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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TUE

WELCOME TO BIRKIN HOUSE

제인 버킨이 사는 법

여전히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전설적인 '프렌치 시크' 아이콘 제인 버킨. 파리 하우스 곳곳에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녀다움이 배어 있다

현관 앞 계단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들. 케이트 베리, 샤를로트 갱스부르, 루 드와이옹 세 딸의 어린 시절과 남편 세르주 갱스부르의 프라이빗한 사진들이 눈에 띈다. 반려견 돌리는 한 시도 떨어지지 않는 친구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 강의 왼편, 깊숙한 골목까지 걸어 들어가니 풀이 무성한 정원에 자리한 소담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밝은 햇빛으로 가득한 고즈넉한 분위기에 순간 이곳이 파리 한복판임을 잊고 말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벨을 눌렀다. 어떻게 떨리지 않을 수 있을까?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이자 전설의 패션 아이콘, 전 세계 여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친 제인 버킨의 집에 입성하는 순간이니 말이다.
어느덧 칠순을 넘긴 제인은 반려견인 프렌치 불독 ‘돌리’와 함께 이 집에 살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벽을 가득 채운 가족사진 그리고 사진들이 붙어 있는 인상적인 패턴의 벽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집에 이사온 지는 4년이 좀 넘었어요. 벽지는 브라퀴니(Braquenie′) 제품인데 프랑스에 사는 내내 같은 브랜드의 같은 원단을 쓰고 있어요. 벽지뿐 아니라 여기 있는 가구나 오브제며 분위기까지 전에 살던 집, 또 그 전에 살던 집과 거의 비슷해요. 이 집을 처음 꾸밀 때 딸들은 ‘또 똑같은 인테리어!’라면서 어처구니없어 했죠(웃음). 인테리어에 관심도 많고 다양한 디자인을 들여다보긴 하는데, 막상 제 집을 꾸밀 때는 늘 똑같은 스타일이에요.”
언제나 편안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제인다운 답이다. 유행이 어떻게 바뀌든 전 세계에서 통하는 일관된 스타일, 그런데 그 스타일이란 게 엄청나게 자연스럽다는 것. 아마도 흉내내기 어렵기 때문에 더 독보적이고 진실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실제로 그녀는 인터뷰 내내 오랜 친구 사이처럼 숨김없이 마음을 털어놓아 이렇게까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한지 놀랄 정도였다. 제인 버킨의 하루는 거의 매일 산책과 함께 시작된다. “돌리와 지내는 시간이 가장 많죠. 저와 돌리는 이 구역에서 유명한 한 쌍이에요.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면 등교하는 동네 아이들과 종종 마주치는데, 얼굴은 좀 무섭게 생겼어도 애교 많은 돌리 덕분에 지나는 아이들이 돌리를 쓰다듬거나 인사하느라고 몇 걸음 못 가 멈추곤 해요.” 산책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다이닝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가장 길다. 현관 왼쪽에 자리한 부엌과 다이닝 룸에는 수많은 향신료 통이 줄 세워져 있고 오래 사용한 냄비들, 앤티크 패턴의 그릇들, 대부분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컵들이 가득하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주로 영국 요리들이 메뉴에 오르죠. 사과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 오븐 구이, 감자 요리 같은 게 먼저 떠오르네요. 아무리 대단한 경험이 많다 해도 가족을 위해 뭔가 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을 줘요.” 제인에게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 한 마디에 잘 담겨 있다. 2013년 전 남편 존 베리 사이에서 낳은 딸이자 사진가였던 케이트 베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얼마나 힘든 경험이었는지, 먼저 묻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흐른다. “당시 전 백혈병이 심해져 2년 정도 집에서 요양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고통스럽기만 했지만 인간의 몸과 마음은 떼내어 생각할 수 없다는 걸 이젠 알아요. 회복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비극이 지나간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그녀가 유명인으로서 방문하게 되는 많은 장소 중에는 가족과의 추억이 어려 있는 곳들도 있다. “지난 8월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공연을 했어요. ‘분카무라’라는 복합공간이었는데, 사실 그곳은 케이트가 개인전을 열었던 장소이기도 해요. 공연 당시 동행한 여동생을 위해 특별히 교토에도 갔는데, 거기서는 루(드와이옹)가 여섯 살 때 함께 갔던 전통식 료칸에 다시 묵었어요. 케이트가 교토를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기도 했고요.” 그녀는 세르주 갱스부르와 함께 샤를로트(갱스부르)를 임신한 채로 처음 갔던 일본의 모습이라든지, 도쿄에 갈 때마다 들른다는 오모테산도의 가게들에 대해 한참 동안 수다를 이어갔다.
“샤를로트는 뉴욕으로 이사해서 자주 만나진 못해요. 하지만 나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해서 최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딸과 마주하는 데 익숙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공연할 때 세르주가 만든 곡을 내가 부르고, 샤를로트가 그런 나를 촬영하고…. 우리 가족만의 특별하다면 특별한 결합(?) 방식인 셈이죠.” 제인 버킨은 파리 집에 혼자 살고 있지만,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과 늘 함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뮤즈로서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가족과도 남다른 방식의 교류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러그 위에 앉아 앤티크 컵에 담은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면서 고요하게 흐르는 그녀의 하루. 아티스트란 뭔가를 끊임없이 창조해 내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로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가 아닐까.



대문을 지나야 정원이 나오기 때문에 밖에서는 안쪽을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정원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다시 청색 현관문이 나온다.



정원에서 화병에 꽃을 꽂고 있는 제인.



여기가 21세기 파리 한복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앤티크한 인테리어. 중후한 멋을 풍기는 테이블과 찬장도 예전부터 아껴왔던 가구들로, 새로 구입한 것은 없다고 한다.



창문 손잡이를 장식한 실크 화환.



거실 벽난로 위엔 추억의 소품을 하나도 버릴 줄 모르는 제인의 오브제 컬렉션이 가득하다.



정원에 놓은 나무 탁자에는 하얀 테이블보를 항상 덮어둔다.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등 집 안에 있는 것 이상으로 제인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앤티크한 가구와 이국적인 소품들로 꾸민 다락방 같은 분위기의 리빙 룸. 보헤미언 같은 제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브라퀴니의 패브릭 벽지가 거의 모든 벽을 채우고 있다.



돌리와 거의 항상 나눠 앉는 벤치.



조리 도구로 꽉 차 있는 부엌.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묻어나는 조리기구들을 보면 제인의 요리 실력까지 가늠할 수 있다. 스틸로 된 기물엔 어김 없이 귀여운 마그넷들이 가득하다.

CREDIT

포토그래퍼 YAYUMI SHINO
글 NORIKO ISHIZAKA
번역 EMI SHIOZAWA
협조 KASUMIKO MURAKAMI
에디터 이경은
디자인 박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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