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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7. FRI

ART BASEL HONG KONG 2018

홍콩이 뜨거워

올해 홍콩은 세계 미술 시장의 '대세'임을 분명히 확인시켜 줬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무라카미 다카시, 쩡판즈의 작품을 중심으로 부스를 구성했다.


도시 전체가 전시장으로 변한 홍콩.


김구림 작가의 미니 전시와 수보드 굽타의 설치 작품이 돋보였던 아라리오갤러리.


지난 3월 31일, 제6회 아트 바젤 홍콩이 막을 내렸다. 32개국 248개의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11개 갤러리가 작품을 선보였다. 모던 아트와 컨템퍼러리를 망라하는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은 1970년에 설립됐으며, 스위스 바젤과 미국 마이애미에 이어 2013년부터 홍콩에서도 시작됐다. 그리고 아트 바젤 홍콩은 단숨에 아시아 최대 아트 페어로 성장해 세계 미술의 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다. 홍콩컨벤션센터(HKCEC)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방문객 수가 8만 명에 육박했고, 프리뷰 첫날부터 인기 작가 작품의 솔드아웃 소식이 이어졌다.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교수이자 커먼웰스 앤 카운실(Commonwealth and Council) 갤러리 공동대표로 페어에 참여한 김기범은 아트 바젤 홍콩이 이미 마이애미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번 아트 바젤 홍콩은 아시아가 세계 미술의 중심이라는 걸 증명했습니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Hauser & Wirth Gallery)와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가 H 퀸스 빌딩에 갤러리를 오픈한 것만 봐도 아시아가 얼마나 중요한 시장인지 알 수 있어요.” 층층이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입주한 홍콩 센트럴 지역의 H 퀸스(H Queen’s) 빌딩은 그야말로 화제였다.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가 선보인 마크 브래드퍼드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50명이 넘는 수집가들이 경쟁했고,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스타 작가 제프 쿤스가 방문해 관람객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그의 거대한 새 조형 작품은 이번 아트 페어 최고의 인기 촬영 스폿이었다. “페어 부스에서 큰 판매가 이뤄졌고, 갤러리에서도 볼프강 틸먼스의 사진 전시가 호평을 받았지요.” 데이비드 즈위너 대표는 아트 바젤 홍콩이 불러모으는 컬렉터의 수준과 숫자가 매년 강력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트 바젤 기간에 전해진 갖가지 뜨거운 뉴스도 분위기를 돋웠다. 먼저 세계적인 컬렉터 부디 텍(Budi Tek)이 설립한 상하이 유즈 미술관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조우를 꼽을 수 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인 부디 텍이 LACMA에 컬렉션을 기증하고 재단을 만든다는 소식에 모두가 놀랐고, 전례 없는 동서양의 컬래버레이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근 LACMA의 마이클 고번(Michael Govan) 관장이 다수의 스태프와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암으로 고통받던 부디 텍이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소더비와 함께 세계 3대 경매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필립스의 한국 진출도 화제를 모았다. 그간 준비해 오던 서울 공간 오픈이 4월 말로 전격 확정된 것. 필립스는 이번 페어 기간에 맞춰 홍콩 사무실 전시장과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프리뷰 전시를 가졌다. 그간 아시아 미술 열풍의 중심은 단연 중국이었고,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그 수준이나 지속성이 의문시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아트 페어에서 중국과 아시아 미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갈라 포라스 킴의 작품을 출품한 LA의 커먼웰스&카운실 갤러리.


하우저 앤 스 갤러리는 H 퀸스 빌딩에도 개관하며 페어의 분위기를 달궜다. 사진 속 작품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형물 ‘Cell’.


그렇다면 홍콩에서 한국 갤러리와 미술가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먼저 해외 갤러리 부스에서 이우환, 이불, 서도호, 양혜규, 송현숙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의 활약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반가웠다(때마침 남춘모와 양혜규의 2019년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 개인전 소식이 전해져 박수를 받았다).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리안갤러리, 우손갤러리 등과 같은 국내 갤러리의 선전도 기대 이상이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김선희 관장은 단색화 이후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작가의 역량이나 상승세가 더 이상 단색화의 인기에 기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리안갤러리는 남춘모, 이건용, J. Park(박종규), 하태범의 작품을 출품해 한국 작가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역사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으로 부스를 구성한 것. 아라리오갤러리는 거장 김구림의 미니 전시를 개최했고,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우손갤러리는 이강소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BMW 아트 여행(BMW Art Journey)’에서 선정한 디스커버리 섹터 3인의 미술가에 포함된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 갈라 포라스 킴(Gala Porras-Kim)의 활약도 반갑다. BMW 아트 여행의 명성은 제1회 수상자인 사운드 아티스트 샘슨 영(Samson Young)이 베니스비엔날레 홍콩관 대표로 참여하며 더욱 견고해졌다. 갈라 포라스 킴은 연구를 중심으로 작품에 임하는 젊은 작가이며, 인간의 개입과 문화유산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commonwealthandcouncil.com). 홍콩의 봄은 미술을 사랑하는 세계인을 위한 축제와 함께 시작했다. 아트 바젤 전시장 길 건너편에서 열리는 위성 페어인 아트 센트럴(Art Central)에는 총 104개의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두 전시장을 연결하는 해변에는 ‘하버 아트 조각 공원’이 만들어졌다. 아트 바젤과 손잡은 여러 기관들의 다채로운 전시도 가득했다. 해양박물관에서 열린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전시는 시작하기도 전에 작품이 솔드아웃됐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도심 속 작은 숲 같은 문화공간인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에서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이 열렸다. 길은 막히고 택시는 잡히지 않았지만, 멋지게 차려입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홍콩이 부럽다. 쇼핑의 천국답게 미술품 거래에도 세금이 붙지 않고, 비거주인 거래 시 0.5%의 세금만 부과된다. 거래의 투명성이나 국가 지원 정책에서도 고려할 부분이 많다. 데이비드 베컴은 진작에 다녀갔다니, 소문난 미술 애호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마돈나를 홍콩에서 만날 날이 머지않은 듯. 미술은 이제 소수의 사치가 아니라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과 통한다. 금융과 쇼핑의 도시에서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 중인 홍콩에 부는 바람, 그 바람이 한국에도 불어오길 기대해 본다.

CREDIT

에디터 김아름
글 이소영(칼럼니스트)
사진 COURTESY OF HONG KONG ART BASEL, ART CENTRAL, HONG KONG TOURISM BOARD
디자인 황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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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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