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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SUN

JUST I AM

단단해진 유승호

많은 물음으로 가득한 나날을 소리 없이 견딘 유승호는 더욱 단단해졌다

데님 셔츠는 Dior Homme.



가죽 블루종 재킷은 Givenchy by Boontheshop.



화이트 니트는 Sandro Homme. 스카프와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스니커즈는 Armani Exchange.



니트 풀오버는 Man On The Boon. 슬리브리스 니트는 Ports 1961.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와 작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유승호의 진짜 모습으로 살고 있어요.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을 하고 난 뒤라 행복한 마음으로 저로 돌아왔어요.

유승호는 어떤 사람인가요 좋은 사람이라 하기는 그렇고, 나쁘지만은 않다고 해둘게요(웃음).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절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 뭔가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경우가 있겠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가능하면 최대한.

그 말 믿어요. 아역 시절부터 거짓말하기 싫어서 인터뷰를 자제해 왔다고 들었어요 작품 때문에 인터뷰할 때도 뻔하고 형식적인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촬영 내내 즐거웠어요” 같은 말들 있잖아요. 그보다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제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로봇이 아니야> 종영 후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나섰는데 평균 3%대의 시청률 결과만 봐서는 인터뷰를 안 했을 거예요. 예전의 저라면 숨었겠죠. 하지만 <로봇이 아니야>는 시청률 빼고 다 좋았어요. 기대 이상으로 작품이 잘 나왔고, 함께했다는 게 감사해요. 사실 이렇게 소중하고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든 작품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용기를 냈나요 이 작품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나만 좋으면 돼’라는 태도가 이기적일 수 있지만, 결과를 떠나 작품이 좋고 내가 좋으면 힘이 나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드라마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제가 연기한 ‘민규’는 사람을 믿었다가 상처를 받고 ‘인간 알레르기’라는 병을 앓게 돼요. 그런 민규에게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누구나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받잖아요. 아픔을 겪고 사랑의 힘으로 치유된 민규를 통해 이 메시지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느낀 바가 많은가 봐요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만 결국 사람에게 치유받는 게 인간이구나’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그렇다고 제가 크게 바뀐 건 아니에요. 3~4개월 동안 좋은 느낌을 받으며 촬영했지만, 제가 바뀔 만큼 긴 시간은 아니었거든요. 저는 그냥 나름의 방식대로 스스로 치유해요.

어떻게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어떤 고민이든 확실한 답을 얻거나 해결한 적은 없어요. 다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처럼 제가 무뎌지길 기다리는 편이에요.

스캔들 없이 지금까지 잘 왔어요. 자기 관리에 철저하나요 그런 건 아니고요. 정말로 뭘 하는 게 없어요. 집에 있거나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작품을 안 할 땐 아무것도 안 해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많은 연예인이 여러 소통 채널을 열어놓는 것과 달리 유승호의 세계는 연기할 때만 세상과 이어진다는 얘기처럼 들려요 그 표현이 맞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품에 들어가면 제 실제 모습 위에 가면을 씌우고 사람들을 만났어요. 바깥에서는 인간 유승호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왜 그랬을까요 어릴 적부터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저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분들과 촬영하면서 항상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제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졌어요. 사람들에게 진짜 유승호를 보여준 게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힘들어 하면서까지 저라는 사람을 감춰야 하나 싶더라고요. 요즘 시청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잖아요. 진짜 유승호라는 사람을 차근차근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10대 시절의 유승호에게 어떤 조언이 가장 필요했나요 그땐 자신을 너무 감싸 안았어요. 그럴수록 더 혼자가 됐죠. 제가 초래한 결과였지만 혼자라는 것이 썩 좋지는 않아요. 만약 그 시절의 유승호에게 조언을 전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너무 감싸지 않아도 된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줄래요.

미래의 나에게 듣고 싶은 답이 있다면 다른 사람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그걸 더 크게 느꼈어요. 지금 난 괜찮은 것 같은데 고민을 나눌 친구가 필요할까? 그런 사람이 존재할까? 드라마를 통해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확신을 얻었어요. 그러고 나니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방법이 숙제이자 화두가 됐어요.



데님 셔츠는 Dior Homme. 데님 팬츠는 Armani Exchange.



재킷과 화이트 셔츠, 베스트, 타이, 슈즈는 모두 Gucci. 데님 팬츠는 Armani Exchange.



니트 가디건은 Ermenegildo Zegna.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끌리나요 말이 잘 통하면 좋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려워요. 다른 사람들은 쉽게 다가가고 친해지는 것 같은데 저는 왜 이렇게 힘든지.

작품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 어떤가요 일적인 관계는 달라요. 오랫동안 몸담아온 현장이고, 서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잘 맞출 수 있어요.

아역 시절,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요 제가 원해서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죠. 그래서 ‘데뷔 19년 차 배우’라는 말이 굉장히 부끄러워요. 캐릭터에 빠져 이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느낀 것도 얼마 되지 않아요. <군주-가면의 주인> 때부터였을 거예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10년 후가 기대돼요. 10년 동안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지 궁금해요.

과거에는 레고 하나 사줄 테니까 찍자, 그렇게 촬영하곤 했다면서요. 지금은 누구를 위해 연기를 하나요 비록 원하는 꿈은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연기를 해오면서 뿌듯함도 느끼고 즐거움도 많이 얻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도 알게 됐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영화 <집으로>의 꼬리표를 완전히 뗀 지금, 사람들은 유승호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느끼나요 예전에는 성인이 됐어도 저를 어리게 보는 분이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시선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저 20대 중반의 성인 배우,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배우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가진 야망은 뭔가요 연기로 초토화시키고 싶어요(웃음). 배우는 연기를 잘할 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만큼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 빛나요.

카메라 밖에서는 언제 자신이 멋있는 것 같아요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 때요. 친구들한테 “넌 조용히 있어야 멋있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작품 행보를 보면 어려운 캐릭터와 장르를 돌파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즐기나요 그러길 원해요. 하지만 늘 행동으로 옮기는 게 힘들어요. 왜냐하면 무슨 일을 시작하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사람과 가까워지는 걸 고민하게 될까 봐 겁이 나요.

뭘 하고 싶은데요 많아요. 스킨스쿠버, 스카이다이빙, 서핑. 어려서부터 활동적이고 몸을 쓰는 취미를 갖고 싶었어요.

에너지를 쏟아내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요 차를 몰아요. <군주-가면의 주인>이 끝나고 허전한 기분이 들어 취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를 유일하게 좋아해 서킷에서 레이싱을 하기 시작했어요. 차 안에 있을 때 마음이 제일 편안하고 행복해져요. 나만의 공간이고,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답답한 일이 있으면 드라이브를 하거나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요.

차에 빠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유치원 때부터 이유 없이 차가 좋았어요. 차라는 기계 자체가 멋있어 보였어요. 시장에서 미니카 장난감을 팔았는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어머니가 사주지 못하셨어요. 그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제가 성인이 되고 자리를 잡은 뒤, 미니카를 못 사준 게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차에 관한 건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하셨어요.

운전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요 DJ 앨런 워커, 유튜브로 음악 활동을 하는 제이플라, <로봇이 아니야> OST를 많이 듣고 있어요. 특히 OST는 드라마가 끝났어도 가사가 마음에 와닿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마다 들어요.

로드 트립 경험도 있나요 아직요. 기회가 된다면 차로 미국 횡단 여행을 하고 싶어요. 66번 도로인가? 굉장히 긴 도로가 있대요. 지루해도 괜찮으니까 그 길을 따라 질릴 때까지 운전해 보려고요.

차에 빠져 살면 아무래도 여자한테 인기가 없지 않나요 그 인기를 포기해도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차는 제 마음을 설레게 만들어요. 오늘도 드라이브 계획이 있나요 그럼요. 다음 일이 있을 때까지 당분간 차에 빠져 살 생각이에요.

CREDIT

사진 김상곤
스타일리스트 박지영
에디터 김영재
디자인 오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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