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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WED

VEHICLE&ARCHITECTURE

미래와의 합승

앞으로의 10년이 자동차의 역사 중 가장 큰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다. 건축은 그리는 대로 가능해질 것이다


미래와의 합승

“미래에는 사람이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것이다. 2t이 넘는 살인 기계를 도로에 몰고 다니는 것과 같으니까.”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의 주장대로 미래에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배경에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숨어 있다. 자율주행 기술개발의 시작은 노약자나 장애인 등 운전할 때 불편한 이들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작과는 달리 2035년이면 전체 자동차의 75%가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만큼 관련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아우디의 신형 A8만 봐도 그 미래가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A8은 운전자가 페달과 운전대에서 손과 발을 뗀 채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는 레벨 3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이 기술이 대중화되면 운전자의 스마트폰 사용은 지금처럼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로 바뀌는 건 비단 우리 삶뿐이 아니다. 성능을 가장 중요시하던 과거와 달리, 미래의 자동차 기업은 인테리어, 텍스타일, 게이밍, IT 등 그 외의 것에 무게를 둔다. 단편적인 예로 운전석이 사라진 실내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는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게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미래에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더 소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거세다. 이유는 공유 자동차의 발전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카 셰어링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6년에는 35만 명이었던 사용자가 2014년에는 약 500만 명으로 늘어났다. 국내만 해도 2014년 쏘카의 회원 수는 단 3000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회원 수 240만 명, 매출은 908억 원을 기록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단순한 공유 자동차를 넘어 새로운 개념의 교통 통합 시스템을 개발 중인 나라도 있다. 바로 핀란드다. 차가 없더라도 이동이 불편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교통 통합 시스템(모빌리티 앱)을 계획하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정액 요금을 지불하면 택시와 버스, 지하철, 렌터카 등 다양한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교통 패키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실용화되면 전 세계 교통수단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탈것을 둘러싸고 다양한 예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환경에 유해한 내연기관 퇴출 정책으로 인해 지금으로부터 20년 후 유럽 전역에서 휘발유와 디젤로 구동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화성을 오가는 스페이스 택시를 만들겠다는 우버의 우주 계획이나, 최고속도 1280km/h로 샌프란시스코에서 LA를 30분 만에 주파하는 지하 터널의 현실화에 의문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는 단순한 선형이 아니라 지수함수적으로 이뤄진다. 머지않은 시간에 우리는 이 모든 걸 경험하게 될 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130년간 이어져온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 중 가장 큰 변화의 시기라고 말한다. 그날들을 살아가게 될 우리는 행운아다.




그리는 대로 가능한 건축의 미래

기술의 발달로 건축계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완벽성’이다. 시공이 정교해지고 제작 단가가 낮아진 덕에 과거에는 대자본이 소요되는 건물에서나 보여지던 조형적 완벽성이 일반 주택까지 내려온 것이다. 한편 대형 미술관이나 랜드마크들은 이전보다 한참 더 과감한 곡선이나 날 선 직선 표현으로 관람객들에게 미래 공간에 들어선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는 대로 표현되는 시대’가 도래한 원인의 한 축에는 3D 프린트 기술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 3D 프린터를 사용해 단 며칠 만에 건물을 지어 올렸다는 기사를 접했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만일 이 같은 기술이 널리 상용화된다면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과 같이 복잡하고 예술적인 건축을 서울에서 만나게 되거나, 보통 사람들도 집 안을 직접 디자인해 우주 공간처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행복한 가정’ 하면 떠올리는 큰 TV, 가죽 소파, 4인용 식탁, 책꽂이와 액자 등의 요소들이 이미 미국과 유럽의 신(新) 디자인 트렌드에서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 하우징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날로그적 요소들이 철저히 배제된 주거공간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에 의해 구현될 신세계에 대한 동경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류가 두려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인 ‘자연 파괴’가 심각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예전의 디자인과 삶의 예술들을 찾으려 할 것이다.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으로 실내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환경 변화에 따른 농업의 위기로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맛봤던 다양한 채소를 직접 먹을 기회가 적어진다면? 자연에 대한 동경은 이미 지난 2017년에도 세계적인 건축가들에 의해 표현되고 있다. 기존 건축과 도시환경 디자인에서 자연물은 메인 건축을 돋보이게 해주는 보조자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자연물을 메인으로 하거나 동등한 중요도로 배치하는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쿠마 켄고가 디자인을 공개한 프랑스의 에코-럭셔리 호텔은 파사드 층층이 풀과 나무로 뒤덮여 정글 속에 지어진 집 같다. 먼 훗날 자연에 대한 인류의 갈망은 점점 커질 것이고, 고도로 발전한 기술을 통해 ‘인공의 대자연’이 그려질 것이다. 도시 한복판에 홀로그램으로 아마존 숲과 무지개, 사슴들이 뛰어다니는 인공 낙원이 펼쳐질 수도 있다. 집은 먼 훗날 많은 그리운 것들을 추억하는 그리움의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노동에서 해방되거나 일자리를 빼앗긴 채, 스크린 액자에 옛날 풍경이나 물건을 전시해 두고 지난날의 향수를 음미하며 길어진 수명을 묵묵히 견디는 인생. 분명한 것은 미래의 풍경은 결국 현재의 우리가 디자인한다는 사실이다.

CREDIT

글 안효진(자동차 칼럼니스트), 정은(디자인·문화 전문 집필가)
에디터 김아름, 김영재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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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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