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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THU

FASHION FUTURE

화려한 패셔놀로지 시대

보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 패션계의 새로운 관심사는 바로 우주와 테크놀로지다





패션 인더스트리는 물론 영화와 건축, IT 업계에서 지금 가장 심취해 있는 것은 바로 ‘우주와 테크놀로지’ 등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와 아마존닷컴의 대표 제프 베조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민간인의 우주여행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고, 글로벌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CEO들이 각각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과시하며 ‘우주여행 상품’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구하는 패션계가 이런 상황을 놓칠 리 없다. 이미 2017 F/W 시즌부터 로켓을 쏘아 올리는 웅장한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샤넬 런웨이를 신호탄으로 올가을/겨울 역시 미래와 우주에 관심을 돌린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지난 2월 밀란에서 패션쇼를 선보인 구찌가 대표주자. 미국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에서 착안한 쇼는 동물과 사람, 여자와 남자, 인간과 기계 등의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사이보그’를 등장시켜 미래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해석한 것이 특징. 이마에 눈(Eye)이 있는 소녀나, 뿔이 달린 소년, 아기 용을 자식처럼 안고 나온 여성은 지구인이 아닌 새로운 인류라 해도 무방하다. 모스키노는 또 어떤가. 런웨이에 선 모델은 분명히 스커트 수트 차림에 필박스 모자를 더해 재클리 케네디를 오마주했지만 오렌지나 스머프 블루, 옐로 컬러로 피부를 채색해 팝아트 작품에서 튀어나온 외계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구찌나 모스키노가 새로운 생명체를 등장시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기술의 발전 자체를 런웨이에 옮겨온 브랜드들도 있다. 먼저 돌체 앤 가바나 2018 F/W 쇼에는 8대의 드론(인간 모델 대신)이 오프닝을 장식하는 이례적인 진풍경을 연출했다. 드론 컨트롤러를 활용할 데이터망을 보유하기 위해 쇼가 40분간 지연됐지만 뉴 시즌의 백을 매달고 등장한 드론 행렬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또 필립 플레인의 패션쇼는 한 편의 근사한 SF영화를 보는 듯했다. 알톤 메이슨, 해나 퍼거슨, 루나 빌, 할리마 아덴 등과 같은 아름다운 모델의 등장을 넘어 슈퍼모델 이리나 샤크와 함께 런웨이를 활보한 것은 바로 필립 플레인의 로고로 덮인 거대 로봇. 인간 모델이 무대를 워킹하는 동안 이 로봇은 선글라스와 핸드백을 건네주는 등 너무나 정교한 프로그래밍으로 또 한 번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필립 플레인은 “로봇을 등장시켜 기계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조종하는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따라서 기계가 모델을 직접 스타일링하는 신을 연출했다. 기술이 없는 인간의 삶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소셜 미디어 세계에서 불어오는(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 모델을 향한 특수도 눈길을 끈다. 밀란에서 열린 프라다 2018 F/W 시즌 쇼 홍보에는 주근깨가 매력적인 19세의 릴 미켈라(Lil Miquela, @lilmiquela)가 전면적으로 나서며 이슈 몰이를 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한 디지털 모델이지만 136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지닌 미켈라는(SNS상에서) 디젤 후디드 티셔츠나 몽클레르 패딩 재킷을 입고, 셀피를 즐기며 포토제닉한 친구도 갖고 있다. 또 짧게 바짝 자른 머리에 흑색 피부를 자랑하는 슈두(Shudu, @shudu.gram)누누리(Noonoouri, @noonoouri), 릴 와비(Lil Wavi, @lil_wavi)의 등장은 진부한 블로거로 꽉 찬 패션계를 환기시키며 크게 환영받고 있다. 인간 인플루언서를 대신하는 사이버 모델의 러시는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대상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지금 패션계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대놓고 노출하는 동시에 테크놀로지와 사이좋게 양립하며 시대를 대표할 만한 트렌드를 선도한다. 인간을 대체한 과학기술은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두려움도 안기지만 은하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항상 요구해 온 곳도 패션계 아닌가. 수많은 디자이너가 우주 또는 테크놀로지의 세계에 눈을 돌렸으니, 그곳도 이제 상업화의 격전장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CREDIT

에디터 정장조
사진 IMAXTREE.COM
아트 이영란
디자인 황동미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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