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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9. FRI

내 맘에 강 같은 평화

평화로운 생리 기간을 위하여

생리전증후군으로 인한 극심한 업 앤 다운. 마음의 평정심을 찾고 자궁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어드바이스


그래, 나 호르몬의 노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반려견 ‘숙희’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힘든 몸을 이끌고 퇴근해 집에 와보니 아침에 먹은 사료와 닭가슴 살을 그대로 토해 놓은 것. 이사한 지 한 달이나 지났음에도 통 적응하지 못하고 낯설어하더니 급기야 제대로 탈이 났나 보다. 평소 같으면 쓰다듬고 안아주며 불안함을 달래줬을 텐데, 그날은 유독 예민했다. “숙희! 너 대체 뭐가 문제야. 왜 그러냐고!” 정확히 이틀 뒤, 생리가 터졌다. 후배에게 후회막급하다는 심정을 털어놓자 “선배, 저는 어릴 때 엄마한테 서운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서 애먼 남자친구를 붙들고 엉엉 운 적도 있어요.” 생리를 앞두고 겪는 다양한 신체 변화와 극도의 예민, 우울. 신기하게도 생리가 시작되면 그런 우울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심지어 생리혈이 터지는 순간 ‘됐다!’를 외치기까지. 대체 호르몬이 뭐길래 이토록 여자들을 ‘미친 X’처럼 만드는 걸까? 한방신경정신과 전문 안정한의원 김경민 원장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배란 후 황체기에 나타나는 정신적, 육체적 증상을 통칭해 월경전증후군, PMS라고 합니다.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기질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한방 치료를 통해 자궁 기능을 개선해도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의 변화로 인한 것이라 크게 차도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뾰루지와 급작스런 변비, 식탐 등 물리적, 신체적 변화는 프로게스테론의 증가로 오는 자연스러운 증상들. 완벽하게 피할 수 없더라도 약물 치료로 어느 정도 호전시킬 수 있는 증세인 데다 과도한 긴장을 피하고 신경을 과민하게 만드는 소금과 설탕,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김경민 원장의 조언에 위안이 된다. 가임기 여성의 3분의 1이 경험할 만큼 지극히 일반적인 월경전증후군. ‘그럴 수 있어, 괜찮아’라고 스스로 다독거리며 ‘쿨’하게 받아들여야지 ‘나는 생리만 앞두면 왜 이 모양일까?’라며 자책할 필요도 없고, ‘너 그날이냐’는 힐난의 눈빛이나 월경전증후군 때문에 업무 능력이 저하된다는 황당한 여성 폄하 발언에 위축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넘어야 할 또 다른 산, 생리통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생리전증후군을 넘기고 나면 생리통이 기다리고 있다. 나 역시 생리통에 대해선 누구보다 할 말이 많다.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는 물론 누군가 내 아랫배를 쥐어짜며 난도질하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에 지하철에서 주저앉은 적도 여러 번. 한방병원에도 가고, 석류즙도 먹어 봤지만 효과는 잠시뿐. 결론은 진통제였다. 진통제가 떨어지면 불안해 사재기까지 한다. 약 기운이 떨어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싸르르 아랫배에 통증이 찾아오기 때문에 6시간마다 꼭 한 알씩 먹어야 한다.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지 않으려면 자기 전에도 먹는다. 계산해 보니 한 달에 최소 12알의 진통제를 먹는 셈. 이래도 될까 싶다. “이부프로펜 계열의 진통제는 생리통을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을 줘요. 통증을 느낀 뒤에 복용하는 것보다 아예 통증 시작 전부터 이부프로펜 200~400mg을 4~6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비마약성 진통제이므로 내성에 대한 걱정도 없어요.”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라면 통증을 억지로 참느니 차라리 복용법을 지켜 진통제를 먹는 편이 낫다는 서울라헬여성의원 김지현 원장의 설명이다. 자궁 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핫 팩, 골반으로 혈류를 증가시키고 통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물질의 배출을 돕는 요가나 스트레칭도 뻔하지만 확실한 생리통 완화 조력자들. 근육 수축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하는 마그네슘을 평소 꾸준히 챙겨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껏 언급한 생리통은 어디까지나 자궁 근육의 수축에 의한 1차적인 통증에 해당된다. 문제는 자궁이나 골반 이상에 따른 2차적 생리통.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자궁 내막의 폴립 등으로 인한 생리통은 진통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평소 생리통이 극심하다면 생리가 끝난 후 2~3일 내에 복부 초음파나 질내 초음파 검사를 반드시 받을 것. 


생리해도 괜찮아

내가 생리 기간 동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건 7할이 탐폰 덕이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시작된 20여 년의 생리 인생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탐폰. 생리혈이 질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토록 큰 변화를 일으킬 줄이야! 무엇보다 매일 밤 생리대 바깥으로 피가 새어나올까 두려워 목석처럼 자지 않아도 돼 행복했고, 길을 걷다 가랑이 사이로 훅 터져 나오는 뜨거운 무언가에 당황할 일이 없어 좋았다. 냄새나 습진 모두 바이바이. 최근 편리함을 넘어 ‘보디 버든’을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 생리 용품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탐폰, 빨아서 사용하는 유기농 순면 생리대 한나패드, 별도의 생리대 없이 입으면 생리혈을 싹 흡수하는 띵스(Thinx) 팬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핫 이슈인 디바컵(Divacup) 등이 그것. 탐폰처럼 질 안에 넣는 작은 고깔 형태의 디바컵은 12시간마다 안에 고인 생리혈을 따라 버린 뒤 씻어 다시 사용하는 형태다. 낯선 만큼 호불호도 갈리고, 체내에 편안하게 넣었다 다시 빼내는 데 익숙해지기까지 인내심과 연습을 필요로 한다(‘탐폰도 쓰는데 이 정도쯤이야’ 자신감을 갖고 두세 번 시도해 봤으나 무참히 실패했다). 하지만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 안전하고, 반영구적이라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생리대 구입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시판 전이라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폭풍 같던 생리 기간이 끝나도 보름쯤 뒤엔 또다시 호르몬의 노예가 돼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 것이다. 앞으로 20년쯤 이 ‘짓’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매달 ‘동물적’인 출혈과 그로 인한 불편함을 극복해 내는 우리들이 얼마나 대단한가. 주먹만한 크기에서 임신 후 1000배까지 늘어났다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가는 여자의 자궁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중략)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어떤 감정을 느끼든 어떤 증상을 겪든, 당신이 생리를 하는 한 괜찮다. 여자로서 건강하다는 증거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니.



오메가-6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으로 혈행 개선을 촉진하는 감마리놀렌산, 120캡슐 1만9천원, DHC.



단단한 종이 패키지 안에 오가닉 코튼 흡수체가 들어 있는 유기농 순면 탐폰 애플리케이터 수퍼, 16개입 1만1천9백원, Natracare.



구매대행을 통해 뉴욕 홀푸드에서 날아온 화제의 디바컵, 37.97달러(국내 미출시), The Diva Cup.



혈액순환을 촉진해 월경전증후군 개선에 도움을 주는 달맞이꽃 종자유, 90캡슐 3만5천원, Cenovis.



생리전증후군 증상을 완화라는 프리페민, 30정 2만원, Chong Kun Dang.



합성화학 성분과 인공 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순면 소재. 울트라 씬 생리대 중형, 10개 7천9백원,
Corman Organyc.



끓는 물을 담아 아랫배 위에 올려둘 것. 독일 직구템, 독일 국민 핫 팩으로 유명한 보온 물주머니, 1만5천원대, Fashy



산뜻하고 보송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생리대나 탐폰을 교체하러 갈 때 꼭 챙기자. 후리 앤 후리 티슈, 10개 1만8천원대, Primera.

CREDIT

EDITOR 정윤지
PHOTOGRAPHER 전성곤
ADVISORS 김경민(안정한의원 원장), 김지현(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DIGITAL DESIGNER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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