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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9. MON

EMBRACE THE GRAY

새치가 수치는 아니잖아요

난 ‘젊은 새치녀’가 되어 흰 머리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어머, 너 벌써부터 흰머리가 이리 많아?” “스무 살 때부터 났어요. 아빠 닮아서 그래요.” 언제부터 새치가 나기 시작했더라…. 거울을 들여다보다 정수리 부근에서 짧고 단단한 새치 몇 가닥을 발견하고는 무심코 확 뽑아버렸던 기억. 그 기억 속의 난 분명 고등학교 교복 차림이다. 말은 ‘스무 살 때부터’라지만 솔직히 첫 새치를 목격한 건 고3 시절이었던 것. 대학에 입학한 뒤엔 친구들에게 뽑아달라고 하거나 집에서 혼자 족집게로 뽑아버리곤 했다. 처음엔 한두 가닥이면 끝나던 것이 어느 순간 열 가닥, 스무 가닥을 넘기기 일쑤였고 그 뒤론 진짜 대머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뽑기를 포기했다. 동양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30대 후반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는데, 어쩌다 나는 10대 후반부터 첫 새치를 경험하게 된 걸까? “머리가 세는 원인은 모낭 속 멜라노사이트가 색소 생성을 중단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 색소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어린 나이에 새치가 생기는 건 유전적인 영향이 큽니다. 급격한 다이어트와 흡연, 스트레스, 비타민 B12 결핍, 갑상선 이상에 의해 새치가 생기기도 하니 가족력이 없음에도 새치가 많이 난다면 전문의를 찾을 것을 권합니다.” 아모레퍼시픽 두피모발연구팀 김수나 연구원의 설명.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단두대에 오르기 전, 하룻밤 사이에 머리 전체가 새하얗게 셌다는 일화를 떠올려보면 내 경우엔 가족력과 더불어 고3 스트레스도 한몫했을 터. 비타민 B12 결핍과 갑상선 이상 등에 의한 새치는 원인이 사라지면 색소 세포가 회복되며 자연스럽게 개선되지만, 안타깝게도 유전적인 요인에 의한 새치는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새치를 뽑는 건 괜찮을까? 김수나 연구원의 대답은 ‘No’. “견인성 탈모를 유발할 수 있어요. 견인성 탈모란 머리를 묶거나 잡아당길 때 발생하는 탈모로, 새치를 뽑으면 모근이 약해져 새 머리카락이 나지 못하게 되죠.”YK박윤기피부과 김희정 원장 역시 같은 의견이다.“새치를 뽑는다고 해서 결코 그 자리에 흑모가 자라지 않아요. 최대한 모근 가까이에서 잘라버리는 것이 해답입니다.” 최후의 보루는 염색이다. 새치를 커버하려면 톤이 다소 어두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사되는 빛깔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일반 염색에 비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을 미리 염두에 두길. 부지불식간에 올라오는 한두 가닥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새치 마스카라, 스틱 등으로 쉽게 커버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나에게 왜 염색을 하지 않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나이 들어 보이는 원흉인데 왜 새치를 방치하냐고, 그것도 뷰티 에디터 ‘씩이나’ 돼서.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심플하다.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기 때문. 태어날 때부터 내 유전자에 ‘일찌감치 새치가 날 것’이라고 프로그래밍되어 있는데 이를 거스를 방법이 과연 있을까? 만약 내가 나이 들어 보인다면 새치 때문이 아니라 수면 부족으로 인한 다크 서클과 칙칙한 낯빛, 갈수록 처져가는 눈꼬리와 깊이 패인 팔자주름, 구부정한 자세 때문이리라(물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결코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젊은 새치 소유자 중 나처럼 매번 염색하는 대신 새치를 받아들임으로써 마음 편해지는 길을 택했다면 아모레퍼시픽 헤어케어연구팀 지제현 연구원의 조언에 귀 기울이길. “머리카락에 단백질을 공급하는 검은깨와 검은콩, 케라틴 형성을 돕는 해조류 등을 풍부하게 먹고, 철분과 아연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 B를 충분히 섭취하세요. 자기 전에 마른 모발을 부드럽게 빗어내려 두피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뭉친 승모근을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항간에 알려진 두피를 두드리는 마사지는 두피 기저층에 있는 모세혈관의 손상을 가져와 오히려 모근을 퇴행시킬 수 있으니 삼가세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염색해 본 적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 가히 ‘천연기념물’에 가까운 나의 흑갈색 버진 헤어(Virgin Hair). 그 사이에서 수십 가닥의 새치들이 더욱 새하얗게 부각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지만 당분간 염색할 생각은 없다. 언젠가 염색을 하더라도 그저 변신에 대한 욕구 때문이지 새치를 가리기 위한 목적은 결코 아닐 것이다.

 

 

‘돼지털’ 새치를 가지런히 잠재우는 스타일 업 헤어 픽스 카라, 1만5백원, So Natural

새치 부분에 컬러를 입히는 리얼 헤어 메이크업 틴트, 1만2천원, Innisfree

 

 

소량씩 분할 포장된 자양윤모 새치커버, 1만3천원대, Ryo

헤어 컬러를 오래 유지시키는 트리트먼트. 허벌사이더 헤어 클레리파이어 & 컬러실러, 3만5천원, John Masters Organics.

CREDIT

에디터 정윤지
사진 전성곤
도움말 강다현(에이바이봄 헤어 이사), 김수나(아모레퍼시픽 두피모발연구팀 연구원), 김희정(YK박윤기피부과 원장), 지제현(아모레퍼시픽 헤어케어연구팀 연구원)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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