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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THU

FREE AND FIERCE

제이디 스미스라는 이름

무엇보다 지금의 역사를 기록하는 이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제이디 스미스


제이디 스미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 현재 영미권에서 젊은 여성 그룹의 남다른 지지를 받는 작가. 인스타그램에서 ‘#Zadiesmith’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해 보면 무려 2만2000개가 넘는 포스팅이 등장한다. 정작 제이디 스미스는 소셜 미디어를 전혀 이용하지 않지만, SNS엔 그녀의 인터뷰 화보와 함께 멋지게 세팅된 커피잔과 그녀의 책 같은 사진들이 넘쳐난다. 알고 보면 스미스는 등장부터 획기적이었다. 천재성이 빛나는 데뷔작 <하얀 이빨>(2000)은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살아가는 영국의 자화상을 담은 작품으로 영국 문단에 돌풍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집필한 소설은 완성되기도 전에 엄청난 계약금(소문에 따르면 25만 파운드에 달하는)으로 주목받았다. <사인 파는 남자>(2002) <온 뷰티> (2005) <NW>(2012) 등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 역시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평단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켰다. 하물며 내가 스미스를 만나기 바로 전날에도 그녀는 뉴욕 시립대학교로부터 2017년 랭스턴 휴스 메달을 수여받았다. 시인 마야 안젤루와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이 수상한 바로 그 메달 말이다.


맨해튼의 노호 지구에 있는 레스토랑 라파예트에 들어선 스미스는 그레이 컬러의 아크네 롱 코트에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터번을 머리에 두른 차림이었다. 자메이카 출신의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런던에서 자랐지만 10년 전부터 자칭 ‘영주권을 가진 이민자’로서 뉴욕에 살고 있다. 그리고 <하퍼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더 뉴요커> 등의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알 수 있듯, 지금 스미스는 미국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 관심사의 대부분은 흑인 예술가에 대한 것입니다. 스스로를 미국에서 활동하는 흑인 예술가 속으로 투영시키고 공통점을 몸소 느끼는 것이죠.” 인터뷰 내내 스미스는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했다. 그녀는 어색한 침묵을 견디지 못해 사소한 잡담을 나누거나 억지웃음을 짓는 타입은 아니었다. 말수가 적고 오히려 무뚝뚝하며 “기분 나쁘게 듣지 마세요. 아마 인터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걸요” 같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미스는 자신의 솔직한 성격이 상대방의 신경을 거스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때로는 이런 점이 그녀를 곤란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 대학교에서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의 일이에요. 어차피 학생들의 결과물을 평가해야 한다면 모든 학생 앞에서 비평하는 것이 가장 유익하고 교육적일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했더니 결국 학생 한 명이 울음을 터뜨렸죠.”


하지만 스미스가 마냥 차가운 사람이라고 속단하지 말길 바란다. 스미스는 오히려 예리하고 정확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쪽이었고, 대화를 이어갈수록 그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점점 자연스러운 농담을 던졌고, 심지어 내 정신세계에 대해 날카롭고 적절한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단지 그럴듯하게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뿐이다.  “나는 삶의 순간순간을 갈구하는 사람입니다. 살아 있는 척 연기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작가이자 뉴욕 대학교 교수인 스미스는 현재 1년간의 안식년을 보내는 중이지만 결코 한가롭지 않다. 여덟 살인 딸과 다섯 살짜리 아들을 돌봐야 하고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소설가)나 레나 던햄(배우 겸 감독) 같은 친구들도 만나야 한다. 또 읽어야 할 책과 집필해야 하는 책이 한가득 쌓여 있는 이 순간에도 남편인 시인 닉 레어드와 함께 소설 <스윙타임>을 TV 드라마로 각색하는 중이다. 루스 네가와 구구 바샤-로를 포함한 최고 배우들의 출연이 예정돼 있지만, 정작 스미스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뉴욕의 모든 소설가가 TV 쇼를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신나거나 들뜨지 않아요.”



2006년 <타임>이 선정한 ‘100대 영문 소설’에 든 <온 뷰티>. 민음사를 통해 국내에 발간됐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풀어놓은 제이디 스미스의 신간 <Feel Free>.


스미스의 수많은 활동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역시 일곱 번째 책 <Feel Free>(미국에서 2월 발간)일 것이다. 세련되고 독특한 시선으로 고급 문화와 팝 컬처를 폭넓게 아우르는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비롯해 문화 예술 비평과 인종 및 계층에 관한 사려 깊은 질문을 담은 에세이로 가득하다. 늘 그래왔듯이 굉장히 유머러스한 동시에 문제적이다. 명확한 것보다 정의할 수 없는 애매한 개념에 파고드는 그녀 특유의 성향이 그대로 배어 있다. 백인 여성 화가 다나 슈츠의 페인팅 ‘열린 관(Open Casket)’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에세이 ‘Getting in and out’이 대표적 예다. ‘열린 관’은 1955년에 사망한 14세의 흑인 소년 에메트 틸(Emmett Till)의 시신이 관 속에 있는 장례식 사진을 묘사한 작품으로 2017년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전시됐다. 스미스는 에세이에 이렇게 적었다. “이 작품 속엔 흑인들의 고통이 충격적일 만큼 매우 노골적이고 가감 없이 표현돼 있다. 백인 여성 작가가 그린 단 하나의 그림이 어떤 식으로든 흑인들의 고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황이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스미스에게 에세이가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방식이라면 소설을 쓰는 것은 일종의 창의적 관음증에 가깝다. “소설을 쓰는 일은 젊고 잘생긴 남자의 피부 속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일이에요. 매우 자유로우며 해방된 느낌을 받을 수 있죠.” 그동안 그녀는 런던에 사는 유대계 중국인(<사인 파는 남자>)이 됐다가 미국 백인 팝스타의 혼혈 영국인 어시스턴트(<스윙 타임>)로 살아보기도 했다. 불륜을 저지르는 모슬렘 방글라데시인 아버지(<하얀 이빨>) 혹은 불륜을 저지르는 미국인 백인 아버지(<온 뷰티>)로서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요즘은 실존 인물인 1800년대 후반의 영국인 노상강도에게 자신을 투영시키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스미스는 글쓰기 과정을 특별히 즐기지는 않으며, 결과물에 자주 실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는 고집스럽게 글쓰기를 계속한다. 내가 그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스미스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사용하는 우회적이고 완곡한 화법으로 그 이유를 털어놓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초월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일까? “당신을 만나기 전에 허드슨 강변으로 조깅하러 나갔어요. 두 눈으로 햇살을 느끼고 두 귀로는 카니예 웨스트의 가스펠곡인 ‘Ultralight Beam’을 들었죠. 이런 순간이 바로 일종의 초월입니다.” 스미스는 또 종교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녀는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세 종교의 교리를 모두 읽었고 그것들을 설득력 있는 삶의 철학이라고 믿는다. “극히 추상적인 형이상학적 원리로 가정해 보면, 나에게 ‘선함’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신’이라고 부르는 개념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나는 그 둘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철학을 하나의 거대한 호수라고 생각했을 때, 이 호수는 결국 ‘신’, 그러니까 내겐 ‘선함’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흘러들어가는 거죠. 문학은 이 호수에서 파생된 작은 지류 같은 것이에요. 궁극적으로 문학에 참여하는 것은 바로 신에게 가까이 가는 것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CREDIT

글 KEZIAH WEIR
컨트리뷰팅에디터 권민지
사진 JUSTIN ROLLAR/CONTOUR BY GETTYIMAGESKOREA
디자인 전근영
번역 이소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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