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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1. SAT

YOUTUBE RULES

모든 건 유튜브로 통한다

유튜브가 세상을 어떻게 점령했는지 알아야 할 때


“아이 쎄이 오지고!” 영상 속 외침에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이 “지리고”로 회답했다. 채널 구독자 수 72만 명, ‘병맛 더빙’으로 유명한 유튜버 장삐쭈는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영상을 보내는 쪽을 택했다. 대도서관과 영국남자, 씬, 정성하 등 인기 유튜버들이 팬과 만나는 ‘2018 유튜브 팬페스트’에서 나는 홀로 20세기에 머무르는 사람 같았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함성을 보내는 부모, 이 현장을 라이브 스트리밍하기 위해 스마트폰 거치대를 들고 앉은 사람들을 쭈뼛쭈뼛 지켜보던 옛날 사람(바로 나!)에게도 장삐쭈의 이 말은 기억에 남았다. “여러분은 행운입니다. 상상력이 돈이 되는 시대에 태어났으니까요.”


정말 그럴까? 책과 영화, 미술과 음악처럼 우리가 의심 없이 창작의 영역에 있다고 믿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유튜브 속 다양한 영상 역시 상상력의 새로운 산물이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현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유튜브를 둘러싼 숫자들을 살펴본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발표에 따르면 10대와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네이버, 네이버 웹툰 앱을 사용한 모든 시간을 합해도 유튜브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하니 압도적인 승리다. 30대는 카카오톡, 40대는 네이버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2위인 유튜브와의 차이는 근소했다. 2년 전인 2016년 3월 유튜브에 79억 분을 머물던 사람들이 지금은 총 257억 분을 머문다. 아프리카, 판도라 TV 등 기존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1인 크리에이터들은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게 필수가 됐고, 연예인들은 유튜버 채널을 연이어 개국한다. 인터넷 스타들을 관리하는 기획사 역할을 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의 사업 규모도 놀랍다. CJ E&M 다이아 TV에 소속된 1인 창작자만 400팀 이상, 1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MCN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서점가에 ‘유튜브로 부업하기’ 류의 책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경제지 <포브스>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영국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대니얼 미들턴은 지난해 무려 180억 원을 벌어들였다. 장난감 리뷰로 수익 120억 원을 기록한 어린이 유튜버 라이언은 고작 여섯 살이다. 심지어 라이언의 부모님이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한다니, 21세기 가업의 풍경이란!


‘나만 몰랐던’ 유튜브 시장을 둘러싼 숫자들에 두 눈이 휘둥그레질 무렵, 킷스튜디오의 고지현 대표를 만났다. CJ E&M이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13년 업계에 발을 디딘 이후, 현재 구독자 250만 명의 인기 채널 <영국남자 Korean Englishman>의 파트너로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유튜브의 생태에 대해 가장 명확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MCN이 범람하는 지금, 1인 창작자들이 개별 콘텐츠에 집중해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느냐는 거예요. 1인 창작자의 영향력이 커진 후 브랜드나 마케팅 관계자에게 어떻게 해야 효과적 협업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만드는 것이 콘텐츠이지 광고가 아니라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답하죠. 이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콘텐츠로서도, 광고로서도 힘을 잃은 영상이 탄생하고 말거든요.” 이미 구독자들과 신뢰 관계가 구축된 <영국남자>가 도약을 위해 선택한 방식은 이 규칙을 충실히 따른다. 내한한 <킹스맨 2>의 배우들과 만난 영국 남자 조쉬가 한 일은 기존 방송에서 늘 하던 ‘한국 음식 먹기’였으니까. ‘한국 치맥을 처음 먹어본 킹스맨 배우들의 반응’이란 제목으로 업로드된 영상은 공개 6개월 만에 500만 회에 가까운 뷰를 기록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유럽의 스포츠 전문 채널 유로스포츠와 협업해 국가대표 선수들과 한국 캔음료 및 치즈등갈비를 시식하는 시리즈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사, 방송국 등 기존 미디어(Legacy Media)와 만나 브랜드의 가치를 올린 것이다. 그보다 더 앞선 2017년 10월, <영국남자>의 인기 에피소드들은 JTBC2에 ‘역수출’ 방영되기도 했다.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둔 일이었는데 시청률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방송사 측에서도 평소 시청자층보다 젊은 타깃층이 유입됐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죠. TV와 유튜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콘텐츠는 앞으로 계속 나올 겁니다.” 고지현 대표의 이 말은 명백한 미래다. 전문가들 역시 스크린 사이즈 등 기술적 구현의 차이는 있겠지만 TV 미디어와 모바일 미디어 간의 콘텐츠 속성 차이는 꽤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TV가 페이스북과 구글(유튜브), 애플 같은 모바일 미디어의 부가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뉴욕, LA, 시카고 등 미국 5개 지역에 40여 개의 채널과 유튜브 레드, 구글 플레이 뮤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유튜브 TV가 론칭하면서 이런 예측은 더 힘을 얻게 됐다.


2016년 필리버스터 당시 TV도, 네이버 TV도 방영해 주지 않던 영상을 실시간 보기 위해 유튜브를 찾았던 것을 기억하는가?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기존 언론사들 역시 유튜브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언론사 중 유튜브 구독자 수 1위인 JTBC 뉴스의 구독자 수가 50만 명을 돌파한 지난 11월, 손석희 사장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분이 유튜브를 통해 저희 <JTBC 뉴스룸>을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영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 옛날 비디오테이프에 ‘호환마마와 전쟁보다 무서운 불량 불법 복제 비디오’ 경고 영상을 넣었던 심의위원회의 심정이 이랬을까? 이 모든 전망과 분석을 뒤로한 채 여전히 ‘오지고 지리고’를 함께 외치지 못하는 내가 있다. 기존 미디어의 태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10대가 독서 대신 유튜브 채널 속의 넘쳐나는 영상을 소비하는 것을 염려하고, 먹방과 ASMR 같은(어른들은 도무지 왜 보는지 모르는) 장르가 인기를 끌 때마다 그 현상을 분석하려 애쓴다. 첫 번째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유튜버 영상은 21세기식 상상력의 산물인가? 궁금증을 담아 장삐쭈에게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다. 돌아온 답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창작자들 역시 이런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유튜버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일시적으로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었다면 저는 실패했을 거예요.” 장삐쭈의 말이다. “대학생, 직장인, 고등학생과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집단 구성원이 살아가는 방식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이야기 중심으로 끌고 나갔기에 과분하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생들에게 유튜버가 장래 희망인 세상이잖아요. 도덕적 선을 넘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해요. 유튜브 콘텐츠가 창작물로서 인정받도록 인식을 바꾸는 데 제가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죠.” 장삐쭈는 잘못된 가치관이나 단어 사용이 창작자로서 자신의 수명을 끝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앙 기모띠’처럼 여성 혐오 요소가 짙은 표현을 사용해 비판받기도 했지만 SNL, 콜롬비아나, 배달의민족 같은 메이저 브랜드들과 협업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사회가 용인하는 선을 지키며, 기본적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영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1인 창작자가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선 상업적 성공은 필수다. 그리고 바로 이 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유튜브 콘텐츠의 다양성과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는 절대적인 구독자 숫자보다는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한 채널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요. 소비력과 구매력을 가진 구독자가 시청하지 않는 콘텐츠의 경우 성장의 한계가 있어요. 정작 그 채널을 보는 10대는 별로라고 느끼는데 광고주만 만족하는 콘텐츠가 탄생하기도 하고요.” 고지현 대표의 말이다. 창작자를 향한 애정과 믿음이 형성되고 광고가 콘텐츠의 기본을 해치지 않는 한, 최근의 구독자는 광고를 문제 삼지 않는다. 상업 콘텐츠로 한 발 앞서 자리 잡은 웹툰의 경우 만화 속 간접광고를 발견한 독자가 먼저 “광고주님, 저희 작가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저런 점이 좋다는 ○○○ 제품 아닙니까?” 하며 댓글을 다는 게 흔한 풍경이 됐다. 고지현 대표는 “저연령층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현재 상황을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지금의 10대에게 인기 유튜버의 근황, 새로 업로드된 영상은 일상적 대화 소재다. 유튜브 문화를 가장 활발하게 소비하는 주체가 10대인 만큼, 현재 유튜브의 인기 콘텐츠인 게임 영상과 먹방이 20~30대 여성이 즐기기에 충분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영원히 <뽀로로>와 <상어 가족>을 보는 아이가 없는 것처럼 이들 또한 성장하면서 채널을 옮긴다. ‘이런 걸 대체 왜 보는 거야?’라고 묻는 질문은, 그래서 무용하다. 변화는 항상 생각보다 빠르다. 아이들의 문화로 취급되던 국내 유튜브 시장에 최근 1년 새 50대 이상의 중년층이 무서운 속도로 유입됐다. 닐슨코리아클릭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전체 이용자 2400만 명 중 50대 이상의 비율은 700만 명으로 전체의 29%에 달한다. 이들은 어떤 영상을 소비하고, 또 어떤 영상을 만들어낼까? 하긴 돌이켜보면 유별난 것은 유튜브뿐이 아니다. 집집마다 거실에 있던 TV가 사라지고 손에 쥔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풍경에 금세 익숙해진 것처럼 지금의 유튜브를 둘러싼 풍경 역시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변화에 가깝다. 방향은 정해졌다. 이 흐름을 여전히 팔짱 끼고 지켜볼지, 적극적으로 탐사하는 쪽이 될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다. 



TALK WITH CREATOR
정체가 궁금한 ‘병맛더빙’ 유튜버 장삐쭈의 머릿속


유튜브 팬페스트에서 “여러분은 행운입니다. 상상력이 돈이 되는 시대에 태어났으니까요”라는 말을 했어요. 어떤 의도였나요 말 그대로 엉뚱한 상상을 영상으로 풀어내면서 괴짜들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였어요. 저는 선생님들 성대모사 하면서 친구들을 웃겨주는 전교 꼴찌였어요. 하지만 그 재능으로 지금은 구독자 70만 명이 넘는 유튜버가 됐죠.
‘병맛더빙’ 영상 한 편의 길이는 1-2분 정도지만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돼요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도 노동이라면 꽤나 많은 노동을 하죠(웃음). 저는 한번 집중하면 영상이 완성될 때까지 절대 일어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려요 제가 구상한 스토리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는다는 생각으로 몰입을 하는데 그 시간이 8-1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샌드박스 네트워크라는 소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1인 크리에이터라고 하잖아요. 처음엔 저 혼자서도 충분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하는 시간이 늘고 한계가 오더군요. 소속이 생긴 이후 작년 10월에 애니메이터를 회사에서 채용해줬고, SNL이나 콜롬비아나, 평창올림픽, 배달의 민족 같은 큰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운영기획자 역할을 맡는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팀장, 그리고 저와 애니메이터, 최근 새로 합류한 작가가 제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어요.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웃기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겁니다.
20, 30대 여성들에게 ‘앙기모띠’라는 용어 사용이나 남성이 여성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장면을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해요. 예전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들에 대해 문제 의식을 표한 바 있는데 스스로 정한 '선'이 있나요 ‘병맛더빙’이라는 장르 자체가 장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마이너해요. 더 많은 시청자들을 모으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욕을 했다면 아마 저는 실패했겠죠. 스토리 중심으로 끌고 나간 덕분에 과분한 인기를 얻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마이너한 장르를 대중적으로 만들려다 보니 괴리감도 느끼죠. 사회가 용인하는 선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이슈라고 해서 제 신념에 위배되는 단어나 소재를 쓰지도 않고요. 정말 비판하고 싶은 것, 이건 아니다 싶은 것만 소재로 사용해요.
스스로 타겟팅한 ‘장삐쭈’의 구독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영상마다 달라요. 어떤 작업은 대학생, 어떤 영상은 직장인, 어떤 영상은 고등학생, 어떨 땐 자영업자들을 타겟팅할 정도로 변화무쌍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해요. 그리고 각 집단 구성원들이 어떤 감정을 공통적으로 느끼는지도 고민하죠. 짧고 웃긴 제 영상들이 생각보다 사회를 깊숙이 관찰하고 고민을 한 결과물들입니다.
유튜브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요.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지속성이죠. 단어선택, 잘못된 영상 한번으로도 큰 타격을 입어서 복귀하기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편견이나 색깔없이 웃을 수 있는 순수 개그만화를 만들고 싶어요. 물론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풍자도 가미해야겠죠.
고민을 하면서도 계속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 있다면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장삐쭈는 아직 건재하다’라는 걸 계속해서 증명해 나가고 싶어요. '그래 이정도면 많이 웃겼어' 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장삐쭈 노잼 됐다’는 댓글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겁니다.


Creator’s Favorite <아빠의 비밀>편

CREDIT

에디터 이마루
참고서적 <유튜브 온리>(노가영 지음)
아트디자인 이상윤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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