한 욕망은 자연스럽게 소멸되기 마련이니까. 혹은 옛날 옛적, 추억의 장면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겠다. 예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지만 너무 소박하고 흔했기에 쉽게 존재를 망각했던 물건(케케묵은 킬트와 유틸리티 재킷, 작업용 팬츠, 단단한 고무 장화 같은 것)들 말이다. 이렇듯 시골 생활을 바탕으로 한 컨트리 스타일은 있는 그대로 우리 모습을 받아들이는 열쇠가 된다. 19세기 산업화가 야기한 급격한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이들은 주말마다 자연으로 도피해 여유와 즐거움을 만끽하곤 했다. 그린과 옐로, 오렌지 컬러의 심포니를 천천히 감상하고 투박한 사냥 재킷과 고무 장화 차림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평화로운 삶으로의 회귀, 결국 오늘날 사람들이 꿈꾸는 삶의 포부를 대변하는 스타일이자 태도인 것이다.




CREDIT

에디터 김미강
글 NATHALIE DOLIVO
사진 GETTYIMAGESKOREA, IMAXTREE.COM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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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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