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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FRI

MILAN DESIGN WEEK

실험적인 인스톨레이션

1주일간 도시 곳곳을 누비며 수집한 2018 밀란 디자인 위크

박람회장 내 비트라 부스는 <네 개의 콜라주, 다섯 개의 뉴스, 여섯 개의 윈도 그리고 고래 한마리>라는 제목 그대로 비트라의 디자인 위로 고래를 데려다놓았다.


이탈리아 밀란에서 매년 4월에 열리는 밀란 가구박람회.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하고 650여 명의 디자이너가 모이는 거대한 디자인 축제는 크게 시 외곽의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전시와 시내 한복판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로 나뉜다. ‘밀란 디자인 위크’로 지칭되는 열흘 동안 시내 중심가, 특히 브레라 지구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디자인 브랜드와 디자인 관련 브랜드의 매장은 아예 일상 영업을 포기(?)하고 이벤트와 전시, 파티를 연이어 개최한다. 이곳에선 패션위크나 미술 비엔날레와 달리,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어린이나 노인, ‘디자인 덕후’ 혹은 문외한 등 일반인 모두가 환영받는다(초대받은 사람만 입장 가능한 프리뷰만 제외하면). 그 때문인지 매년 규모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 전시는 특별한 아이디어,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꾸며져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밀란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정도. 디자인이란 공통 키워드 아래   각양각색의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는 곳, 다채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1주일의 기록을 모았다.



실험적인 인스톨레이션

밀란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이 박수받는 자리는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디자인은 더 이상 없을 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더욱 근원적 질문에 다가서려는 디자인계의 치열한 작가 정신이 돋보인다. 실험적인 영역까지 아울러 디자인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설치미술과 전시들.



스나키텍처와 협업한 자재 브랜드 케사르스톤의 물에 관한 전시 <Altered States>.


케사르스톤 <Altered States>

뉴욕에 기반을 둔 디자인 스튜디오 스나키텍처와 손잡은 설치미술 작업. ‘물의 순환’을 주제로 물이 고체(얼음), 액체(물), 기체(수증기)로 변화하는 모습을 전시장 가운데 거대한 센터피스에서 보여주면서, 가정 내에서 가장 ‘소셜’한 공간이자 순환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부엌이라는 메시지를 연결했다. 부엌을 등장시킨 이유는 케사르스톤이 부엌 가구나 싱크대에 들어가는 상판용 대리석이나 쿼츠를 생산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할 때 가장 필요한 요소가 물이기에 물과 부엌을 연결했고, 물이 흐르는 센터피스는 케사르스톤이 개발한 소재와 색상을 똑같이 적용해서 제작했다. 또 바닥은 흰 모래로 가득 채우고 주위에 250개의 원기둥을 설치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소니의 인체 반응형 신기술들을 선보인 전시 <hidden Senses>.


소니 <Hidden Senses>

소니는 기술이 가구와 만나 라이프스타일을, 나아가서는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변화를 전시했다. 네모 프레임을 벽에 갖다대면 그 안에 화면이 나타난다거나, 마치 살아 있는 듯 인간의 움직임에 반응해 자동으로 소리와 색깔과 그림자 등을 조정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특이한 것은 상용화된 제품이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전시장에 직접 머물며 자신이 연구 중인 기술 자체를 설명했다는 점이다. 기업이 단지 물건을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바뀌고 그 모습 속에 소니의 기술이 어떻게 접목되고 작용하는지를 보여준, 철학적인 접근이었다.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의 전시 <Forms of Movement> 중 구부린 폴리카보네이트를 가구의 소재로 제안한 형태.


넨도 <Nendo: Forms of Movement>

올해 넨도는 여느 해처럼 다양한 브랜드와 여러 개의 디자인을 발표한 동시에, 개념적인 단독 전시도 열었다. 10개의 일본 로컬 ‘제조업체’를 선정해 넨도의 디자인을 해당 제조업체들이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그들이 가진 독보적인 기술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했다. 금형 제조업체가 스틸을 격자로 엮어 만든 테이블을, 지퍼 업체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돌아가도록 만든 지퍼를 제작하는 식.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제조사의 기술력을 결합해야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작업들을 나열해 디자인 과정 속의 원초적 요소들을 영리하게 선보였다. 디자인 스튜디오가 지나치게 거대해졌다는 둥, 상업적이라는 둥 앞서가는 이가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구설들을 아주 통쾌하게 반박하면서 본연의 저력을 확실히 입증했다.

CREDIT

컨트리뷰팅에디터 이경은, 김이지은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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