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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2. FRI

NEO ORIENTALISM

동양의 멋

카페와 바 등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재해석되고 있는 21세기식 오리엔탈리즘


아라리오브네 @arari_ovene

여백이라는 동양 미학을 가까운 곳에서 체험하고 싶다면 연남동 아라리오브네로 향하면 된다.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온통 새하얗게 칠한 뒤, 테이블과 소반을 띄엄띄엄 놓은 내부는 디저트 카페라는 명칭이 머쓱하게 느껴질 정도. 오래된 주택 특유의 기와지붕에 반해 이곳을 택했다는 고아라 대표는 외할머니의 개다리소반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 취향이 도자기 주전자, 달을 닮은 조명, 전통 거실장까지 연장됐음은 물론이다. 반대쪽 벽에는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프린트해 붙여놓았다. 컬러플하고 대담한 선은 의외로 정적인 공간과도 잘 어울린다. 좋은 취향은 동서양이라는 경계 없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다. 
 



서울번드 @seoulbund

서울번드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동아시아의 다양한 취향을 서울에 전시하는 항구(Bund)가 될 것을 목표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의 리빙 제품을 소개한다. 까다로운 심미안으로 제품을 고르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동양적일 것. 그러나 예스럽지 않고 동시대적일 것. 창호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로고를 전면에 걸고, 진녹색과 금색을 주조로 새롭게 꾸민 쇼룸은 서울번드의 이런 정체성을 한눈에 드러낸다. 진열장에 놓인 유기 커트러리와 현대적인 손잡이의 도기, 찜기와 그릇, 의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사용하기에도 충분히 실용적이다. 전통을 보전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바라봐도 말이다. 




이이알티 @eert_eeffoc

정적인 분위기,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를 깐 좌석 때문에 ‘교토 같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하지만 정작 이이알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키워드는 나무다. 다이칸야마의 한 공원에서 마주친 풍경에 반해 나무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 은행과 단풍, 벚나무와 대추나무, 감나무로 둘러싸인 지금의 자리를 발견했다. 가구는 물론 바닥과 벽, 편백과 향나무를 마음껏 사용한 실내는 도자기와 자기 등 갖가지 소품을 돋보이게 해주는 훌륭한 배경이 된다. 벽 전체를 과감히 목재로 덮고, 작게 낸 창에 도자기 하나만 올려둔 광경은 건축가 쿠마 켄고를 향한 강동호 대표의 마음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망원도 @mangwondo

망원동 한복판의 건물 꼭대기를 호기롭게 점령한 망원도. 도교적인 네이밍 센스를 발휘한 망원도는 대놓고 아시안 바이브를 지향하는 바(Bar)다. 루프톱 바라는 표현이 쑥스럽지 않은 이 공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다름 아닌 불상 오브제. 명상과 디제잉에 관심이 많은 김박영 대표가 태국과 미얀마를 여행하는 사이, 한국의 불상과는 다른 남방불교 불상의 매력에 빠진 탓이다. 조경 전공자의 장기를 살려 불상 주변 식물 또한 모두 생화로 꾸몄다. 불상 아래에 놓인 조명이 또렷해지는 밤이 되면 불상의 인상은 자뭇 험악해진다. 선과 악, 자연과 종교적 이미지가 뒤섞인 오묘한 공간. 오리엔탈리즘을 해석하는 망원도만의 방식이다. 




리마장 @leemajean82

믿음직한 바, 볼트+82 멤버들이 새롭게 차린 차이니스 바. 양화대곡주와 구운몽 칵테일을 마라 감바스와 함께 맛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극도로 최소화한 조명이다. 하도 어두워 지하 황릉에라도 온 걸까 싶지만, 리마장의 모티프가 된 것은 의외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라는 사실. 네온사인과 홍등이 걸린 거리를 가득 채운 동양인들. 80년대 초반의 영화가 상상한 21세기 풍경이 2018년 강남 한복판에 역으로 복제된 거다. 서양의 협소한 동양관을 비판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은 <블레이드 러너>보다 4년 앞선 1978년에 출간됐다. 넉넉한 시간이 흘러 지금 우리는 비로소 학문적 개념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호텔 베르누이 @hotelbernoui

로비와 복도, 객실, 심지어 화장실까지. 호텔 베르누이 베니키아 프리미어가 300여 개의 자개 가구와 100여 점의 자개 소품으로 채워진 데는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김안나 대표의 공이 크다. 로비에 놓인 압도적인 붉은 삼면경 화장대는 60년대 부유층의 혼수품으로, 다리를 달아 멋진 서양식 콘솔로 재탄생했다. 위에 놓인 자개화병은 50~60년대 주한미군 주둔지에 자리했던 기념품 가게의 물건을 이베이를 통해 환수한 것. 스위트 객실은 모두 자개장으로 꾸몄는데, ‘왕할머니가 쓰던 것’이라며 증손자로부터 기증받은 제품이 알고 보니 이중섭의 제자이자 나전칠기계의 천재인 이성운 장인의 귀한 작품인 경우도 있다. 레트로 스타일로 해석된 핫 플레이스의 자개 인테리어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면, 한국 최대의 자개 아카이브나 다름없는 이곳으로 향할 것. 

CREDIT

에디터 이마루
사진 장엽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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