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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MON

TASTE WE LOVE

1903년 아파트가 주는 기묘한 여백

가구 디자이너 최근식과 텍스타일 디자이너 신서영의 '말뫼'집은 여유의 가치를 담은 공간이다

베틀과 테이블이 있는 작업실 풍경. 부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핑크 소파는 무토 제품. 소파 앞에 놓인 ‘보이다(Boida)’ 테이블과 조립식 책장 ‘레일 셸프(Rail Shelf)’, ‘더블 페이스드 데스크(Double Faced Desk)’는 최근식의 디자인.



침대가 놓인 리빙 룸. 침대 위의 담요는 아내가, 벽에 놓고 스토리지로 사용 중인 테이블 ‘Th 유닛(Th Unit)’은 남편이 만들었다.



가끔 식탁으로 변신하는 작업 테이블과 선반으로 사용 중인 ‘Th 유닛’은 최근식이, 러그는 신서영이 네 가지 패턴을 변형해 디자인한 것. 의자와 트레이는 빈티지 아이템이다.



스위스 남부의 작은 도시 말뫼에 사는 가구 디자이너 최근식과 텍스타일 디자이너 신서영의 집은 많은 물건이 있는데도 여백이 느껴진다. 높은 층고, 큰 통창이 있는 공간에 동갑내기 부부가 직접 만든 가구와 패브릭, 빈티지 아이템들을 감각적으로 배치해 놓은 덕분이다. 이 공간에 다가서면 먼저 완성도 높은 가구와 디자인 아이템에 호기심이 샘솟는다. 그러다 이내  차분하고 따뜻한 공기에 취해 마음이 잔잔해지니 참으로 기묘하다. 두 사람이 1903년에 건축된 이 아파트로 이사온 지는 1년째로 편리한 현대식 아파트를 포기하고 이사를 결심한 건 ‘시간을 간직한 것’을 좋아하는 부부 공통의 취향 때문이었다. 그런 사실을 증명하듯 두 사람의 빈티지 컬렉션이 심상치 않다. 밀란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사모으기 시작한 그릇과 가구들은 조용한 스웨덴 동남부의 작은 섬 욀란드(O..land)에서 정점을 찍었고, 현재 신서영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코끼리상사(The Elephant Trade)’를 오픈하는 계기가 됐다. 컬러가 잘 표현된 질 좋은 세라믹과 형태가 아름다운 그릇들을 찾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다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생각보다 제 취향과 같은  사람이 많다는 데 굉장히 놀랐어요. 덕분에 텍스타일 브랜드를 만들 때 큰 용기가 됐어요(그녀의 패브릭 브랜드 보이다(Boiida)는 2017년 10월에 론칭될 예정이다).”



식물이 놓인 티 테이블은 최근식의 ‘템테이블(Temptable)로 덴스크 매장에서 좀 더 심플한 버전이 판매되고 있다. 소파 앞의 ‘보이다’ 테이블은 아이를 앉히거나 책 혹은 꽃병을 놓아두기에 좋다.



신서영이 직접 디자인하고 아보카도로 염색한 커텐과 직접 짠 하늘색 러그 사이에 최근식이 학창 시절에 만든 바이올렛 컬러의 소파가 놓여 있다. 왼쪽에 놓인 화장대와 테이블, 옐로 러그는 빈티지, 초록색 램프는 헤이 제품이다.



조립식 책장 ‘레일 셸프’엔 아트와 디자인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옹기들이 창가를 장식하고 있는 부엌. 식탁 역시 최근식이 만든 것으로 신서영이 곧 론칭할 보이다(Boiida) 패브릭이 놓여 있다. 벽 선반은 빈티지 스트링 퍼니처, 조명은 무토 제품.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침실을 작업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 작업하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를 찾게 돼요.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 도움을 많이 받거든요.” 아내가 텍스타일 샘플 작업을 위해 덩치 큰 베틀 위에서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일 때, 남편은 같은 공간에 있는 널찍한 테이블에서 아이디어를 다듬는다. 실질적인 가구 작업은 시내에 있는 작업실에서 하지만 이곳에선 보다 정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이어간다. 작업실에 놓인 책장과 친구들이 오면 디너 테이블로 변신하는 큼직한 작업 테이블, 커피 테이블은 모두 최근식이 직접 만들었다. 거실에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이다(Boida)’ 테이블과 2 스토리 플랜터(2 Story Planter)를 만날 수 있었다. 나무와 메탈은 물론 ‘무토 탤런트 어워드 2015(Muuto Talent Award 2015)’에서 인정받은 ‘Mirrored Mirror’처럼 나무와 유리 등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해 빈틈없이 디자인하고 제작 공정을 거치는 그의 가구는 손끝이 야문 디자이너를 쏙 빼 닮았다. 여기에 가구에 사용된 재료나 제작 방식은 배울 점이 있고 가구제작자의 손길과 고민이 느껴지는 제품을 기준으로 골라낸 북유럽 가구들이 그의 작업들과 담백하게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기묘한 여백이 말해주듯 이곳은 두 사람의 여유가 무럭무럭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다가올 회색빛의 겨울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주변을 가득 채운 푸른 식물과 어우러져 따로 또 같이 산책하고 사색하며 무엇이든 깊이 관찰하는 습관을 쌓아가고 있는 집과 작업실 사이. 이곳에서 두 사람은 여유가 주는 창조적인 삶의 가치를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CREDIT

사진 HAMPUS BERNDTSON
글 김이지은
에디터 채은미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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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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