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 스타 인터뷰

2019.04.10. WED

IN A GOOD MOOD

김영광의 리듬

불안이나 조바심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만, 김영광은 누구보다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사는 법을 안다

옐로 재킷과 톱은 모두 Wooyoungmi.



오버사이즈 재킷은 Pushbutton. 스트라이프 셔츠는 Gucci. 블랙 코듀로이 쇼츠는 Sewing Boundaries. 플라워 패턴의 쿠션은 Gucci Deco.



촬영이 정말 빨리 끝났어요. 깜짝 놀랄 정도로 찍히는 게 남보다 익숙하긴 하니까요. 저라고 모든 촬영이 빠르고 쉽진 않아요.
연기자로 데뷔한 지 10년이지만 기사를 보면 ‘모델 출신’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따라다니더군요 그게 사실인 걸요. 전 좋아요. ‘배우’라는 것 말고 하나 더 내세울 타이틀이 있다니 멋있잖아요. 나이가 들면 더 근사한 호칭이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는 오랜 시간 함께한 소속사 대표의 결혼식 사회를 봐서 ‘의리남’ 칭호를 얻었던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기사 내용처럼 예식 비용을 전부 부담한 것도 아니라 좀 쑥스러워요. 사실 알려지지 않길 바랐는데 이미 알려졌으니 ‘배신자’ ‘치졸한 놈’ 소리 듣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려고요(웃음).
원래 주변 사람을 세심히 챙기는 편인가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긴 아는 것 같아요. 화보든 영화든 드라마든 여러 사람들과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항상 해왔으니까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너의 결혼식>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덕분에 오전에 해외 매거진 커버 촬영도 했다고 배우로서 뿌듯한 일이죠. 작품이 잘됐을 때 생기는 에너지가 분명 있어요. 처음부터 해외에서 잘되길 기대하며 만든 작품은 아닌데 감독님 말씀으로는 한국인이 웃는 부분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똑같이 웃음을 터뜨린대요.
예전 인터뷰를 보면 배역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도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굳히기’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죠. 로맨틱 코미디는 스스로 편안하게 생각하는 장르예요. 직관적으로 와닿는 것에 끌리는 성격인데 <초면에 사랑합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보는 사람도 즐겁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보는 사람의 반응을 고려하는군요 <너의 결혼식>으로 많은 응원을 받다 보니 ‘당장 캐릭터 변신을 할 필요가 있을까? 천천히 해보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는 출연자끼리도 재미있어요. 치열하게 캐릭터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현장이 즐거운 것도 제겐 중요해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거의 매년 드라마 한 편 이상을 소화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성실함은 당신의 강점인가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있는 것처럼 TV를 켜면 김영광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익숙한 얼굴이 되면 상대방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고 공감하기도 더 쉽잖아요. 그게 어떤 명확한 사실을 알거나 진짜 이해를 하는 건 아니라 해도요.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제가 뭔가 보여주려 한다면 누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어떤 면에서는 계속 일하는 게 마음이 편한 측면도 있어요.



안에 입은 카키색 레더 셔츠와 윈드브레이커, 네이비 쇼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네이비 청키 슈즈는 Salvatore Ferragamo. 스티치 재킷은 Munn. 장갑과 양말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라운 셔츠는 Poszer. 링은 Versace.



주변 사람들이 좀 쉬라고 하지 않나요 그것도 딱히…(웃음). 저도 마찬가지예요. 쉬고 싶다면서 한 달만 지나도 새 스케줄을 찾죠. 제 감정이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불안한 것 같아요. 다음 스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쉬는 건 좀 두려워요.
저도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을 것 같긴 해요 그런 때가 있어요. 제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질문을 받을 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요. 그냥 촬영장에 출근해서 촬영한 건데 얼마나 상세하게 이야기해야 하나 싶고. 그런 게 좀 무겁게 와닿기도 하고요.
전면에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직접 판단해야 하는 것도 많겠죠. 선택 기준이 있다면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자신감이 제 기준이에요. 결국 자기가 제일 잘 알거든요. 자신이 있을 때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움직이고 있고, 약간의 머뭇거림이 생긴다면 결국 흐름에 끌려가요. 끌려가면서 쌓인 자기 감정이나 실력이 나중엔 다시 선택의 기준이 될 때도 있지만.
그럼 확신이 없는 건 시도하지 않나요 하긴 해요. 계속 하죠. 그런데 의외를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가 제겐 중요해요.
인스타그램 아이디인 ‘만마루(aksakfn)’가 뭔지 검색해 봤어요 중학생 때 친구와 좋아했던 <닌자 펭귄 만마루>라는 만화 캐릭터에요. 딱히 엄청나게 유명한 만화도 아니었는데 게임 아이디를 만들 때 한 번 사용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네요. 어떤 사람은 중국집 이름이냐고 해요.
어릴 때 습관이 지금의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나요 그건 또 달라요. 배우 일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하나를 꾸준히 파는 스타일은 또 아니라서요. 특히 취미는 자주 바뀌고요.
그럼 지금의 취미는 앱으로 식재료 쇼핑을 하는 재미에 빠졌어요. ‘후기가 만 개가 넘었어! 이건 사야 해’ 하면서 장바구니에 다 사지도 않을 제품을 수십 개 넣어두고 뿌듯해 해요. <나인룸> 촬영 때 살이 좀 쪄서 빼는 중이다 보니 고구마를 계속 먹어야 해서 이것저것 비교해 보는 중이에요. 
그래서 추천해 줄 만한 고구마를 찾았나요 치즈 냉동 고구마를 추천합니다. 처음엔 ‘엿구마’가 맛있다고 해서 먹다가 지금은 여기에 정착했어요. 군고구마를 살짝 얼린 다음에 치즈를 속에 넣고 다시 얼린 제품인데 정말 맛있어요. 하지만 체중을 감량하려면 정말 딱 이것만 먹어야 해요.
이 얘기를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듣게 되다니…(웃음). 혼자서도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여요 맞아요. 괜찮게 살고 있죠. 지금도 앞 촬영이 끝난 뒤 굳이 집에 다시 들어가서 한창 청소하다가 나왔어요. 대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방 하나만 치우고 나온 상태라 조금 초조하네요.
빨리 집에 가야겠네요. 인간 김영광과 배우 김영광의 성장 지점은 비교적 일치하나요 일은 당연히 개인 김영광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일이 잘 안 풀리면 계속 해내려고 노력하지만 답답하고 힘드니까요. 연차가 쌓일수록 하소연할 데도 없고 혼자 삭여야 하니 웬만하면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하는데 어려워요. 원래 나쁜 생각은 한도 끝도 없이 빠지는데 긍정적인 생각은 유지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제 주변 30대들은 그럴 때 타로나 사주를 많이 보던데 정말요(웃음)? 제 주변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예전에 딱 한 번, 강남역 쪽을 지나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본 적 있는데 그분이 “넌 나이 먹어야 풀리겠다”고 하더라고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그런 말보다 구체적인 칭찬이나 덕담이 제겐 더 와닿아요. 
그럼 김영광이 발견한 인생의 진리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뭘 하든 그건 정말 진리예요. 집에서 혼잣말도 엄청 해요. 대본 보면서 ‘오늘 진짜로 열심히 한 것 맞아?’ ‘열심히 집중을 안 하니까 이게 눈에 안 들어오는 거 아냐’ 이러면서.
오늘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서도 그럴 건가요 오늘은 일단 청소를 마저 끝내야죠! 공기청정기 펑펑 돌리면서.



데님 재킷과 셔츠는 모두 Prada. 데님 팬츠는 Dunst.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CREDIT

사진 김영준
에디터 이마루
스타일리스트 박선영
헤어&메이크업 장해인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4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