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 스타 인터뷰

2018.06.15. FRI

WHAT A DAY TO BE ALIVE

요즘, 민효린

민효린 인생에 또 다른 이야기가 생겼다. 한 걸음 더 내디딘 그녀의 이야기

화이트 레이스 톱과 V넥 롱 드레스는 가격 미정, 모두 Nina Ricci. 진주 장식 드롭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볼륨감 있는 실루엣이 인상적인 플라워 패턴 드레스는 가격 미정, The Centaur. 헤드피스는 가격 미정, Simone Rocha.



스터드가 장식된 구조적 디자인의 미니드레스는 가격 미정,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효린 씨의 본명이 은란이에요, 정은란. 그 이름을 알게 된 순간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제 본명 듣고 웃는 분들도 있고, 재미있어 하는 분도 많았어요. 그런데 가족들이 불러주는 이름이어서 제겐 각별해요, 좋아하고요. 예전엔 은란이란 이름을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없어서 꼭 두 번 이상 말해야 하는 게 참 불편했어요. 딱 한 번, 유일하게 두 번 발음하는 게 좋았을 때는 god의 팬이었던 중학교 시절, 윤계상 선배님께 사인 받던 날이에요(웃음).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스무 살 때 만난 민효린이란 이름이 제 이미지와는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민효린은 어떤 이미지예요 일을 할 땐 “안 웃는 느낌이 더 좋은데”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막 친근한 이미지는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저를 아는 사람들은 “넌 그냥 들꽃 같아” “시골 강아지 같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꽃 종류로 표현한다면 좀 더 예쁜 꽃일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웃음). 아마도 때묻지 않은 면이 분명 제게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한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해 줄 때마다 힘을 얻어요.

은란이와 효린이는 친한가요 하하.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은란이의 큰 틀 안에 민효린이 들어 있는 삶이에요. 은란이로 생활하면서 민효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은란이로서 행동하지만 민효린으로서 보이면 안 되는 행동을 할 순 없는, 말하자면 계란의 흰자 안에 노른자가 있듯이 공존하는 관계인 것 같아요.

요즘 삶이 즐겁나요 즐겁죠. 제 인생에 또 다른 이야기가 생겼고, 그러다 보니 여유가 생겨서 필요한 일보다는 원하는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더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삶의 우선순위가 다시 정리되었다? 맞아요. 예전엔 필요한 일 혹은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이 우선이었어요. 지금은 바뀌었죠. 재미있는 건, 우선순위를 바꿔놓으니까 지금 이 순서가 맞더라고요. 원하는 일을 우선시하는데, 결국은 필요한 일을 하게 돼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서인지 결과물이 더 좋아지고, 그러다 보니 다른 일들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순환이 일어나요.

삶의 만족도를 높인 비결이 있다면요 예전엔 제 안에 어떤 틀이 있었거든요. 저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 될 것 같아 위만 보면서 달려갔는데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틀을 무너뜨렸어요. ‘인지도나 유명세가 곧 행복은 아니야, 꼭 그러지 않아도 돼’ 하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1등이 있으면 100등도 있는 거고, 내가 몇 등이든 그 안에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며 살자 그랬어요. 틀을 깨는 순간, 여유와 만족이 찾아온 것 같아요.



잔잔한 플라워 패턴의 핑크 톱과 롱스커트는 가격 미정, 모두 Loewe.



잔잔한 플라워 패턴의 핑크 톱과 롱스커트는 가격 미정, 모두 Loewe.



플라워 패턴 롱 드레스는 가격 미정, Louis Vuitton.



빈티지 패브릭이 패치워크된 홀터넥 드레스는 가격 미정, Marine Serre by Boontheshop.



틀을 깰 수 있었던 계기가 있나요 지난 몇 년간 단 하루도 못 쉬고 일한 적이 있어요. 거의 차에서 자고, 집에는 씻으러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죠. 그런 반면 2년 정도는 아예 아무것도 안 한 적도 있어요. 20대 후반쯤이었는데 결혼과 일을 포함해 여자 민효린의 삶을 점검해 보고 싶더라고요. 내가 이 활동으로 잘되기만을 바라는 건지, 일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건지, 결과가 중요한지 궁금해졌고 그 판단이 당시의 제겐 정말 중요했어요. 그 시간을 통해 내려놓을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순위를 정하지 말고. 이 분야에서 나를 몸의 지체로 생각한다면 손이 될 수도, 발이 될 수도 있다고 여유롭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생각이 많은 시간을 지나왔네요 어릴 적부터 생각이 좀 많은 편이었어요. 걷기를 좋아해서 몇 시간씩 걸어 다니면서 생각하곤 했거든요. 어쩌면 그 시절부터 저는 저 자신을 속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도 ‘이게 아닌가’ 싶을 땐 기어코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성격이에요.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아’ 그렇게는 잘 못해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납득하고 가야 하다 보니까 뭔가 안 풀릴 때는 멈춰야 해요. 그래서 나름의 답을 얻어왔던 것 같기도 해요.

용기 있는 성격이네요. 괜찮다는 말로 자기 주문을 걸며 사는 사람도 많잖아요 일상의 작은 바람들을 이루려면 순간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오잖아요. 전 그런 부분에선 용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오히려 이뤄나갈 수 있는 것들이 생겨요.

지금부터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요 제가 100% 좋은 사람이 될 순 없겠지만, 좋은 영향력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걸 잘해서 뭔가 본받을 게 있는 사람보다 좋은 기운을 받게 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돌아보면 저를 움직인 건 결국 제 주위에서 저를 응원해 줬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도 남에게 좋은 기운으로 보답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고, 아니, 이런 건 완성이란 단어를 쓰기도 뭣하지만 꾸준히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결혼하고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것도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로 이런 긍정적 영향력을 주는 거예요.

인생에 또 다른 이야기가 생긴 지금, 여전히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나요 사람들은 제가 가진 어떤 느낌을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그 느낌을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오늘 <엘르>와의 작업처럼 제작 전 단계부터 참여해 에디터의 의견을 듣고, 제 의견도 나누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비주얼 작업은 늘 즐거워요. 화보의 분위기와 미장센을 가진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기더라고요. 요즘 전 ‘사람 민효린’으로 살아요. 휴식과 활동의 중간 정도인 이 시기에 조급하지 않게,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할 기회를 가지려고 해요.

사람 민효린의 삶에서 갖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요 친절한 효린 씨? 알고 보면 전 그냥 동네 언니, 동생 같은 수더분한 성격이거든요.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전해보려고요(웃음).

CREDIT

에디터 허세련
작가 채은미
사진 김희준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6월호
참고하세요!

저작권법에 의거, 엘르온라인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타 홈페이지와 타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 불법 게재시 불이익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