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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WED

Quest at Work 3

남자 조직에서 살아남기

여자라는 이유로 해내지 못할 것은 없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남자 조직에서 살아남기 공대를 나온 나는 직원의 90% 이상이 남자인 건설사에 입사했다. 부서 배치를 받고 일주일도 안 됐을 때 한 선배가 기습적으로 물었다. “넌 얼마나 다니다가 그만둘 거니?” 당황스러웠다. 신입사원에게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를 물어보는 게 정상 아닌가? 선배에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물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 여자 후배들이 세 명이나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그들에게 일을 가르쳤던 선배는 편견 아닌 편견이 생긴 것이었다. 사정을 들은 나는 “선배보다 오래 회사에 다닐 테니 두고보세요”라며 웃어 넘겼다. 당시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일은 넘쳐났고 매일 잔업과 야근이 이어졌다. 팀 막내였던 나는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자라서 특별히 더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른 회사들도 다 이렇겠지’, 나만 힘든 게 아닐 거라며 꿋꿋이 회사를 다녔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어느 업종이든 남자가 다수겠지만 건설업은 유독 남자 비율이 높다. 입사 당시 같은 팀에 여자 직원들이 있긴 했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남자 직원들과 함께했다. 그들에게 나는 한 명의 동료였다. 회사는 성별에 상관없이 동등한 지위에서 동일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원했다. 내가 여자라고 해서 특별히 배려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회사 밖의 분위기는 달랐다. 유관 업체의 카운터 파트너는 열이면 열 모두 남자였는데 그들 대부분은 ‘현장도 안 가본 여자가 뭘 알겠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슷한 경험이 몇 번 반복됐고, 나는 아랍에미리트로 파견 근무를 나가기로 결심했다. 공대를 나와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딱히 남녀의 차이를 느낀 일은 없었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 체력에서 확연히 한계를 느꼈다. 또 안전이 가장 중요한 건설 현장은 군대처럼 엄격한 규율이 유지됐다. 매 순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일해야 했다. 군대 경험이 있는 남자와는 다르게 나는 그런 분위기의 현장에 적응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았다. 건설업계가 남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남자들 틈에서 꼭 살아남자’는 오기가 생겼다. 부족한 점은 다른 장점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현장에서 발휘된 나의 주무기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다. 경직되고 무거운 분위기가 맴도는 현장에서 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피력하며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고, 효과를 봤다.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는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자신을 어디에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수립하는 계기가 빨리 마련된다. 직장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나는 상당히 강해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남성적인 사고에 물들었는지 간혹 여자 친구들과 대화할 때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여자라는 테두리에 맞춰 새로운 가능성과 발전을 가로막지는 않는다. 회사에는 여자 선배들도 꽤 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통해 자신을 강인하게 단련시켜 왔으리라 생각된다. 여자라는 이유로 해내지 못할 것은 없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고재경(삼성엔지니어링 선임 엔지니어)



CAREER TIPS

맡은 일은 책임지고 해내야 한다. 경험상 회사 업무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최선을 다했어도 완수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만약 본인이 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이라고 판단되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사람이 진행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야 한다. ‘그래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을 쥐고 있다간 더 큰 사달이 난다. 

CREDIT

에디터 김아름, 김영재, 김미강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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