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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THU

WHERE I`M GOING

늦은 밤 내자동에서는

광화문 빌딩숲 바로 옆, 낮은 담장들이 다정하게 만나는 골목길이 여름밤을 붙잡는다

코블러

 

빅블루

 

종로에는 미니 동네가 참 많다. 대부분 한옥과 좁은 골목길, 터줏대감들이 있다. 이런 동네에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면 일단 멋졌다. 새것인데도 적당히 시간이 버무려진 느낌이었다. 또 미로와 같은 골목 덕에 나만 아는 장소 같은 기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경복궁 북쪽과 서쪽의 한옥마을이 그 멋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자 비밀스러움은 사라지고 매력도 바랬다. 그래서 ‘내자동’이라는 낯선 지명을 들었을 때 다소 기대를 품었다. 내자동은 광화문과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사이에 있는 동네다. 요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지역은 정확히 말해 사직로에 맞닿아 있는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근처를 자주 지나다녀도 이름을 알거나, 알 필요도 없었던 장소였다.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경찰청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한정식 집들이 몰려 있는 골목이었으니까. 점심 때만 간다면 이곳의 변화를 짐작할 수도 없다. 이 골목이 핫 플레이스로 깨어나는 것은 저녁 무렵이다. 오후 4시부터 문을 여는 텐더 바를 시작으로 더핸드앤몰트 탭룸, 다이닝 바 빅블루, 코블러 바가 느지막이 영업을 시작한다. 퇴근 후 시원하게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고, 늦은 밤 혼술을 즐길 수 있도록.

 

처음 내자동에 둥지를 튼 곳은 텐더 바다.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흰색 수트를 입은 바텐더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눈에 띄는 소품 하나 없이 바텐더들의 태도만으로 이곳이 격식을 차리는 공간임을 알려준다. 실제로 손님에게는 옷차림 제한이 있다. 슬리퍼나 너무 편한 티셔츠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하다. 바 카운터에 앉자마자 간소한 과일과 함께 주는 물도 남달리 정성껏 저어준다. 텐더는 하드셰이크 전문 바다. 오너인 양광진 바텐더가 하드셰이크의 전설로 불리는 일본 긴자 텐더 바의 가즈오 우에다로부터 기술을 마스터하고 그 이름을 얻어서 열게 됐다. 하드셰이크는 칵테일을 만드는 한 가지 방식이다. 양광진 바텐더는 ‘물리적 힘만으로 액체 맛을 변화시키는 것’이 이 기법의 근간이라고 말한다. 정해진 각도로 흔드는 동작을 통해 액체에 기포를 많이 만듦으로써 칵테일의 향미가 풍부해지고, 맛이 부드러워지는 것. 절도 있게 춤추는 듯한 셰이킹 동작을 보면서 그 맛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텐더 바

 

더핸드앤몰트 탭룸

 

코블러는 텐더 바 건너편 코너에 있다. 홍대 앞에서 로빈스스퀘어를 10여 년간 운영한 유종영 바텐더가 차린 곳이다. 역시 한옥을 개조한 바인데, 메뉴가 없다. 위스키 180종을 갖춘 바에서는 웬만해서는 원하는 칵테일을 대부분 만들 수 있다. 특별히 정해둔 칵테일이 없다면 원하는 맛과 분위기를 설명하면 거기에 맞는 칵테일을 추천하거나 아예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손님들의 요청으로 새롭게 탄생한 시그너처 칵테일이 1년 새 열 가지도 넘는다. “메뉴가 없으니 불편한 것은 사실 바텐더들이에요. 추상적인 요구가 많아서 난감하죠. 하지만 그래서 손님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잖아요.”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주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처음 보는 이와 도란도란 얘기하고 그 맛을 기대하며 만나는 술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홍대 앞에서 이전한 빅블루는 코블러 골목에서 오른쪽, 왼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건물의 2층에 자리 잡았다. 다른 바들에 비해 캐주얼한 다이닝 바로 황재하 오너 셰프가 오픈 키친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원래 홍대 빅블루에서 바텐더로 일했던 황재하 셰프는 이곳을 차리면서 평소에 관심 있던 요리로 전향했다. 독학한 솜씨라지만 그가 만든 스테이크나 파스타의 맛은 훌륭하다. 다양하게 준비된 주류를 기반으로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페어링해 즐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동네에 들어선 곳이 크래프트 비어다. 대부분 높은 도수의 술로 구성된 바들 사이에서 만나는 시원한 맥주의 존재가 반갑다. 남양주에 있는 양조장의 탭룸으로 더핸드앤몰트 브랜드의 모든 맥주를 선보인다. 10~12종의 맥주를 생산하는데, 재미있는 맛들이 있다. 김치유산균이나 엿을 이용해 만든 맥주가 그 예다. 한옥의 마당에도 좌석을 두어 골목길을 바라보며 맥주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내자동의 바들은 접근성을 우선으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골목 분위기나 한옥의 매력이 선택의 주된 이유였다. 어디든 좋은 공간이라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 자신한다. 소규모로 운영하기에 서비스의 질이 남다르다. 손님의 얘기에 공감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그래서 한 군데에 잠깐 들렀다가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다니며 밤새 속마음을 죄다 털어놓기 십상이다. 들어오면 떠나기 싫은 골목,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눈빛이 있어 더 좋은 동네다.

 

 

 THIS BAR IS 

 

텐더 바

한옥의 서까래 아래로 길게 놓인 바 카운터와 실링 팬, 체스터우드 소파가 맞춤한 듯 어울리는 공간.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신경을 썼기에 가능한 분위기다. 칵테일도 마찬가지. 하드셰이크 장인의 노하우를 최대한 오차 없이 재현하는 것은 사소한 단계도 소홀히 여겨선 안 된다. 오후 7시 이후에는 커버 차지가 있다.  

 

 

코블러

동네의 소박한 바가 되기 위해서 코블러 바텐더들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칵테일 첨가제인 비터를 손수 만들기 위해 들여놓은 작은 증류기도 있다. 여름에 어울리는 칵테일은 블랑피즈. 포도꽃 향을 입힌 진과 버무스, 홍차 마르코 폴로에서 추출한 시럽, 샴페인을 섞어 만들었다. 웰컴 디시로 코블러 파이가 나온다.

 

 

더핸드앤몰트 탭룸

양조장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탭룸. 발효조에서 바로 케그에 담아 오기에 더욱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케이바이스(김치유산균), 벨지안 듀벨(엿)과 같이 독특한 실험 정신으로 탄생한 맥주들과 함께 직접 양조한 애플사이더도 특별하다. 캔에 담은  맥주 판매를 시작했고, 안주도 10여 종 갖추고 있다. 

 

 

빅블루

푸짐한 음식과 함께 칵테일이나 위스키를 즐기며 바에 ‘입문’하기 좋은 곳. 예를 들어 스모키한 향의 안심 스테이크와 함께 후추가 살짝 들어간 하이볼을 짝지어 주는 식이다. 오픈 키친과 바 카운터에서 협력하면 더 완벽한 식사가 된다. 여름밤을 즐기기 좋은 루프톱도 있다.

CREDIT

글 원영인
에디터 김영재
사진 김재민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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