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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MON

WE ARE

그와 그녀 사이

이준호와 원진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서 상처와 슬픔, 위로와 위안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이준호가 입은 집업 디테일의 니트 톱과 이너 웨어, 슬랙스는 모두 Salvatore Ferragamo. 원진아가 입은 굵은 짜임의 벌키한 풀오버는 Iro. 바닥에 깔고 누운 퍼 칼라의 체크 패턴 코트는 Kimseoryong, 그레이 컬러의 타탄 체크 코트는 Customellow.



클래식한 울 소재의 수트와 화이트 셔츠는 모두 Prada.



이준호의 차분함


부산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며 두 달째 부산에서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라는 작품이다.
어떤 점에 끌렸나 대본이 주는 잔잔한 울림이 컸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과하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극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대본이었다. 마침 그런 연기를 하고 싶던 차였다. 전작 <김과장>에서 동작이 크고 역동적인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 작품이다.
‘나는 지금 강두가 되어 있다’고 인스타그램에 썼는데 강두는 어떤 사람인가 처음 대본을 읽고 강두의 모습에서 길고양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는 하루하루를 무사히 버텨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런 위태한 상황에서 하문수(원진아)라는 사람을 만나 변한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남자가 돼보니 어떤가 말수가 적어졌다. 감독님께서 강두는 무표정하되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무표정을 보여주길 원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피폐해졌다. 얼마 전 결혼식에 갔다가 한참 혼란스러웠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앨범과 공연의 전 과정에 참여할 정도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열정적이라고 들었다. 이번 역할을 위해 뭐부터 시작했나 <김과장>을 할 때는 악역 연기에 몰입하려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됐다. 부산에서 촬영이 없으면 혼자 방에 있는 편이고 앨범 활동을 병행하느라 많이 지쳐 있었다. 강두의 피폐한 모습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하하.
연기에 접근하는 자기만의 방법이겠지만 캐릭터에 너무 휘둘리는 거 아닌가 완벽하게 몰입해야 캐릭터를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할의 틀에 나를 맞춰도 어쨌든 연기를 하는 건 나다. 그리고 이 방식이 항상 감정적으로 힘든 것도 아니다. 영화 <스물>을 촬영할 때는 무척 재미있었다. 바보 같이 보여도 좋았다.
틈날 때마다 곡 작업을 한다면서. 이번 작품에서 받은 음악적 영감이 있나 고독하고 쓸쓸한 정서. 평소 느끼는 감정을 곡에 솔직하게 담는데 요즘 쓰는 노래들은 되게 쓸쓸하다. 그전의 곡과는 많이 다르다.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부산 숙소에 샌드백을 하나 뒀다. 운동 겸 두들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솔로 앨범이나 2PM의 노래 중에서 강두를 위한 배경음악을 고른다면 지난여름에 발표한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 ‘캔버스’가 잘 어울린다. ‘너란 사람이 내게 없다면 난 하얀색 감정 없는 구겨진 종이였을 거야’라는 가사처럼 꿈도 의욕도 없는 강두의 삶에 문수는 색감이 되어준다.
이준호라는 사람이 걸어온 길에 어울리는 BGM은 지금 생각나는 노래는 다프트 펑크의 ‘Somthing about us’ 이 곡처럼 잔잔하고 몽환적인 멜로디를 좋아하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업 앤 다운도 있었지만 어떤 흐름에서는 잘 흘러온 것 같다.
<감시자들>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후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2PM 활동이 정말 행복하지만 ‘준호’로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연기자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지금 갈망하는 건 완벽하게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예를 들어 배우로서 작품을 할 때마다 ‘이준호, 제대로 했네’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 그러다 보면 대표작도 하나 둘씩 생기지 않을까. 결국 하는 것마다 잘되고 싶다는 얘기네. 하하.
설경구, 전도연, 이성민 등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에게 받은 칭찬이 있다면 현장 흐름이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드라마를 함께 촬영 중인 나문희 선생님께서는 “너는 연기를 착하게 잘하네. 연기할 때는 무조건 착해야 돼”라고 해주셨다. 그게 상대 배우를 배려하는 마음인지, 캐릭터의 성격을 뜻하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의미인지 답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첫 주연작이다. 아이돌 스타의 이점을 떼고 차근차근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여기까지 왔다 더 빨리 주연을 맡을 수도 있었겠지만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먼저였다. 최대한 떳떳하고 싶었고 꾸준히 연기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너무 일찍 진미를 맛보면 다른 음식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비중이 큰 역할을 좇기 시작하면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빨리 찾아올 것 같았다. 올해로 가수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이 시점에 첫 주연을 맡아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다.



리본 장식의 실크 블라우스는 The Kooples, 골드 링은 Mzuu.



코듀로이 소재의 수트와 롱 슬리브 셔츠는 모두 Nohant.



자수가 놓인 벨벳 드레스는 N°21. 러플 칼라의 블라우스는 Bird by Juicy Couture. 이어링은 Vintage Hollywood.



원진아의 기다림


오디션을 통해 드라마 데뷔작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주연이 됐다. 첫 느낌은 어땠나 기쁨과 부담감이 교차했다. 캐스팅이 됐어도 그다음이 더 중요해 들뜬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히려 했다. 이제는 담담하다.

성공적인 오디션의 내용이 궁금하다 시험을 보듯 내가 준비한 연기를 보여주기보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눈 게 인상적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본의 느낌은 어땠는지,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해주신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자기에게 딱 맞는 역할이 왔을 때 뭘 꾸미려 하지 말고 원래 모습 그대로 표현하라고 하셨다.

원진아라는 사람과 캐릭터가 비슷한 느낌을 가졌나 보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있나 ‘하문수’는 어린 시절에 겪은 사고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숨긴 채 씩씩하게 살아간다. 사람은 저마다 상처와 사연을 갖고 있지 않나. 하지만 평생 슬퍼하며 살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는 인생이 그녀에게도 있다.

이준호와의 호흡은 어떤가 방송에서 봤던 준호 선배는 성격이 좋은 사람 같았다.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좋다. 가식 없고 배려심이 넘친다. 연기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데 몰입도가 뛰어나다. 내가 대본을 읽으며 떠올린 강두 그 자체로 살고 있어 촬영할 때 집중이 잘된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쓰인 ‘그냥’이라는 단어에는 친밀함과 서늘함이 함께 느껴진다. 드라마에는 어떤 의미로 쓰이나 제목만 보면 멜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인간적인 드라마가 강하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이야기 속에 그냥 사는 게 힘든 사람, 그냥 살던 대로 사는 사람, 어쩔 수 없이 그냥 사는 사람 등 다양한 인물의 사연이 그려진다. 각각의 시점에 따라 ‘그냥’이란 단어의 의미도 달라진다.

요즘 그냥, 마냥 좋은 게 있다면 지금 상황이 그렇다. 정말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까. 그냥 지금이 좋다.

시청자들의 어떤 반응을 예상하나 신인 배우가 이런 큰 역할을 어떻게 맡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많을 것이다. 주연으로 데뷔했다고 해서 나를 다르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계속해서 연기 활동을 할 테니 원진아라는 배우를 천천히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배우로서 출발점은 언제였나 4년 전쯤 연기를 하려고 천안을 떠나 서울에 왔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는데 좋은 기회를 통해 독립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촬영장에서 “원진아 배우님, 안녕하세요”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배우가 됐다기보다 드디어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실감했다.

왜 연기였나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욕심이나 승부욕이 없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욕심이란 게 생겼고, 연기를 하는 내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이 일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출연작 중에서 자신이 어떤 배우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싶은 작품은 <캐치볼>이라는 단편영화가 있다. 오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여동생이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믿었던 것들이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다.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평소 밝은 성격인데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에 담긴 내 얼굴과 목소리 톤이 좋게 느껴졌다.

자신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태도나 특징은 어디 가서 쉽게 주눅들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이어도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힘들다고 입밖에 내면 더 속상해지고 정말 힘든 상황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게 뭐가 힘들어’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뭘까 나를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나에게서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하다.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은 <라빠르망>의 리메이크작인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에서 로즈 번이 연기한 캐릭터가 있다. 그녀는 떠나버린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에게 집착하고 질투한다. 이상한 여자 같아 보여도 그녀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처절한 사랑이다.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에게는 애틋한 사랑,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이준호가 입은 헤링본 패턴의 테일러드 코트와 팬츠, 실키한 셔츠는 모두 Kimseoryong. 태슬 로퍼는 Prada. 원진아가 입은 레트로풍의 그린 컬러 니트 톱과 풀 스커트, 벨트는 모두 Miu Miu. 앵클 스트랩 펌프스는 Jinny Kim. 비즈 이어링은 Vintage Hollywood.

CREDIT

사진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원세영
에디터 김영재
헤어 양형심(이준호), 문경희(원진아/ENNY HOUSE)
메이크업 김다솔(이준호), DO I(원진아/ENNY HOUSE)
어시스턴트 정미나,최미연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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