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 스타 인터뷰

2018.10.17. WED

BE MYSELF

비와이의 우주

그의 생각은 자꾸 깊어지고, 무게는 자꾸 늘어나고 있다. 음악은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갔다

와이드 숄더 핀 스트라이프 재킷은 Juun.J. 화이트 터틀넥 풀오버는 Calvin Klein Jeans. 셀비지 데님 팬츠는 Ordinary People. 볼드한 디자인의 이어 커프는 Portrait Report.



빅 실루엣의 코쿤 코트와 와이드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청키한 디자인의 브로그는 Dior.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터뷰 싫어하죠 좋아해요.
그런데 왜 많이 안 해요 생각이 바뀌면 말하고 싶은 게 생겼을 텐데, 똑같은 생각을 할 때는 같은 얘기만 하게 되니까 한동안 안 했어요.
생각을 많이 하나요 제가 하는 일이 기한에 맞춰 빨리 끝내야 되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만드는 일이라서 생각이 없으면 큰일나요.
요즘 특별히 고민했던, 답이 빨리 안 나온 건 뭐예요 한국 힙합 신의 방향에 대해서요. 랩의 유행도 계속 바뀌고 음악도 바뀌는데 내가 그걸 흡수해야 하나, 반감을 가져야 하나,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직 답이 안 나온 상태예요.
뭐가 됐든 비와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으로 할 거란 기대를 사람들은 할 거예요 전 사실 듣는 분들이 어떤 걸 기대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지난해에 <데자부>라는 싱글을 낼 때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싶은 걸 추측해서 한번 곡을 만들어봤어요. 그렇게 하니까 제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 전에는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더니 그게 히트를 쳤고, 그랬기에 그 성공이 값졌던 것 같은데, 내가 과연 남들이 원하는 혹은 기대하는 것만 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요.
그런데 그 ‘대중’이란 층을 어떻게 단정할 수 있나요 맞아요. 실제로 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이 바뀌었어요. 최근 1~2년 새에 특히. 사실 초반엔 대부분이 힙합 팬들이었어요. 그런데 힙합 팬들은 다들 힙스터 마인드가 있으니까, 대중가요 팬들이 저에게 큰 관심을 주었을 땐 ‘이제 대중이 듣는데 내가 뭣하러?’ 이런 분위기가 됐어요. 처음엔 저도 그런 반응에 내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고 싶었어요. 그때 그 허세가 ‘바이클 액슨’이란 곡에 담긴 거예요. 지금은 힙합 팬들이 항상 먼저 생각하고, 먼저 움직이길 좋아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힙합 팬들이 음악을 잘 알고, 제가 어떤 걸 얼마나 신경 썼는지 그 의도를 알아주고, 다른 쪽으로 제 앨범을 해석해 주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해가 풀린 거예요. 지금은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덕분에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으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들도 좋아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요.
음악을 만들었을 때 이걸 발표할 것이냐, 버릴 것이냐를 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제 기준은 ‘이 음악이 세상에 있는 거냐 없는 거냐’예요. 들었을 때 세상에 없는 것,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요. 제가 아는 지식 안에서 이건 이 세상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게 예의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려면 음악을 계속 많이 들어야겠네요 엄청 많이 들어야 하죠. 요즘은 70년대 영화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의 음악감독 버나드 허먼, 영화 <핑크 팬더>의 음악감독 헨리 맨시니, 영화 <스타워즈>와 <쥬라기 공원>의 영화음악을 만든 존 윌리엄스의 작업들을 최근에 많이 들었어요. 한스 짐머는 항상 듣고 있고요.
그런 곡들이 어떻게 힙합과 연결될까요 글쎄요, 저도 나와봐야 알 것 같아요. 앨범 작업을 하느라 요즘은 거의 작업실에서 자취하면서 수련하고 있어요. 작업 중에 흐름이 끊기면 힘들기도 하고, 자고 일어나자마자 맑은 정신에 곧바로 만드는 음악이 건강하게 잘 나오기도 하고요.



비대칭 디자인의 마드라스 체크 코트와 자수 장식 로퍼는 모두 Gucci. 블랙 팬츠는 Dior. 오른손에 착용한 실버 링은 모두 Bulletto. 왼손에 착용한 링은 비와이 소장품.



스키니 실루엣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모직 팬츠는 모두 Dior Homme. 블랙 터틀넥 풀오버는 Kimseoryong. 블랙으로 코팅된 스틸 링은 Tiffany & Co. 실버 링은 비와이 소장품.



작업실이나 집의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나요 네, 색깔 매치 같은 걸 좋아해요.
패션에도 관심이 엄청 많은 게 티가 나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옷에 신경 쓰는 분이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저도 그런 것 같네요.

최근에는 뭘 샀어요 요즘은 쇼핑을 해도 생각을 좀 하면서 사요. 한때 사고 싶은 걸 마구 사는 시기가 있었거든요. 다 헛되더라고요. 요즘은 시즌감이 있는 거 말고 클래식한 것, 오래 입을 수 있는 걸 사고 있어요.
뮤지션 중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어서 디자인하거나 다른 영역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저도 옷을 한번 만들어봤거든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제가 만든 옷을 입고 출연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신경 쓰다 보니까 다른 게 잘 안 되더라고요. 너무 어려워요. 공장도 알아봐야 하고요. 공장 운영하는 분은 몇 개 주문할 거냐 그런 거 묻고…. 대량으로 뽑아서 뭐해요, 나 입으려고 하는 건데. 그걸 해본 목적이 ‘재미있어서’였는데, 막상 해보니 뭔가 남겨야 할 것 같은 세계더라고요. 나중에 진지하게 꼭 한번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글쎄요.
힙합 신에서 패션에 깊게 심취한 사람이 아마도 카니예 웨스트가 아닌지 카니예는 최고죠. 진짜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잖아요. 전 사람이에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전 타일러는 언제나 ‘쩐다’고 생각해요. 진짜 좋아하거든요. 절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지금 그 자리에 있다는 건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는 거죠.
에이셉 라키 엄청 좋아해요. 타일러와는 장르가 완전 다르지만 둘이 너무 친하기도 하고, 어떤 점에서는 같은 과예요. 남이 절대 흉내 낼 수 없으니까.
패션 말고 그냥 멋있는 미국 힙합 뮤지션 얘기가 됐네요. 비와이도 한국에선 그런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데요 저 미국 진출도 언젠간 하고 싶어요. 힙합도 사실 미국에서 온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금 미국 힙합과 한국 힙합은 나뉘어 있어요. 팝과 K팝이 다르듯이요. 그런데 저도 어떤 때가 오면 그들과 경쟁해 보고 싶고, 언어의 제약을 허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매우 비관적인 사람이라 안 되는 것부터 상상하는 편인데, 비와이는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사실 되는 것만 생각하고, 되는 것만 말해요. 아까 인터뷰 전에 질문지 보여주었죠? 거기 ‘종교를 제외하고 하고 싶은 말’에 대한 게 있던데, 제 모든 게 신앙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런 성취를 보여주는 것도 결국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서 제외한다는 게 불가능해요. 그런데 또 세상은 저 같은 몽상가와 기자님 같은 현실주의자가 공존해야 해요. 저 같은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망할 거예요. 



무통 코트는 Neil Barrett. 웨스턴 셔츠와 화이트 진, 레이어드한 코튼 터틀넥 풀오버는 모두 Calvin Klein Jeans.



유틸리티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재킷과 와이드 팬츠, 앵클부츠는 모두 Wooyoungmi. 블랙 티셔츠는 Comme des Garcons Homme. 실버 이어 커프는 Portrait Report.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캐멀 코트와 러버 솔 부츠는 모두 Prada. 롱 슬리브 모헤어 스웨터는 Acne Studios.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Kimseoryong.



이렇게 확신 있는 비와이도 불확실하고 잘 모르겠다 싶을 때는 언제예요 저도 매일 이렇진 않죠. 신이 아니고 불완전한 인간이니까요. 힘이 빠질 때는…. 요즘 힙합 신에 있는 카피캣들이 마치 오리지널인 듯 둔갑해서 너무 큰 사랑을 받을 때? 그럴 때 화가 나요.
주위의 이상한 사람한테 시달렸다든지 개인적인 사건을 말할 줄 알았어요 그런 일도 많이 있었죠. 잘 모르는 사람을 몇 번 만났더니,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 보이는 거예요.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상처도 받았고, 사진 찍는 것도 좀 무서웠어요. 그럼에도 가사에서는 ‘센 척’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가사에서 돈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 돈 꿔달라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웃음). 그 후론 사람을 많이 안 만나게 됐죠. 지금은 조금 나아졌는데, 한때 주변 사람들도 거의 안 만났어요.
그 대신 하는 게 인스타그램인가요 처음엔 남들이 다 하니까 시작했다가 다 지워버린 건 또 딱히 사진 찍은 것도, 올릴 것도 없어서 그랬는데 어쨌든 큰 의미는 없어요. 대신 제가 제 계정 관리 말고 인스타그램으로 한 가지 하는 게 있긴 해요.
비와이 사진 올린 사람의 계정에 가서 ‘좋아요’를 직접 눌러주는 거 말이죠 어? 아세요? 이거 팬들이 은근히 못 믿고 매니저가 하는 줄 알던데, 제가 다 해요. 전 공연을 하는 게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얼굴도 다 보려 하고, 최대한 한 분 한 분 기억하려고 해요. 인사할 때 제 조명은 끄고 대신 관객석을 비춰 달라고 해서요. 저번에 시청 앞에선가 공연할 때 앞줄에 계시던 분이 제가 다니는 병원 직원 분이어서 알아본 적도 있어요. 얼굴이 보고 싶은 이유는 ‘내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해 주나’라는 생각에 너무 고마워서요. 그래서 그걸 표현해 보려고 시작한 게 인스타그램에 제 사진을 누가 올리면 제가 직접 가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일이었죠. 아, 내가 그동안 너무 비싼 척을 했다. 음악 들어주는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현으로요. 진짜로 새벽 한두 시까지 옆에 스마트폰 끼고 제가 직접 해요.
공연을 하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비와이도 좋지만,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일단 조만간 싱글이 나올 예정인데, 그전에 제가 만든 음악과는 좀 많이 다를 거예요. 그리고 다음 앨범은…. (한참 고민한 후) 대한민국 래퍼들이 많이 깨달을 수 있는 앨범이 될 거예요.
새 곡 작업에 누가 참여하는지 모두 주목하고 있어요 알아요. 제가 옛날에 ‘쌈박자’라는 곡을 만든 적이 있어요. 주위에서 이거 좋으니까 무조건 내자 해서 냈는데, ‘비와이는 그레이를 만나야 잘되는구나. 혼자 하니까 이거 봐라’ 이렇게 돼버렸어요. 그래서 제가 아예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걸 만들었더니 그런 말이 없어졌어요. 누구냐 하면 ‘트루스 이즈 론리’라고 굉장히 베일에 싸여 있는 분이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고, 비트를 아주 잘 만드는 분이고 다음 앨범 총괄 프로듀싱을 맡을 예정이에요.
‘진실은 외로운 것’이란 의미의 이름을 가진 분이라니, 왠지 의미심장하네요 언젠가 정체가 공개되는 날이 있겠죠.
‘왕관을 쓴 자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왕관이 없어서 무슨 무게인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지금 입은 옷의 무게인 것 같아요. 

CREDIT

사진 주용균
스타일리스트 이경은
컨트리뷰팅에디터 강지혜
헤어 김성원
메이크업 이준성
어시스턴트 정길원, 조혜진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0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