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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1. SAT

SENSE AND SENSIBILITY

새와 나

예술을 이성적으로 봐야 하는가, 감성적으로 봐야 하는가


보통 전시라 하면 감상해야 할 작품이 확실하게 있는데, 이 전시는 뭘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벽에 설치한 새 작품들은 전시의 ‘가짜 주인공’이에요. 사람들이 이를 보고 “미술 작품인가? 뭐지?” 하게끔 의도했어요. 전시공간이 정해지면 작가는 그곳을 채워야 한다는 굉장한 부담이 있어요. 이곳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가 있는 강남은 아주 번잡하고 화려하며 다이내믹할 것 같잖아요. 그 느낌과 대조되도록 전시공간은 휑하게 비워보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어 어색해하는 감정이 이곳의 공기를 채우는 것도 작품의 연장으로 볼 수 있어요.
새를 작품의 등장인물로 삼은 이유는 비둘기 똥 때문에 이웃집과 크게 싸운 일이 있었어요. 평소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라서 저로서는 가장 비이성적인 대응이었고, 그래서 그 사건이 개인적으로 너무 강렬했어요.
설치미술 작품 중에 참새, 비둘기, 닭, 오리 등 다른 종류의 새들도 보여요. 그중에 캐나다 구스가 있던데 영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왔을 때 굉장히 추웠어요. 한국의 겨울은 롱 패딩 없이 지낼 수 없다는 걸 몰랐죠. 사람들이 구스가 어쩌고, 오리가 어쩌고 하는 걸 보면서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했어요. 브랜드 이름조차 캐나다 구스라니.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논쟁에 휘말린 캐나다 구스가 제 고민과 맞닿은 면이 있어서 전시에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별로 대단한 이유 없이 새를 골랐다고 강조하고 있네요 미술이라는 게 항상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만드는 면이 있어요. 마르셀 뒤샹 이후 현대미술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져요. ‘예술=설명 안됨’이라는 명제 뒤에 숨어 ‘절대적 창작자’라는 신화를 만드는 게 싫어요. 저라는 작가 역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나는 태생부터 작가’라는 게 말이 안 돼요.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다 보니 내 논리가 타당하고 확실한지,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의미가 부여됐는지 검열하게 되더군요. 그 과정이 지속되다가 근원적인 고민을 하게 됐고, 다시 반작용이 생기면서 이번 전시에 이르렀어요. 제 기준에서는 가장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어요.
설치미술 작품 외에 음향과 조명이 주는 효과도 있어요. 작가가 연출가처럼 음악이나 조명도 잘 알아야 할까요 영화감독 수준의 멀티미디어에는 관심 없어요. 이번 전시는 로파이(Lo-Fi)를 의도하긴 했지만, 그에 딱 맞는 장치를 구하는 과정은 어느 작가나 비슷하게 기획적이에요. 조명은 원래 교회에서 목사님을 비추는 용도인 것을 구해
제 작업에 맞게 조율했어요. 음향은 사운드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고, 설치물은 을지로의 커팅 업체 사장님께 빌다시피 해서 만들었어요. 이런 과정과 행위를 작가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이 또한 작가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미술은 일상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하면서도 뭔가 대단해야 한다는 딜레마 이야기네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큐레이터와도 미술의 양면성을 실감했어요. 전시 자료를 쓸 때조차 새롭게 접근해 보려 애썼고, 거창해 보이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동시에 제가 극단적인 행동파도 아니고, 천지개벽을 이룰 수도 없으며,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나 싶었어요. 정해진 답은 없어요. 다만 제 전시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느끼고, ‘어쩌면 미술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있을 거야’라고 여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김민애 작가의 개인전 <기러기 Girogi>는 5월 13일까지 열린다. 부조, 음향, 무빙 라이트로 구성된 신작을 통해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장소는 아뜰리에 에르메스.

CREDIT

사진 장엽
컨트리뷰팅에디터 이경은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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