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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MON

FIRST TIME FEELING

이서원의 프롤로그

이서원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두렵지 않다. 무수히 많은 첫 순간들과 마주하게 될 그의 얼굴 위로 꾸밈 없는 설렘과 호기심이 노을처럼 번져간다.

바이올렛 컬러의 니트 톱은 System Homme. 블랙 와이드 팬츠는 Juun. J.

 

드라마 <병원선> 촬영 중이죠 거제에서 살다시피 하며 촬영하고 있어요. 거제에 머무른 날만 꼽으면 3주쯤 돼요. 얼굴도 많이 탔어요. 

 

바다 좋아하나요 자연은 다 좋아해요. 바다, 숲, 하늘, 도시 빌딩 틈의 식물까지도요. 

 

그중에서도 하늘인가요?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늘 사진이 꽤 있던데요 어떤 책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 이런 글을 봤어요. ‘사람들은 땅만 보고 다니면서 하늘에서 떨어진 걸 맞았다고 왜 욕하는가.’ 그때부터 하늘을 보며 다녔어요. 많이 넘어졌죠. 하하. 하늘은 보면 볼수록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졌어요. 

 

어떤 하늘에 특히 사로잡히나요 일출, 일몰을 제일 좋아해요. 비 오기 직전에 구름 사이를 뚫고 새어 나오는 빛줄기도 너무 예뻐요. 

 

거제에선 하늘과 바다를 같이 볼 수 있어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겠네요 그럼요. 저처럼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 바다는 시간을 내서 찾아가야 만날 수 있잖아요. 

 

<병원선>에 대한 첫 느낌은 어땠어요 배가 주요 배경인 메디컬 드라마라고 해서 처음에는 생소하면서도 신선했어요. 드라마는 병원선을 타고 섬마을 사람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려요. 병원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고선 작가님이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잘 구성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선에 탑승한 한의사 ‘김재걸’ 역을 맡았어요. 그를 떠올리면 머릿속이 복잡한가요 캐릭터의 틀은 대략 완성돼 있어요. 그동안 한의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다큐멘터리, 관련 서적을 찾아 보며 공부를 많이 했어요. 지금은 그 틀 안에 내용물을 잘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직업을 떼놓고 보면 재걸은 어떤 사람인가요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에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재걸은 외과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강요를 따르지 않고 한의사 길을 선택해요. 결국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가장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게 되죠. 그런 성장 배경으로 인해 재걸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으려 해요. 하지만 속으로는 사랑받길 갈구해요.

 

직전 작품과 맞닿는 부분이네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클래식 음악가 집안 출신의 베이시스트를 연기했죠 두 친구 모두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고 철저히 혼자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재걸을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전작은 첫 주연작이었어요. <병원선>은 어떤 의미의 작품이 되길 원하나요 아직은 어떤 작품이든 제게 ‘처음’이라는 의미가 커요. 드라마 <송곳>을 통해 아역으로 데뷔했고 <함부로 애틋하게>에 조연으로 출연했어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첫 주연이자 성인 역할을 맡았고 처음으로 아티스트를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10월 방송 예정인 웹드라마 <막판로맨스>에선 1인 2역에 도전했어요. <병원선>은 지상파 첫 주연이면서 처음으로 의사 역할을 맡았고 30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어요. 처음이란 의미가 무려 세 개나 돼요. 아! 배에서 찍는 첫 작품이기도 해요.

 

그래도 처음이라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봐요 부담보다 제게 함께할 수 있는 길을 허락해 주신 것에 감사해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바이올렛 컬러의 니트 톱은 System Homme. 레이어드한 터틀넥 톱은 Ordinary People. 블랙 와이드 팬츠는 Juun. J.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서원은 이런 사람이다’ 한 줄로 표현한다면 호기심 많고 궁금한 건 절대 못 참아요. 또 잘 못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길 싫어해요. 예를 들어 춤을 배운다고 하면 기본동작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요.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스스로 창피한 건 질색이에요. 

 

그래요? 어릴 적에는 어떤 아이였나요 되게 소심했어요. 

 

지금 표정을 보면 추측하기 어려워요 아버지가 군인이라 자주 이사를 다녔어요. 소심한 탓에 친구들을 금방 사귀지 못했는데 겨우 친해졌다 싶으면 금세 이사를 가야 했어요. 성격을 빨리 고치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말을 걸고 장난도 치면서 달라지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그걸 언제 깨달았어요 초등학교 2, 3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럼 어쩌다 연기를 하게 됐어요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으니까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장래희망 난에 쓰고 싶은 직업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직업들을 다 경험하지 못하겠구나 싶었죠. 그러다가 문득 아, 배우가 되면 여러 가지 직업을 해볼 수 있잖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제 꿈의 첫걸음이었죠. 

 

예전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죠. “나는 누군가의 꿈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꿈을 살고 있으면서 그 모습을 욕되게 할 수는 없다”고. 어떤 의미인가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화보를 찍거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은 연기를 하거나 모델이 되길 원하는 사람들에겐 꿈이자 목표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나태해지거나 자만에 빠지면 그들의 꿈을 짓밟는 것 같아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의미로는 작품 안에서 아티스트가 되고 의사가 되기도 하잖아요. 실제 그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매사 충실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들이 직업적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살피고 이를 사실감 있게 표현하려고 해요. 

 

딱 1년 전 어떤 꿈을 갖고 살았나요 <함부로 애틋하게>가 방송되고 있었는데 내년에는 주연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도 주연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다작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런 꿈이라면 이미 다 이뤘네요 생각지도 못하게 기회가 빨리 왔어요. 그래도 여전히 다작을 하고 싶어요. 아직 못 보여드린 게 더 많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꼭 경험해 보고 싶은 분야를 꼽는다면 뭘까요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든 다 하고 싶은데, 방금 F1 레이싱 선수가 떠올랐어요. 엄청 빠른 속도로 질주하면서 온몸으로 차체의 떨림을 느끼는 게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요. 

 

재미있네요. 또 뭐가 있죠 사냥꾼이 목표물을 조준하고 총의 방아쇠를 천천히 당길 때 밀려오는 긴장감이 얼마나 숨막힐지, 재판을 하는 동안 검사와 변호사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과 그로 인한 감정들에 대해 알고 싶기도 해요. 

 

혹시 이런 생각 해 본 적 있나요? 아직 안 해봤지만 연기하게 된다면 힘들 것 같은 장면 애정 신이 그럴 것 같아요. 머리로는 그려봤지만 행동으로 옮긴 경험이 없어 촬영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될 거예요. 

 

그거 알아요? 자신이 ‘남친짤’의 새로운 주인공이라는 사실 하하. 봤어요. 제 이름의 연관 검색어로 ‘남친짤’이 있더라고요. 이게 뭐지? 하며 찾아봤어요. 제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들을 두고 그렇게 불러주시더라고요. 누나한테 더 찍어달라고 해야겠어요. 

 

‘금요남친’이란 별명도 봤어요 매주 금요일 방송하는 <뮤직뱅크> MC를 맡고 있어요. 일주일 중 하루는 정규직이 되는 셈이죠. 금요일 아침이면 자동적으로 ‘오늘도 가볼까’ 하며 출근해요. 

 

‘어떤 배우가 되겠다’ 이런 계획이 있나요 저도 시간이 지나면 후배 배우들이 생길 텐데요. 그들에게 오랫동안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인생작도 하나쯤 있겠죠 인생작은 장르마다 한 편씩 갖고 싶어요. 액션, 코미디, 로맨스, 스릴러 등 장르별로 각각 하나. 10년에 한 편씩 인생작을 만든다고 하면 80년 정도 걸리겠네요.

 

 

브이넥 셔츠와 체크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사진 KIM S.GON
에디터 김영재
스타일리스트 김민지
헤어&메이크업 김환
디자인 박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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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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