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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3. WED

HAND MADE

폰 대신 흙

손에서 떼기 힘들다. 만지다 보면 아무 생각 없어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흙이 그렇다


서울 삼성동 한적한 골목. 예쁜 핸드메이드 도자기로 입소문 난 로우 크래프트 RAW CRAFTS가 자리한 곳은 소위 ‘잘 나가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가 있기엔 너무나 조용한 동네였다. 의구심은 금세 해결됐다. 로우 크래프트는 팔리는 제품을 선보이는 곳이 아니다. 나만의 것을 만드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형체 없던 흙에 숨을 불어넣는 여유를 찾아 공방 문을 연 로우 크래프트의 대표 겸 공예가 임소리와 손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로우 크래프트 대표 임소리


퇴사 후 내 가게 창업. 요즘 사람들 꿈을 실현했어요

회사에서 같은 일을 7년 정도 하니 조금 지루해지더라고요. 원래 대학 때 도예를 전공했어요. 다닐 만큼 회사 다니다 나이 들면 공방을 차리고 싶었는데 그 계획이 생각보다 빨리 실현됐죠. 한 살 이라도 어릴 때 운영해보는 공방은 또 다를 것 같았어요.


공간 내 판매용 제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스토어라기보다는 작업실이에요. 판매는 전혀 주가 아니에요. 편집숍에 내 물건을 납품하거나 개인적으로 판매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여러모로 시달리게 되더라고요. 얽매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나의 작업실이자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었으면 했죠.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이곳에 오는 사람들 모두 비슷한 성향이더라고요.


손으로 무언가 만들려면 예민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예요. 물론 예민해야 하는 분야도 있어요. 금속공예의 경우에는 아주 예민해야 해요. 작업의 끝을 내가 짓는 것이니까요. ‘피니싱’이라고 하는데, 내가 어디까지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결정돼요. 도자기는 달라요. 열심히 빚었더라도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 갈라지거나 깨질 수 있어요. 그건 어찌할 도리가 없죠. 그래서 학교에선 ‘가마신’에게 제를 지내기도 했어요(웃음). 어떻게 될지 모르다 보니 도자기는 보통 수더분한 사람들에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느긋하고 수더분한.



선반을 가득 채운 클래스 수강생들의 작품.



모양 내 빚은 흙은 건조, 초벌, 유약을 입히고 재벌 등의 과정을 거쳐 도자기로 거듭난다.


공예를 가르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웃음) 클래스는 그날그날 수강생들 각자 만들고 싶다는 것을 만들어요. 4인 정원이라서 그 정도면 제가 옆에서 각각 개인적으로 알려줄 수 있거든요. 정해진 수업 주제가 없다 보니 보다 수준 높은 작업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할 수 있어요. 차근차근 빚다 보면 다 할 수 있어요.


로우 크래프트 도자기들은 매끈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이름 그대로 손으로 막 만든, 날 것의 느낌이 강해요

전통적인 물레 기법 보다 손으로 만드는 핸드 빌딩 기법을 주로 해요. 물레는 기본 형태를 만들 때만 쓰고 흙을 더 붙이거나 비트는 식으로 변형하고요. 컬러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많은 색의 유약을 쓰는 대신 주로 흰색을 쓰는데 진한 색깔 흙에 흰 유약을 바르고 구우면 거뭇거뭇하게 흙색이 올라오거든요. 그게 참 자연스러워요. 흙 자체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로우 RAW’라고 이름 붙인 면도 있어요.



기본 형태를 만들 때만 주로 사용하는 물레.



손으로 모양내 구깃구깃한 모양, 진한 흙에 하얀 유약을 발라 구운 색채는 로우 크래프트의 시그너처다.


요즘 나의 공예에 자극을 주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겠는데(웃음) 예전엔 예쁜 카페에 가거나 멋진 인테리어를 보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자연이 좋더라고요. 최근 아이슬란드로 여행 갔는데 대지가 새로웠어요. 땅 자체가 너무나 새롭더라고요. 여행 다녀와서 도자기 만들 때 돌로 찍어 패턴을 만들어 보곤 했죠.


흙을 빚을 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아무 생각 안 해요. 손으로 계속 흙의 두께를 느껴야 하거든요. 균일한 두께로 만들어야 망가지지 않아요. 특히 물레를 찰 땐 ‘아차’하면 바로 흐트러져요. 힘 조절이 중요해요.


심오한 답변을 기대했는데…(웃음)

딴 생각을 할 수 없어요(웃음). 그래서 오히려 좋아요.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잡념은 잊고 내 손끝에만 집중해서 아무것도 아닌 재료를 형체로 만드는 시간…. 무엇보다 그냥 흙의 감촉이 좋아요.




클래스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이나 임소리 대표의 개인 작업,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으로 채운 선반. 가운데 놓인 사진은 임소리 대표가 구매한 것으로 ‘새로운 대지’를 보여준 아이슬란드 풍광이다.



손으로 만든다는 것. “형체 없던 재료에 숨을 불어넣는다는 기쁨.”




add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24

web www.rawcrafts.com, @raw_crafts

CREDIT

에디터 김은희
사진 김상곤
영상 이성택
디자인 박라영

자세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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