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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MON

LOVE AND RELATIONSHIP

이게 썸이에요?

이렇게 달콤해도 괜찮은 걸까.


“나 여자한테 올인하는 스타일이에요”


대화 중에 연애 스타일이 주제로 툭 나왔다. 그가 그랬다. ‘예전에 여자친구 사귀었을 때, 아침에 데리러 가고, 저녁에 데려다 주고, 맞춰주는 스타일이에요, 나.” 이런 남자가 나를 멍한 표정으로 빠-안-히 쳐다 보고 있던 걸 발견하고 흠칫 놀랄 때도 있었다. ‘뭐해요?’ ‘퇴근하고 뭐할 거예요?’ ‘저녁 약속 있어요?’ ‘있는 곳으로 가도 돼요?’ 그는 내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도 내가 이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거 아닌가? 


“오늘 끝나고 뭐해요?” 그 남자에게서 카톡이 왔다.
“친구들하고 저녁 먹기로 했어요, 왜요?”
“아니 약속 없으면 같이 밥 먹자고 하려고 했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난 한 번 튕겼다. 


“보고 싶어요.”
“언제 볼 수 있어요?”
이런 문자가 왔을 때 가슴이 뛰었다. 같이 커피를 마시다 뜬금없이 ‘너가 제일 예뻐’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오는 줄 알았다. 


선수다. 직감했다. 이런 달콤한 말을 내뱉고도 둘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그 어떤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내 주위를 빙빙 돌기만 했다. 친구들은 이게 ‘썸’이라고 했다. 내 연애에는 ‘썸’이 별로 없었다. 


썸. 언제 가능할까? 서로 호감이 있는 상황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점에 필요한 게 썸이라고 생각한다. 사귀기 애매하다거나 지금 누군가를 연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소리는 전부 ‘헛소리’다. 너무 좋은데, 내 상황이 무슨 소용인가. 그만큼 좋지 않은 거다. 그럼 그 썸은 일종의 ‘어장’이 된다. 정신차리자. 적어도 나는 그의 어장 속 물고기가 되고 싶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형은 없어도 싫은 남자 스타일은 분명했다. ‘나쁜 남자’ 나는 밀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마음을 의심 없이 온전히 상대에게 주고 싶다. 그러려면 믿음이 필요하다. 나쁜 남자는 그런 면에서 더 볼 것도 없이 제외 대상이었다. 믿을 수 없으니까. 절대 싫었다. 친구들이 나쁜 남자한테 끌린다고 이야기할 때, 전혀 이해 안된다는 표정으로 ‘왜?’ 라고 묻곤 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이 남자가 ‘나쁜 남자’ 인 것 같다. 나에게 조심스러운 건 줄 알았는데, 계산적이었던 걸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나를 좋아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냥 홀린 거 아니야? 싶기도 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도 그가 선수라서, 보통이 아니라서(고단수라서) 그런 거네! 이렇게 나는 조금씩 마음을 비틀어 정리하고 있었다. 아쉽고, 씁쓸해도 물고기가 되고 싶진 않았다. 사람은 사람이랑 사랑하는 거지, 물고기랑 어부랑 사랑할 순 없으니. 인어공주도 아니고. 


남 주긴 아까운데 나 갖긴 2% 부족한 뭐 그런 건가? 아니면 겁이 많은 건가? 사귀어 봤자 둘 다 피곤하다. 오래 끄는 건 썸이 아니다. 그건 그냥 엔조이다. 사귀기 전과 사귄 다음이 똑 같은 사람은 거의 없으니. 썸 단계에서는 그 사람이 나와 맞는 사람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관계에는 명확한 책임과 부담이 있을 필요가 있다. 


연애의 끝에는 믿음이 사라질 수 있어도, 적어도 시작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는 상대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모든 걸 다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은 정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는 마음을 감추고 그럴 듯한 거짓말로 감정을 만들어 내니까 나쁜 거다. 달콤한 유혹이지만, 그 달달함의 끝은 그만큼 쓰다. 그럼에도 혹 했던 내가 등신이다.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TEI
사진 영화 <에브리데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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