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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4. MON

HOW I LIVE NOW

오늘의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이 예술과 사람,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은 더없이 솔직하고 선명하다


코코 카피탄이 대림미술관 전관에 걸쳐 개인전을 연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구찌와의 협업으로 ‘핫’하게 떠오른 젊은 아티스트, 옷과 가방에 덧입힌 낙서 같은 글자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막 스물 중반을 넘긴 그의 포트폴리오와 예술관에 의문을 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형화되지 않은 구도의 사진부터 페인팅, 설치미술 작품까지 전시장에서 마주한 다채로운 작업은 ‘영 아트 스타’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기에 충분했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경험한 고독과 정체성의 혼란, 고향 스페인을 떠나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찾은 런던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 예기치 못한 빅 브랜드와의 협업과 이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유명세와 아티스트로서의 고민까지, 코코 카피탄은 솔직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었다.


구찌와의 협업 화보 ‘Girl in Yellow’, Milan, Italy, 2017 All works ⓒCoco Capitan


구찌와의 협업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이 본인에게 지닌 의미는 구찌와의 협업은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을 뿐 아니라, 내가 예술을 생각하는 방식도 상당히 바꿔놓았다. 알다시피 구찌는 내 사진보다 텍스트 작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솔직히 많이 놀랐다. 좋은 포토그래퍼가 되는 게 내 꿈이었고, 그러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으니까. 그 제안 자체가 지금까지 해왔던 내 작업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후에는 어떤 경계나 작업방식에 있어서 전보다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진실해졌다고 할까? 작품이 지닌 상업적 가치라든지 관객들이 내 작업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게 됐다.

스페인의 올림픽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을 촬영한 사진 시리즈가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싱크로나이즈 선수로 활동했는데, 당시의 경험과 훈련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10 Hours A Day, 6 Days A Week’. 막 연습을 마친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매일 같이 고된 훈련을 반복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선수들이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이루려면 얼마나 집중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전하고 싶었다.

주로 어떤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나 그냥 보통 사람들에게 끌린다. 특별한 것에만 집중하는 미디어에 노출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특별하다. 서울에서 누군가를 찍는다면 한국인 슈퍼모델보다 거리에서 만나는 친절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더 찍고 싶다. 모델들은 이미 자기 사진이 엄청 많을 텐데, 뭐(웃음).

밀레니얼 세대 아티스트라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 스스로 밀레니얼 세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누군가 나를 밀레니얼 세대의 한 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다만 요즘은 그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는 게을러, 아무것도 몰라’라고 하는데 사실 젊은 세대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싫은 걸 참고 견뎌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거나 동기를 심어주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의 것들이 즉각적으로 해결되는 세상에서 태어났으니까. 그건 사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을 나타내고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하지만, 실은 많은 젊은이가 자신이 인생에서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른다.


상상의 쌍둥이 형제를 모티프로 그린 ‘AngelsWalk With Me’, London, UK, 2016


예술을 멀게 생각하는 것 또한 요즘 세대의 특징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예술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과거에는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아닌지 좀 더 명확한 선이 있었지만 요즘은 다르다. 패션은 예술일까? 인스타그램 포스트는? 꼭 갤러리에 걸려 있어야 예술 작품인 건 아니다. 모든 것이 아트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굿 아트’는 아니지만.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로서 자신만의 룰이 있는지 나 역시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게 혼란스럽다. 꽤 자주(웃음). 그렇지만 혼란스러운 감정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선이라면. TV 채널이 1개이고 신문사도 1개이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한 가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걸 알게 된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혼자 뿐이라고 느끼던 사람들도 조금 덜 외롭지 않을까? 하지만 자칫 온 세상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것처럼 느끼는 건 위험할 거다. 아무튼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기회가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질문이 떠오른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꿈꾸는 프로젝트는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지만 내 꿈은 그렇게 크지 않다. 행복한 삶,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 정도면 된다. 오늘 할 일을 다 끝내서 개운한 기분으로 잠들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잠깐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갖거나. 모든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내겐 중요하다. 

요즘 머릿속을 맴도는 문장이 있다면 죽기 전에 살고 싶다(Before I Die, I want to Live). 어떤 일에 목매게 되는 순간이 오면 떠올린다. ‘이 일이 잘못되면 내가 죽나? 노(No)!’ 그러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거지.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전은 2019년 1월 27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CREDIT

에디터 김아름
사진 김성곤, COURTESY OF DAELIM MUSEUM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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