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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FRI

NOSTALGIA SELLS

응답하라 X세대

다소 올드하다고 생각했던 X세대의 전유물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0124(영원히 사랑해), 1254(이리오소), 8282(빨리빨리), 7942(친구사이)…. 이게 무슨 암호인지 대충 해석이 가능하다면 X세대 인증 완료! 90년대 중반 수학의 미지수인 ‘X’가 붙어 탄생한 X세대. ‘신인류’라 불리던 이들은 삐삐 숫자 암호로 대화를 나눌 줄 알던, 당시로서는 가장 트렌디했던 젊은이들이었다. 영원히 ‘폼생폼사’로 살 것 같던 그들은 지금, 서태지와 고소영이 그렇듯 아저씨와 아줌마가 됐다. 슈퍼모델들, 로고 마니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체크 패턴, 사이클링 쇼츠, 버블 스커트, 젤리 슈즈…. 2018 S/S 시즌 컬렉션은 이런 X세대의 전성기를 추억하게 한다. X세대보다 살짝 어린 나는 이번 시즌 쇼를 지켜보는 동안 유년 시절과 사춘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우리가 언제 태어났는지와는 상관없이 여기엔 분명 스타일적 즐거움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깃들어 있다. 지금 패션계는 옛것의 향수에 흠뻑 취해 있다. 90년대 버버리의 타탄 체크와 미우미우의 그런지 룩부터 80년대 스텔라 매카트니의 애시드 워싱 데님과 이자벨 마랑의 메탈릭한 점프수트 등이 다시 런웨이에 등장하며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그렇다. 스마트폰 이전의 단순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눈치챈 영민한 디자이너들은 과거의 히트 아이템들을 부흥시키며,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8 S/S 시즌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쇼는 20주년을 맞은 베르사체였다. 수장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지아니 베르사체에게 헌정하는 쇼를 위해 베르사체의 전성기였던 1992년에 활약한 슈퍼모델 5인방(신디 크로퍼드, 나오미 캠벨, 클라우디아 시퍼, 헬레나 크리스텐센, 카를라 브루니)을 런웨이로 소환했다. 뿐만 아니라 마릴린 먼로와 제임스 딘의 얼굴과 바로크 시리즈의 문양이 담긴 소용돌이 장식, 앤디 워홀의 팝아트 프린트 등 9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프린트와 쇼피스들도 함께 등장해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추억 속 패션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디올의 ‘CD’ 로고 백이 패피들 사이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80년대에 유명했던 빈티지 GG 모노그램 프린트가 구찌의 2018 크루즈 쇼에 돌아온 것도 이런 현상에 한몫했다. 이에 질세라 펜디는 뒤집힌 F 스펠링으로 뒤덮인 빈티지 백을, 프라다는 90년대 ‘잇’ 백이었던 나일론 백을 부활시켰다. 멘즈 컬렉션엔 고샤 루브친스키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버버리가 2000년대 초반 차브 패션의 상징이었던 오리지널 체크 패턴을 다시 선보이며, ‘요즘 애들’이라 불리는 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문화 소비자인 대중이 사회인이 될 때까지 약 30년의 시간이 걸린다. <향수의 추 The Nostalgia Pendulum>의 저자 패트릭 매츠거는 30년 전에 10대와 20대를 보낸 사람들이 점차 구매력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들은 그들의 어린 시절 문화를 마케팅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트렌드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가격은 점점 올라가는 하이패션계. 그 안에서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기로에 서 있다. 어느새 그들에겐 오래전의 아카이브에서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뽑아내는 것이 쉽고 당연한 일이 됐다.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경험하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의 고객들은 이를 ‘쿨’한 트렌드로 받아들인다. 패션계든 대중문화든 언제 어디서나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건 행복한 일이다. 단, 과거를 돌아보는 순간에 취해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의 전율을 잊지 말길 바란다.

CREDIT

글 KENYA HUNT
에디터 허세련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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