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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SAT

BEYOND TH AMERICAN DREAM

랄프 로렌의 50년 여정

미국의 아이콘 랄프 로렌의 창립 50주년을 축하하는 그 순간 마저 역사적이었던 랄프 로렌의 50주년 기념 스페셜 런웨이


힐러리 클린턴,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드 니로, 제스카 채스테인, 앤 해서웨이, 톰 히들스턴, 캘빈 클라인,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도나 카란, 캐롤리나 헤레라, 마이클 코어스, 카니예 웨스트…. 아카데미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혹은 대통령 취임식에서나 볼 법한 거물급 정치인과 셀러브리티들이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이 역사적이고 뭉클한 순간을 함께하고 있었다. 모두 기립해서 온 마음으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가운데, 미스터 랄프 로렌이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런웨이를 걸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을 포옹했다. 그의 눈가는 이미 눈물로 젖어 있었다. 애써 웃음 지으려 앙다문 입술, 붉게 상기된 얼굴 위로 다정하게 빛나는 눈빛, 그 위로 흐르던 거장의 눈물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9월 7일 뉴욕 센트럴 파크의 베데스다 테라스.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모든 게스트는 72번가 끝쪽 센트럴 파크 입구에서 출발하는 올드 패션 트롤리를 타고 나무 벤치 의자에 앉아 이동했다. 알렉산더 왕의 일행이 들뜬 표정으로 트롤리에 오르더니 내 옆자리에 앉아 쇼장으로 소풍을 떠나듯 함께 이동했다. 그렇게 해서 모여든 인파들로 베데스다 테라스 입구는 런웨이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기 시작했다. 베데스다 테라스 안뜰의 런웨이 쇼 행사장 입구에는 17개의 거대한 LED 비디오 스크린에서 1967년부터의 랄프 로렌 런웨이 비디오 아카이브가 리마스터링된 버전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 비디오는 미러 박스에 비춰져 비디오 터널을 통과하면서 런웨이 입구로 향하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미러 박스에서는 랄프 로렌 커리어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와 영감을 보여주는 400여 컷의 이미지가 <50년의 회상 50 Years of Reflection>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펼쳐졌다.
“50주년을 위해 저는 깊이 있게 저만의 것을 표현하면서 영원하고, 고유하며, 정통적인 스타일의 런웨이를 창조하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 장소가 저에게 특별한 공간인 센트럴 파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랄프 로렌은 50주년을 기념하는 런웨이의 장소로 센트럴 파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뉴욕 센트럴 파크의 베데스다 테라스 분수 주변에서 쇼가 끝난 후 만찬이 이어졌다.



만찬에서 랄프 로렌의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건배사를 건네는, 랄프 로렌의 절친 오프라 윈프리. 힐러리 클린턴,
로버트 드 니로 등 수많은 인사들의 축복과 애정 어린 박수가 이어졌다.



 

쇼장 입구에 전시된 거대한 LED 비디오 스크린에서는 랄프 로렌의 아카이브 영상이 상영됐다. 




폴 사이먼(Paul Simon)과 디온 디무치(Dion Dimucci)의 ‘New york is my home’으로 시작된 런웨이는 그 어느 시즌의 런웨이보다 풍성했다. 최신 여성 컬렉션과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RRL(Double RL)을 한 무대 위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특별한 런웨이로 펼쳐졌기 때문. 브랜드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아이코닉한 모델부터 지지 하디드, 카이아 거버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로 시퀸 플래퍼 룩과 개츠비가 동경하던 이스트 에그 스타일의 레이스 장식 드레스, 금주법 시절의 핀스트라이프, 1920년대식 브라이즈헤드 룩을 연상시키는 트위드 재킷 등 랄프 로렌이 가장 사랑하던 레퍼런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이어진 폴로 컬렉션에는 100가지가 넘는 룩들이 총출동. 어린아이들, 인종과 세대를 아우르는 150여 명의 모델들이 폴로의 아이코닉한 룩을 입고 가족과 연인을 연상시키는 대하 드라마와 같은 런웨이를 펼쳤다.
“내가 디자이너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디자이너가 뭔지도 몰랐지만, 내 안에 뭔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브롱크스 출신, 넥타이를 만들던 청년, 디자인에 관한 정규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지만, 지금 11개의 패션 레이블, 1014개의 매장, 4개의 레스토랑, 자선재단, 그리고 여섯 차례의 올림픽선수단 유니폼을 만든 그의 50년은 미국 패션사 50년이나 다름없다. 



<위대한 개츠비> 속에 나오는 파티 신의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은빛 드레스를 입은 카밀라 벨.



(왼쪽부터) 아내인 리키 로렌과 랄프 로렌, 힐러리 클린턴.



쇼에 참석한 톰 히들스턴.



미국의 상징적인 디자이너 랄프 로렌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패션계 모두 새로운 것, 리얼 패션적인 무언가를 찾아 유럽을 향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난 늘 미국에서 영감을 받았죠. 이스트코스트의 프레피 문화와 카우보이가 입는 낡은 진의 유틸리티적 디테일, 미국 포크 아트, 할리우드의 글래머러스한 아름다움, 네이티브 아메리칸 크래프트맨십의 풍요로운 헤리티지(유산). 그건 늘 거리에 혹은 작은 마을이나 대도시 어디에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늘 있는 것들이었죠.” <엘르> 미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것은 언제나 미국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50주년을 기념하는 런웨이 위에는 지난 50여 년간 그에게 영감을 준 미국인의 삶이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변주로 룩 속에 녹아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쇼가 끝나고 베데스다 분수 주변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랄프 로렌 곁에 잠시 일어나 건배사를 하던 중에 그녀의 첫 성공을 상징한 제품이 랄프 로렌 타월이었음을 회상하며 말했다. “물론 그 타월은 타월 그 이상의 것을 의미했죠. 그 타월들이 간직한 의미가 있어요. 그 안에는 편안함, 따스함, 럭셔리함, 염원이 담겨 있었죠. 그것을 바로 당신이 해냈고, 지난 50여 년간 이뤄왔어요. 당신은 우리가 미적 감각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확실한 건 진정한 것이 영원하다는 것이죠. 당신이 그걸 지속해 왔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지난 50년뿐 아니라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자선사업가, 선구적인 기업가로서 미국과 세계의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영감을 준, 패션계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랄프 로렌. <엘르> 미국과의 인터뷰에서 78세인 그가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며 남긴 한마디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건 내게 일이 아니었습니다. 즐거움이었어요!”

CREDIT

에디터 최순영
사진 COURTESY OF RALPH LAUREN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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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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