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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SAT

Mrs. Passion

전혜진, 본편은 이제부터

‘센‘ 언니? 신 스틸러? 스타의 아내? 스크린을 사로잡는 배우 전혜진의 진짜 스토리가 시작됐다

퍼 장식의 아우터 웨어와 자카르 니트는 모두 Bottega Veneta.



드라마틱한 실루엣의 보트 네크라인 드레스는 가격 미정, Christian Dior.



오늘 배우 전혜진을 아름답게 찍고 싶었어요. 미인이란 말, 익숙하시죠 처음 들어봤는데요. 그런 과가 아니라.

미스코리아 출신에 별명이 ‘대학로 전지현’이었다는데 신랑이 방송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선머슴 같았어요. 머리도 늘 짧았고. 또 관리는 아주 게을러요.

몸매가 좋다고 스타일링 팀이 놀라던 걸요. 다리가 참 곧고 길어요. 정말 아무 운동도 안 하시나요 어제도 반상회에서 계속 그걸 묻더라고요(웃음). 이제 점점 체력이 떨어지니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필라테스 수업을 한 번 들어봤는데, 운동 중에 그나마 맞는 것 같아서 해보려고요.

<시인의 사랑>과 <희생부활자>, 두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먼저 <시인의 사랑>에선 주인공인 시인의 아내를 연기했죠. 어떤 점에 끌렸나요 우선 기존 상업영화와는 다른 관계를 보여주니까요. 처음엔 여성감독 작품인 줄 몰랐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남자감독이 쓸 수 없는 디테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짜 책 한 권을 읽은 느낌? 비중이 아주 크진 않지만 되게 하고 싶었어요.

생활력 강한 아내 ‘강순’을 연기했어요. ‘아내’ 역할이란 점에서 좀 수월했을까요 감독님이 현택훈 시인을 모델로 삼아 주인공을 그렸는데, 현택훈 시인이 실제로 아내랑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대본에 담겼죠. 어떤 지점에는 감독의 부부관계도 들어가 있고. 저 역시 결혼했고, 나 혹은 사랑하는 이가 누굴 좋아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흔들리는 남편을 붙잡는 강순의 사랑에도 공감했나요 강순의 대사 중에 “난 너 없이는 죽어”  “난 네 똥도 먹을 수 있어. 그게 사랑 아냐?” 이런 대사들이 있어요. 부럽죠. 어떻게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시인을 연기한 양익준 씨와의 호흡은 워낙 궁금했어요. 임신했을 때 양 감독의 <똥파리>를 보러 갔는데, 태동이 무척 심하더라고요. 남편을 엄청 째려봤어요. 남들은 아름다운 것만 본다는데 이렇게 욕이 난무하는 걸 보러 오다니(웃음). 이후 연출뿐 아니라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면서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죠. 생각보다 굉장히 섬세한 배우더라고요.

올봄 <불한당>으로 칸에 다녀왔어요.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작업을 훨씬 즐기게 됐어요. 칸에 간다고 했을 때, 처음엔 내가 굳이 가야  하나 싶었어요. 실감도 잘 안 났고. 그런데 다녀오길 정말 잘했어요. 감독과 배우를 존중하고 대우하는 게 너무 느껴져서. 관객들이 천 팀장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등장하는 첫 신부터 남자들이 난리를 치면서 보더라고요. 그래, 이게 엄청난 일이지, 갔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감도 더 생기고.

칸에 가서 한 인터뷰 중에 “주부로 살다가 촬영장에 오면 너무 다른 세상”이라고 “칸에 와서 여배우로 대접받으니 욕심 좀 생긴다”는 말을 했어요. 그동안 배우보다 엄마 역할에 집중해 온 편인데, 마음속에서 갈등은 없었나요 제가 생각보다 모성애가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육아를 맡기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마음도 편치 않았어요. 이제 애들이 좀 커서,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더 주죠. “엄마가 다 못해주니까 네가 해.” 예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해요. 밖에 나가는 게 불편한 때도 있었는데, 이젠 계속 집에 있으면 답답해요.

영화 <사도>와 2015년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이 배우 전혜진에게 어떤 계기가 된 것 같은데 맞아요. <사도> 찍으면서 너무 힘들어서 다신 연기 못하겠다 했는데, 촬영 끝나고 1주일이 지나니까 막 현장에 가고 싶더라고요. 송강호 선배님, 문근영 배우 등 워낙 팀 분위기가 좋았어요.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데, 이젠 현장이 겁나지 않더라고요. 아줌마가 돼서 그런지 남자 후배에게 “안녕” 인사도 쉽게 나오고(웃음). 청룡영화제는 상을 타기 전부터 “혜진이는 받아야 해” 이런 분위기여서 그 현장에 간 것만으로도 기운을 얻었어요.



퍼 장식 아우터 웨어와 자카르 니트, 트윌 페이턴트 팬츠는 모두 가격 미정, Bottega Veneta. 송치가죽의 오픈 토 펌프스는 가격 미정, Suecomma Bonnie. 실버 체인으로 연결된 링과 브레이슬렛은 가격 미정, Mzuu.



레이스업 디테일의 캡 슬리브 드레스는 가격 미정, Escada. 버건디 컬러의 사이하이 부츠는 가격 미정, Fendi.



처음으로 돌아가, 왜 연기가 하고 싶었을까요 연기가 하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우연찮게 영화에 캐스팅됐고, 그 영화의 각색가가 극단 대표님이어서 또 연극 출연을 제안받았죠. 뭘 하고 살지 계속 고민하던 때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첫 사회생활을 충무로에서 시작했다는 게 좋았어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고, 결혼을 했어요. 예전에 알던 사람들에게 제안이 오기도 했는데, 사실 거절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고 내 업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그보단 책임감이 크게 느껴져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말, 그 말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어차피 전혜진은 전혜진이라서 내 안에서 뭐가 얼만큼 더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신 차려야겠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내가 하는 연기를 잘 못 봤는데, 이제 보려고 노력해요.

요즘 한국에 여배우들이 출연할 만한 작품이 없다는 말이 나와요. 배우로선 이 부분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나요 진짜 심각한 것 같아요. 20대 때도 그에 대한 고민이나 화가 많았어요. 진짜 여자 얘기를 하는 여자 캐릭터가 거의 없었어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려면 여성감독이 많아져야 해요. 미국의 소피아 코폴라 같은. 그런데 우리나라는 진짜 몇 안 되고, 그 분들이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된다고 들었어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요 다 오래된 영화예요. 오랜만에 <파니 핑크>를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 들어 있더라고요. ‘그래, 나는 이런 영화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레아 세이두가 출연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도 되게 좋았어요. 당시 한창 육아에 매진할 때였는데 배우들이 온몸을 던져 연기하는 걸 보면서 환기되는 느낌을 받았죠.

40대에 접어들면서 알게 된, 20대 때는 몰랐던 인생의 지혜가 있다면 20대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뭐 그렇게 답을 찾으려고 했을까. 그때는 궁극적인 목표를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그 전에 나는 왜 사는지, 그렇게 정답 없는 질문을 좇으며 사춘기 같은 열병을 앓았어요. 많이 웃지도 못했고.

그럼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20대 때는 너무 무료했거든요. 이제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단지 결혼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절로 다 찾아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할까. 요즘은 모든 게 감사하죠. 집에서도 이따금 아이들을 보며 어떻게 이런 애들이 나한테 있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 되는데. 또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더디긴 해도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선균의 아내로 사는 것, 좋은 엄마가 되는 것, 좋은 배우가 되는 것, 어떤 것이 가장 힘들까요 물론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이죠. 배우의 아내도 사실 힘들어요. 예민한 직업이니까. 과정도 그렇지만 결과도,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부담감이 크니까요. 배우끼리 사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되거든요.

결국 그중에서 연기가 제일 쉬운 거네요 이제는 약간 욕심도 생기고,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더 욕심 내고, 더 보여주세요. 연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20대 때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게, 지금 내 얘기를 나눌 때가 없다는 거였어요. ‘산다는 게 뭐지?’ ‘나는 왜 다르지?’ 그런 고민을 다루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 현재 여성들이 가진 고민들, 관심거리, 진짜 우리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게 무슨 얘기든.

CREDIT

사진 김선혜
에디터 김아름
디자인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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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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