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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THU

BEAUTIFUL MIND

러쉬가 꿈꾸는 세상

일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 러쉬코리아 우미령 대표가 말하는 아름다운 도전

 

Woo Miryeong

웨딩과 보석 관련 사업을 하다가 29세에 러쉬의 철학에 매료돼 영국 본사  문을 두드렸다. 2002년 명동에 1호점을 열었고, 현재는 전국 7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동물대체실험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하는 ‘러쉬 프라이즈’, 탈북 청소년 재능 발굴 캠페인 ‘두드림’,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금 100%를 기부하는 ‘채러티 팟’ 등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사무실 한가운데 오픈된 공간을 쓰고 있다 혼자 갇혀 있고 싶지 않아서 별도의 룸을 만들지 않았다. 지나가다 자연스레 눈인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며, 직원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앉아서 얘기하든 투명성도 보여주고 싶었고, 가끔 심각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는데, 일일이 전하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알 필요도 있으니까.

간혹 러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나 손으로 만든 천연 화장품.  ‘천연’이란 의미가 저마다 달라서 충족되지 않는 설명이긴 하다. 그래서 요즘은 인권·환경·동물에 관한 작은 변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좋은 화장품 회사라고 설명한다. 좋은 화장품들은 워낙 많지 않나. ‘가치 있는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게 우리 회사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 러쉬에 매력에 느껴 영국 본사에 직접 컨택했다고. 대기업과 경쟁자들을 제치고 본사의 마음을 얻은 키포인트는 무작정 영국 본사로 연락해서 그쪽이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했고, 서울과 런던에서 몇 차례 만남이 오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1호점을 낼지, 마케팅 전략부터 향후 5년에 대한 플랜을 모두 공유했다. 본사에서는 직접 제품을 만들고 팔 수 있는, 고객들과 직접 스킨십이 가능한 대표를 찾았던 것 같다. 내가 베이비시터 같은 느낌이 들었나 보다.

사업을 벌이는 데 두려움이 없나 보다 보기보다 활발하고 추진력도 있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장사’를 재미있어 했다. 친구들이랑 청소회사도 차려보고, 시장에서 옷이나 액세서리를 떼다 팔기도 했다. 비즈니스 흐름이나 유통에 대한 전반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이색적인 방식으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대신 동영상을 제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막내 사원들이 면접을 진행했다고 회사가 커지면서 많은 면접자를 만나는데, 정해진 숫자만 뽑으니 나머지 분들은 어떻게 포장한다 한들 아픈 경험일 수밖에 없다. 비록 떨어지더라도 “괜찮아, 이건 과정이야”라고 다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 어떻게 하면 페스티벌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일이 커졌다.
정말 출신 학교나 전공은 채용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경력자나 세팅된 팀을 끌어가는 리더를 뽑는 게 아니었으니까. 나부터 전공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동영상 촬영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여기에 도전할 정도의 친구들이라면 막내들이 충분히 업무적으로 끌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함께하고 싶은 인재상은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된 사람. 힘든 일을 찍소리 하지 말고 하라는 게 아니라,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공감하고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사람. 또 정말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 자기 자신이 뭘 좋아하고 어떻게 놀면 자기가 행복한지 아는 사람.
독신을 선언한 직원에게 축의금과 휴가를 제공하고 반려동물 수당을 주는 정책으로 화제를 모았다.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회사 내에 ‘러쉬 해피 피플’이란 팀이 있는데, 러쉬 코리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케어하는 팀이다. 크고 작은 대소사를 챙기는 일부터 팀장들이 모두 워크숍에 간 날은 그날 하루 노는 계획을 짜기도 한다. 중압감이나 스트레스만 있는 회사가 아니라 중간중간 피식 웃고 지나갈 수 있으면 한다.
인권·환경·동물을 주제로 진행하는 다양한 캠페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는 것은 첫째는 위안부 할머니 돕기. 부산의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폐관 위기에 처한 걸 알고 이를 알리는 활동을 했는데 현재는 지역사회가 관리 중이다. 두 번째는 탈북 청소년 재능 발굴 캠페인. 그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 어떻게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최근에는 난민 이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4년째 퀴어문화축제도 참여하고 있다 인권 보호는 러쉬 글로벌 정책이기도 하고, 우리 직원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다. 러쉬를 운영하기 전에는 나 역시 이런 이슈에 대해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여성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꿈꾸고 있나 신경 쓴다고 하지만 항상 부족한 것 같다. 금요일에 좀 일찍(4시) 퇴근시켜 주는 걸로 다 해소할 순 없을 테니까. 늘 공동 육아를 꿈꾸고 있고 구체적으로 알아본 적도 있는데 쉽지 않더라.

3남 1녀인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고된 점이 많았을 텐데 힘든 것보다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은 부분이 더 크다. 사실 나이가 들면 친구를 만나 깔깔 웃을 일이 별로 없다. 애써 동심을 끄집어낼 일도 없고. 일과를 끝내고 집에 가서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그런 언어를 쓰고 웃을 수 있다는 것, 그 시간이 에너지 충전이었다. 첫째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기로 노선을 잡았는데, 입시로부터 자유로워지니까 그 시간을 활용할 게 너무 많더라. 부모 자식 관계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즐기고 있다.

리더십에 대한 생각은 직원들이나 저나 자기 생긴대로 하는 게 가장 좋다. 편안한 관계일수록 어려운 일이 닥칠 때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더라. 그러려면 평소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리더십에도 다양한 스킬이 있지만, 그 전에 자아 성찰이 중요한 것 같다. 내 마음이 어떤지, 상대방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떤 스킬도 금세 들통난다. 오랫동안 시간을 투자해서 경험한 바다.
일이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인터뷰에 ‘팔자’라는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다. 이렇게 많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늘이 나한테 준 소명. 어떤 일인가 보다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뭘까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젊은 여성들에게 당장 권하고픈 것은 풍부한 경험을 쌓을 것. ‘내가 뭐지?’ 하는 나의 ‘꼴’을 아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러쉬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데,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더라. 기회가 왔을 때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으려면, 평소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똑똑하고 부정적인 사람보다, 덜 똑똑해도 낙천적이고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들과 어울리길.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여성을 꼽는다면 올해 가장 궁금한 여성은 브리짓 마크롱. 어떻게 스물다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졌는지, 리더와 통하는 어떤 지혜를 가졌는지 궁금하다.

 

CREDIT

에디터 김아름
사진 KIM S. GON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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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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