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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TUE

YOU ARE SO UGLY

못생겨도 괜찮아

아름다움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어글리 슈즈에 관한 이야기



며칠 전, 몇 년 전에 사두고 거들떠보지 않았던 크록스 슈즈를 찾느라 몸살이 날 뻔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신발장을 뒤지는 32세의 딸이 꽤 측은해 보였는지, 엄마가 나선 끝에 겨우 찾는 데 성공했다. 엄마는 속으로 ‘이제 하다하다 별 못생긴 신발을 신겠다네’라고 수십 번은 욕했을 거다. 때아닌 크록스 찾기에 열을 올리게 된 건 트렌드 제조기인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크리스토퍼 케인의 런웨이에 이어 2018 S/S 시즌 발렌시아가의 런웨이에 크록스 슈즈가 등장한 순간, ‘힙’한 아이템을 사랑하는 에디터에게 ‘촉’이 왔다. 예쁘지 않아도 끌리는, 섹시하진 않아도 편안한, 대놓고 ‘못난(Ugly)’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어글리 슈즈’가 히트할 것이라고! 이런 이유를 엄마에게 설명했다면 분명 ‘등짝 스매싱’을 맞았을 거다. 물론 어글리 슈즈가 트렌드로 떠오른 건 하루아침의 일은 아니다. 일찍이 셀린의 피비 파일로는 버켄스탁을 하이패션 대열로 끌어올렸고, 멋없고 투박한 스포츠 샌들인 ‘맨달(Mandals)’도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다.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건 벽돌 사이즈의 거대한 플랫폼을 자랑하는 발렌시아가의 크록스처럼,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의 ‘쿨’한 상상력이 더해져 미학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어글리 슈즈다. 로에베의 조너선 앤더슨은 레더 슈즈의 앞코를 뾰족하고 길게 말아 올려 피에로 슈즈처럼 만들었고, 셀린의 피비 파일로는 일명 ‘줌마 슈즈’라 불리던 마사이 슈즈의 고무 밑창을 모던한 스니커즈에 옮겨놓았다.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 역시 SF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스니커즈에 벨크로 장식을 더해 스포티즘 스타일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발렌시아가 트리플 S의 품귀현상 때문일까? 최근 남성 하이패션 시장에는 ‘아빠들이 마트 갈 때 신는 못생긴 운동화’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대드 슈즈(Dad Shoes)’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며, 어글리 슈즈 열풍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뎀나 바잘리아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못생긴 게 진짜 멋있는 거다. 사람들이 내 옷을 못생겼다고 얘기한다면 그건 칭찬과도 같다.” 말장난을 하는 건가 싶겠지만 이게 바로 동시대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다. 그러니 못난이 슈즈가 신드롬을 일으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수밖에.




‘스웨그’ 넘치는 90년대의 스트리트 스타일이 하이패션계에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은 고상한 마놀로 블라닉 힐을 온종일 신고 다니는 일이 더 이상 ‘쿨’하지 않고, 힘만 드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헐렁한 오버사이즈 데님 팬츠에 크고 투박한 어글리 슈즈를 신는 여성이 ‘심쿵’할 만큼 근사해 보이는 게 요즘이다. 우아하거나 고습스럽진 않지만 틀에 박히지 않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어글리 슈즈. 앞으로 슈즈 코너에서 ‘어떤 슈즈가 더 예쁘지?’가 아닌 ‘어떤 슈즈가 더 못생겨 보이지?’라고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에디터는 심플한 놈코어 룩에 크록스를 매치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아빠의 신발장에서 꺼낸 듯한 발렌시아가의 대드 슈즈? 아님 시선 강탈하는 로에베의 피에로 슈즈?



CREDIT

에디터 허세련
사진 IMAXTREE.COM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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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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