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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SAT

Not Afraid of Gym

베스 디토가 달리는 이유

베스 디토는 평생 러닝 머신을 달려본 적 없을 것 같다고? ‘뚱뚱한 여자’로 살아온 그녀에게 헬스장은 최고의 놀이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 떨리는 지옥인 것만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난 운동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운동을 싫어했다기보다 열기를 싫어했던 것 같아요. 난 실내 타입이죠. 항상 그래왔어요. 이유가 궁금한가요? 당연히 실내엔 에어컨이 있기 때문이죠. 토네이도보다 더위를 더 싫어했으니까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아칸소 주는 토네이도 다발 지역이고 수시로 일어나는 폭풍우가 정말 무서웠는데도 말이죠. 파란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 기미라도 보이면 잔뜩 겁에 질려 집 안에서 꿈쩍도 안 했어요. 더위는 토네이도와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증오의 대상인 거죠.


여섯 살 때 처음으로 스포츠 수업을 받았어요. 남한테 물려받은 낡은 핑크색 레오타드를 입고 당시 엄마랑 숙모가 다니던 동네 에어로빅 교실을 쫓아다녔어요. 어른들을 따라 하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주의력 결핍증의 여섯 살 꼬마가 뭘 했겠어요. 그저 거울 앞에서 미친 듯이 춤췄을 뿐이죠. 그리고 강사의 지시를 받는 것도 싫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요. 뭐든 내 방식대로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학교에서 접하는 운동은 남자애들 위주였고, 공격적이며 성차별적이었어요. 우리 집은 나를 스포츠 클럽에 보낼 돈도 없었지만, 만일 여유가 있었다 해도 난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했을 거예요. 모두 마음속으로 뚱뚱한 애들은 운동을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잖아요? 체육 시간에 운동장 달리기를 할 때면 인생에서 낙오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 그림도 그리고 춤도 추고 소프트볼도 해요. 하지만 제발 달리기만큼은 하지 말아요!’라고 외치고 싶었죠. 자신의 체중과 싸우기에도 버거웠던 엄마도 내 편은 아니었어요.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이 그렇게 나를 세뇌시켰어요. 난 너무 뚱뚱해서 달리지 못할 거야, 애들은 날 보고 놀릴 거야, 에베레스트 등반처럼 불가능한 일이야, 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유레카!’의 순간이 찾아왔어요. 무심코 아무도 의식하지 않게 된 순간, 움직임이 훨씬 좋아지고 달리기가 점점 나아지는 거예요. 체육 수업은 정말 내 타입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친구들이 모두 날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들은 단지 자신의 경주를 뛰고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난 달렸어요. 달린다는 것, 움직인다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달리기를 하든, 소프트볼을 하든, 물풍선 던지기(이건 올림픽 선수만큼 잘하죠!)를 하든,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것을 해내는 것’이었죠. 이런 생각이 날 경쟁적으로 만들었어요. 갑자기 ‘제길, 다시 한번 해보자’라고 중얼거리거나 ‘힘내자!’를 외치는 소녀가 되어 있었어요. 반 친구들이 배구 시합에서 강속구로 날리는 내 공을 피할 정도로요. 난 이기고 싶었어요.


피트니스 센터를 다시 찾은 건 스물여덟 살의 빨강머리 시절이죠. 난 헤어스타일로 과거의 시간을 기억해요. 우리 아버지는 40대에 이미 류머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았고 결국 휠체어에 몸을 실었어요. 난 아버지와 같은 운명을 원치 않았고, 무엇보다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누가 서른 살에 무릎이 무너지고 뼈가 부러지길 바라겠어요? 처음엔 개인 트레이너를 구했지만, 그가 보스처럼 굴자 그만두었죠. 다시 말하지만 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받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운동할 때 뭘 입어야 한다는 패션 팁에도 관심이 없어서 유행에 한참 뒤처진 옷차림으로 헬스장을 찾곤 했어요. 운동할 때는 화장도 하지 않고 빗질도 하지 않았어요(타인을 배려해 양치질은 꼬박꼬박 했어요). 덕분에 헬스장은 ‘모양새’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최고의 장소가 되었죠. 내키는 대로 입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 게다가 에어컨까지 있는!


헬스장에 간다는 건 내게 크로스 트레이너 머신을 탄다는 걸 의미했어요. 유일하게 사용하는 운동 기계예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건 신경 안 쓰지만, 낯선 기계 위에서 바보처럼 보이는 건 걱정되더라고요. 로잉 머신도 시도해 봤지만 나랑 맞지 않았죠. 자꾸 앞뒤로 미끄러져서, 이게 운동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트레드밀은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고요. 그래서 구글이 내 개인 트레이너가 되었죠. 뭔가 잘못됐다 싶으면 인터넷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다리가 뻣뻣하고 긴장감이 느껴질 때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몸을 푸는 운동을 했어요. 난 힘이 아주 세요. 고삐 풀린 망아지만큼이나! 숨이 막힐 만큼 남을 끌어안을 수 있고, 악수도 엄청난 힘으로 강하게 하죠. 사실 근육량이 어마어마할 거예요. 한 번도 재보진 않았지만. 어떨 땐 헐크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워낙 뚱뚱해서 목이 없어져버린 것 같으니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크로스 트레이너에 열중하곤 했어요. 


피트니스 센터는 재봉틀 같아요.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용법을 제대로 터득해야 하죠. 그저 무턱대고 천 조각을 들이밀어서는 근사한 드레스를 만들 수 없어요. 클래스에 참여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HIIT(고강도 인터벌 운동) 수업에 한번 덤벼들었다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운동’이란 걸 깨달았어요. 엄청 힘들고, 당치도 않은 운동이었죠. 줌바는 지옥이었고요. 스피닝도 시도할 수 있었지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쨌든 피트니스 센터는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신성한 명상의 장소예요.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해도, 가끔은 혼자 머릿속에서 얘기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몸을 움직이면서 음악을 듣기에도 좋은 공간이죠. 간혹 작업 중인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토리 에이모스의 노래를 더 자주 들어요. 느린 곡을 두 배 속도로 빨리 듣는 것도 좋아해요. 더 나이프(스웨덴의 일렉트로닉 듀오)의 'Heartbeats'를 크로스 트레이너에서 들어본 적 있나요? 당장 해보세요. 온통 나만의 무대가 될 테니까.


헬스장에서 종종 나처럼 뚱뚱한 소녀와 마주치는 때가 있어요. 우린 눈빛만으로도 서로 이해하죠.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알아. 우린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뚱뚱하면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겨요. 운동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나에게 붙은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은 마음을 들킬까 봐 더 두려워하죠. 다행히도 몸을 움직이면 긍정적인 생각이 스며들어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겨요. 뚱뚱해도 괜찮다고, 뚱뚱해도 내 몸을 돌볼 순 있다고,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라고. 누군가와 함께 운동을 다니는 것도 근사한 일이에요. 가식 없는 모습으로 함께 땀 흘릴 수 있다는 건 운동의 흥미로운 측면이죠. 하지만 내 경우에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이에요. 혼자 시계를 들여다보고, 혼자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을 하죠.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해서 가장 엄격하게 처신했던 적은 크리스틴(베스는 동성 연인 크리스틴 오가타와 결혼식을 올렸다)과 결혼할 때였어요. 체중을 감량한다기보다 더 이상 살이 찌지 않게 유지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정말이지 힘들었어요. 장 폴 고티에가 드레스를 만들어줬는데(진짜 순수하고 근사한 드레스였어요), 한 번 치수를 잰 다음에는 엄청난 관리를 해야 했어요. 장 폴 고티에 드레스니까! 그때 깊은 생각에 빠졌죠.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하는 걸까? 이게 진정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식인가? 확신할 수 없었어요.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래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운동하고 싶을 때 운동하자! 사실 붙임머리를 했기 때문에 지난 몇 달간 피트니스 센터에 가질 못했어요. 엄청 비싼 시술이라 머리가 땀에 흠뻑 젖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운동을 할 때는 이 점을 기억하세요. 운동은 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몸과 영혼을 위해서 하는 거란 걸.



MY WORKOUT RULES

● 퍼스널 트레이너와는 운동하지 않기
● 예의상 나누는 인사나 잡담은 생략하기
● 양치질 하기
● 로잉 머신 피하기
● 붙임머리를 했을 땐 운동하지 않기

CREDIT

사진 BRENDAN FREEMAN
글 BILLIE BHATIA
에디터 김아름
번역 권태경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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