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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TUE

UNVEILED FACE

반어적인 얼굴, 이솜

이솜의 얼굴은 반어적이다. 러블리한 소녀와 섹시한 여인이 팽팽하게 동거하는 듯한 얼굴. 변신은 순식간이다

레드 컬러의 톱은 24만원, Pushbutton. 레드 컬러의 튤 스커트는 가격 미정, Fleamadonna. 오버사이즈 레더 트렌치코트는 42만8천원, 블루 컬러의 이어링은 13만8천원, 모두 Low Classic. 앵클부츠는 가격 미정, Nina Ricci.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이라는 쾌감을 여러 번 안겨줬어요. 여성 팬이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수지 캐릭터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저도 수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말투도 시원시원하고 털털하고. 드라마를 제대로 한 게 처음인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에요.


영화에 비해 드라마 출연이 뜸하긴 했어요 항상 하고 싶었는데 맞는 캐릭터가 없었어요. <마담 뺑덕> 때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센’ 캐릭터들이 한동안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요. 


수지를 연기하는 게 굉장히 편해 보였어요 그래요? 하하. 수지 성격이 제 안에 실제로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게 아닐까요.


‘남자와 연애는 하지 않고 추억만 만든다’는 수지의 연애관은 어떻게 생각해요 연애관은 수지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연애하면서 추억을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수지의 방식이 ‘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영화 <좋아해줘>에서도 타고난 ‘밀당녀’ 나연을 연기했잖아요? 수지와 나연 중 누가 더 연애의 고수 같아요 감정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걸 ‘밀당’이라 한다면, 수지가 더 잘하는 것 같아요. 그에 비해 나연은 귀엽죠. 밀당을 하려다가 수호(강하늘)의 순수함에 오히려 ‘밀당’당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요? 저는 ‘밀당’ 못해요. 하하.


수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본인 연애에 도움이 되나요 그보다 반대로 제 경험들이 캐릭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정 경험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연애할 때 생기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 감정만 알아도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수지처럼 ‘연애계약서’를 만들게 된다면 이솜은 어떤 조항을 넣겠어요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는 조약을 넣을 것 같아요. 저는 규정된 선을 긋는 게 싫어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좋아요.


개봉 준비 중인 영화 <소공녀>에서의 캐릭터도 범상치 않아요. 담뱃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담배가 아닌 집을 포기한 가사 도우미 미소를 연기했죠. 미소처럼 좋아하는 걸 지키기 위해 뭔가를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나요 한창 고민 중인 화두예요. 큰 것을 얻기 위해 취미나 좋아하는 걸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주위에 있어요. 그런데 행복의 기준은 모두 다르잖아요? 더 열심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배우는 어때요? 가령 길거리를 걷는 소소한 일처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양보해야 하지 않나요 주위 시선에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에요. 이 일로 제 일상에 불편을 느끼는 건 없어요. 많이 알아보지도 못하시더라고요(웃음). 배우 중에 일과 사생활을 완전히 분리하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소공녀> 촬영현장을 매니저 없이 혼자 출퇴근하며 다녔다고요. 스케줄 조정도 스스로 하면서 제가 그러겠다고 회사를 설득했어요. 케어를 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어요. 익숙해지면 당연하게 받아들 것 같아서요. 소속사 대표인 정우성, 이정재 선배님이 처음엔 “안 된다!”고 반대했는데 나중에는 “그래. 해 봐!” 응원해 주셨죠. 


반대했던 선배님들의 마음이 바뀐 계기는 글쎄요. 저라는 사람을 조금은 아셔서? ‘말려도 할 거야’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하고 싶은 일을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군요 많이 바뀌었어요. 어릴 때는 진짜 내성적이었어요. 감수성도 좀 예민했고요. 버스 타고 종점 찍고 오고 그랬거든요. 하하하. 그때의 저를 이해할 수 없어요. 지금의 저는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때의 감수성을 좋아해요. 그 감성이 저를 이쪽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성격이 바뀐 계기가 있나요 모델 이전에는 저를 잘 몰랐어요. 제 얼굴이 개성 있다는 것도 모델 일을 하면서 알았어요. 자신감이 많이 붙었죠. 제가 자신을 알게 됐다는 것. 그게 계기라면 계기인 것 같아요.


2010년 영화 <맛있는 인생>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주연이었죠. 첫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건 배우 이솜에게 어떤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 그렇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요. 물론 어떤 분에겐 그게 좋은 선입견 혹은 나쁜 선입견으로 비춰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 그런 게 없어요. 그냥 그렇게 시작된 거라고 생각해요.


저예산영화와 상업영화, TV 드라마를 경계 없이 오가고 있어요. 지금 행보가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든다기보다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뭔가에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혹독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어떤 일이든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는 편이에요.


그런 이솜을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뭔가요 현장이요.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신나요. 


슬프게 하는 건요 결과로 남는 것.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결국 사람들을 만나 추억을 쌓는 일이잖아요. 그것들이 나중에 숫자로 매겨져서 남는 것. 그게 너무 슬퍼요.


‘배우가 내 길이 맞나’ 하는 고민을 접고 확신으로 달린 건 언제부터인가요? 아니면 아직도 그런 고민을 하나요 진짜 힘들 때는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러다가 괜찮아지고, 고민하다 또 괜찮아지고…. 이걸 반복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든 끝까지 오래 살아남는 자가 이긴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힘들어도 가는 게,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레오 카락스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만약 두 감독으로부터 동시에 러브 콜이 온다면, 어떤 감독의 작품을 선택하겠어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둘 다 못할 수도 있어요. 너무 떨려서. 그래도 답을 내린다면 레오 카락스가 아닐까 싶어요. 고레에다 감독님은 거의 1년 주기로 작품을 내지만 레오 카락스는 몇 년에 겨우 한 편 제작하시니까요.


한국영화도 많이 챙겨 보나요 이전에는 많이 안 봤는데 요즘은 보려고 노력해요. 특히 주체적인 여성을 다룬 영화를 많이 봐요. 


여배우들을 위한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 되긴 해요. 선택의 폭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거니까요. 여배우끼리 소수의 여성영화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에 마음도 편치 않고요.


그래서 <소공녀> 개봉은 의미심장할 거예요 와! 일단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전고운 감독님과 작품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감독님 작품이라면, 앞으로도 무조건 할 거예요.


요즘의 이솜은 행복한가요 행복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해요. 또 작품을 기다려야 하고, 작품 고민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설레기도 하고요. 좀 복합적인 것 같아요. 아, 그런데 아까 레오 카락스 대답을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저, 두 분 다 너무 좋아하거든요.



레이스 디테일의 슬립 드레스는 가격 미정, Chloe. 레드 컬러 트렌치코트는 4백80만원, Burberry. 사이하이 부츠는 가격 미정, Stuart Weitzman.



스카프 장식의 도트 블라우스와 체크 스커트가 장식된 트렌치코트, 프린트 레깅스, 화이트 펌프스, 서클 이어링은 가격 미정, 모두 Balenciaga.



그린 컬러의 보디수트는 가격 미정, Valentino. 브라운 코트는 1백40만6천원대, Lemaire by Matchesfashion.com. 왼쪽 귀에 착용한 실버 드롭 이어링은 23만원, Xte. 오른쪽 귀에 착용한 실버 라인 펄 이어링은 19만8천원, Low Classic.



베이지 컬러의 슬리브리스 톱은 53만원, Pushbutton. 레드 컬러의 페이턴트 팬츠는 59만8천원, MSGM by Ihanstyle.com. 레드 앵클부츠는 가격 미정, Stuart Weitzman. 블랙 컬러의 프린지 이어링은 7만9천원, Vintage Hollywood.



그린 니트 브라톱과 블랙 새틴 스커트, 그레이 니트 머플러는 가격 미정, 모두 Prada. 핑크 앵클부츠는 29만8천원, Meno de Mosso.

CREDIT

사진 안상미
스타일리스트 박세준
글 정시우
에디터 허세련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홍현정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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