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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5.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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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같은 남자

울 줄 아는 남자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

드라마를 볼 때 남자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게 되는 나만의 포인트가 있다. 여배우와 케미가 잘 맞아 심쿵 로맨스를 연출하며 대리 만족을 주는 장면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내겐 눈물 연기를 펼치는 순간이 더 중요하다. 현실에선 슬픔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에서 이종석이라는 배우는 ‘믿고 보는 이종석’이라고 외치게 된다. 이종석은 훌륭한 안목으로 드라마를 고르고 갖가지 감정을 고스란히 연기에 담아내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 왔다. 특히 눈물 연기에 있어서는 연기라기 보단 날 것의 무엇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눈물을 참으려고 미간에 주름이 지고 입술에 힘을 주다가도 서서히 끓어오르는 감정에 맡긴 채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 보면 새하얀 얼굴이라 빨개진 눈가와 귓가가 도드라진다. 지어낸 감정이 아니라 진정으로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오열할 때 이종석의 이마에 지는 짧은 두 개의 주름은 눈물과 함께 얼굴에 새겨진 슬픔이 된다.


그렇게 이종석이 울면 나도 모르게 울게 된다. 다 아는 내용의 드라마를 몇 번이나 다시 봐도 그 장면에서 이종석이 울면 나도 울어버리게 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우는 모습에 감정 이입을 해서 함께 눈물 흘릴 수 있게 만드는 배우. 슬픔을 표현할 줄 아는 남자는 믿을 만하다. 잘 울 수 있는 캐릭터를 골라 연기하는 이종석이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연애를 하면서 대부분의 여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이 있다. 서로 좋아해서 사귀는 것인데도 남자 쪽의 애정 표현이 너무 인색하다는 것. 정말 나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는 상대 때문에 불안해지고, 그 관계에 안달 내는 자신이 볼품없게 느껴져서 힘들기도 한다. ‘남자들은 다 그렇지 뭐.’ 이종석 같이 다정다감한 연인은 드라마에나 나오는 거지. 그렇게 기대를 떨쳐버리려고도 한다. 여자인 내가 너무 감정적이라고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반성도 한다.




이종석(@jongsuk0206)님의 공유 게시물님,

하지만 남자들이 과연 감정 표현에 서투를까? 나 역시 연애를 하면서 자기 감정을 상대에게 잘 설명하지 않고 연인 사이임에도 사랑하거나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을 감추거나 억누르는 남자들을 접해왔다. 하지만 그들이 감정 표현에 잘 못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변명해주고 싶진 않다. 감정을 드러내는 게 어색하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화’가 날 때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자기가 싫은 것을 해야 할 때 어떻게 그 기분을 표현하는지 지켜봤기 때문이다. 남자들이야말로 감정적이다.


분노하거나 불평을 상대에게 드러낼 때야말로 절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표현은 거침없이 드러낸다.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기분을 표출한다. 그런 행동은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남자들이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분명히 풍부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마음껏 즐거워하고 공감하고 소리 내 엉엉 울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내 자식이 계집애처럼 울면 안 돼.’ 같은 말을 듣고, 남자라면 이러해야 한다 저러해야 한다와 같은 말에 자기를 가두며 감정적이고 약해 보이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고 생각하고, 남자답지 못한 게 여성스러운 것, 여성스러워지는 것은 약해지는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하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전개에 휩쓸려 자연스러운 자신의 감정도 부자연스럽게 억누르게 되었을 것이다. 


이 사회가 규정하는 남자답다는 말에 갇힌 남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옭아매게 된다. 안정적으로 연애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망쳐버리는 것이 남자다움에 대한 집착이라는 걸 빨리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좋은 연인이 된다는 것을 많은 남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마 이종석도 그런 고민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검사, 의사, 기자, 재벌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여자들이 원하는 부드럽고 애교 많고 솔직한 남자 역할만 해왔다. ‘해사하다’라는 단어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배우다 보니 예쁘장해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분명 그의 남성성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남자다움에 대한 갈증 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VIP라는 남자들로 가득 찬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영화에서 이종석은 비겁하고 비열했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굴다 비굴하게 소리만 질러댔다. 전혀 남자다워 보이지 않았다. 남자다움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잃은 모습을 보여줬다. 단지 역할이 소시오패스 살인마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그런 연기를 하는 이종석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걸 남자답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중요한 걸 놓쳤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드라마 속에서 울고 있을 때 더 남자다웠고 용기가 있었고 사랑스러웠다. 한국에서 잘생기고 예쁘장한 남자배우들이 ‘남자다움’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연기 변신을 위해 늘 해온 손쉬운 선택 중 하나였고 영화판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실패였다.


그런 경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종석을 포함한 남자들이 자신 그 자체로 ‘남자’인 걸 알 필요가 있다. 무엇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자가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고 해서 여자가 아닌 게 아닌 것처럼, 남자 역시 그냥 남자이다. 남자다워지겠다고 노력할수록 헛발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우는 건 여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남자들을 감정적으로 억압하며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기에 울 줄 아는 남자가 소중하고 대단한 것이다.

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사진 이종석 인스타그램, <V.I.P>영화 스틸 컷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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