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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WED

CRUISE IN THE ART

미술관 옆 런웨이

메종 루이 비통의 건축 여정에 예술을 향한 니콜라의 열정은 이번 크루즈 룩에도 뚜렷이 녹아 있었다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이 열리기 1주일 전.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인스타그램에는 그가 루이 비통과 계약을 갱신했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notgoinganywher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견고함과 긍정적인 기운 속에서 1주일 후인 5월 28일(프랑스 현지 시간) 니콜라의 다섯 번째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이 펼쳐졌다. 재계약 후 첫 컬렉션인 만큼 어느 때보다 이번 크루즈 컬렉션에 관심과 기대가 모아졌다. 늘 그렇듯 크루즈 컬렉션의 장소부터 초유의 관심사. 대부분의 크루즈 컬렉션 장소는 쇼 직전까지 비밀에 부쳐질 만큼 최대한 임박해서 공개하는 것이 관례다. ‘크루즈 컬렉션’의 본질이 여행지에서의 럭셔리한 경험과 그곳에서 휴양을 즐기는 이들의 패션을 표현하는 것인 만큼 장소는 컬렉션의 핵심적 특징과 컨셉트를 알려주는 중요한 힌트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기 때문. 크루즈 컬렉션 초대장 위에 공개된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 장소는 프랑스 남부 마그 재단 미술관(Fondation Marguerite et Aime′ Maeght; 이하 Foundation Maeght). 모나코에서 첫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로, 미국 팜스프링스의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에스테이트(Bob & Dolores Hope estate in Palm Springs), 브라질 니테로이 현대 박물관(Mac Nitero′i), 일본 교토 부근 미호 박물관(Miho Museum) 등 각 지역의 상징적인 건축물에서 크루즈 쇼를 선보인 루이 비통. 도시 속의 건축과 예술을 향한 여정은 마그 재단 미술관으로 이어졌다. 예술과 건축에서 영감을 얻는 니콜라 제스키에르다운 선택이었다.




루이비통 크루즈 컬렉션 런웨이 장소였던 마그 재단 미술관의 안쪽 정원.


생폴드방스 지방의 가르데트 언덕(Chemin des Gardettes)에 자리한 미술관은 현대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건축물로, 건축가 주제프 류이스 세르트(Josep Lluis Sert)가 다양한 미디어를 소재로 한 근현대 예술을 선보이도록 설계했다. 이곳에는 마그 가문의 예술을 향한 열정과 정신이 정원부터 내부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도시를 떠나 이곳을 찾은 당대의 화가와 조각가, 아티스트들이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예술공동체를 이뤘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저는 25년 전 마그 재단 미술관을 처음으로 방문한 이후, 시간 날 때마다 자주 들르는 편입니다. 이곳은 한 가문의 아름다운 역사와 예술가들의 친구이자 후원가가 돼 이들과 예술적 대화를 위한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낸 갤러리스트 부부의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작품 속에서 예술적 흐름과 공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지적이면서 아름다운 장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유한 정취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설치미술 작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지며, 계절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니콜라는 친숙한 장소에서 얻은 영감을 후안 미로(Joan Miro′)와 자코메티 등 거장의 작품 사이를 산책하는 듯한 런웨이를 펼쳐 보임으로써 현대미술과 패션의 접점을 아티스틱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쇼가 시작되기 전, 물기를 머금은 정원의 숲 내음을 맡으며 후안 미로의 작품 사이를 지나 자코메티의 정원으로 들어서자, 프랑스 출신 음악가 우드키드(Woodkid)의 독특한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바셰(Bachet) 형제가 50년대의 유리와 메탈의 진동에 기반한 실험적 악기로 연주한 음악은 오늘날까지 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마그 재단 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주제프 류이스 세르트(Josep Lluis Sert) 가 설계한 건축물로, 현대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2019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에 참석한 셀럽들과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



엑소 세훈과 니콜라 제스키에르.



그레이스 코딩런과 루이 비통 협업으로 탄생한 캡슐 컬렉션.


연주가 끝나고 쇼를 촬영하기 위해 공중을 떠다니는 드론의 요란한 소음과 함께 시작된 쇼에서는 역시 제스키에르식의 ‘쿨’한 요소로 가득한 룩의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컬트적인 패턴, 80년대 비트가 묻어나는 실루엣, 최근 루이 비통의 인기 아이템으로 등극한 하이브리드 부츠와 스니커즈 등에서는 여전사의 힘이 느껴졌다. 한편 비딩 장식의 실크 란제리 드레스와 은은한 빛이 감도는 핑크 컬러, 우아한 플리츠 디테일에서는 특유의 페미니즘이 어우러졌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그레이스 코딩턴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선보인 액세서리들. 루이 비통과 그녀와의 협업에 대한 힌트는 크루즈 컬렉션이 열리기 전날, 호텔 룸에 놓인 초대장에 그려진 코딩턴의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강아지 일러스트레이션 스티커에서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초대장에만 사용된 줄 알았던 일러스트레이션이 크루즈 컬렉션 액세서리의 주요 모티프가 됐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고양이 백과 키 링, 강아지 백이 모델의 손에 들려 있는 모습은 신선하고 유쾌했다. 패션 에디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제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패션계 아이콘 그레이스 코딩턴은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이렇게 설명했다. “니콜라와 루이 비통 팀과 함께 한 작업은 매우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이번 작업으로 제가 키우는 고양이 펌프킨(Pumpkin)과 블랭킷(Blanket), 니콜라가 키우는 애완견 레옹(Leon)의 꿈이 이뤄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제 꿈은 확실히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어요.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동물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이는 니콜라와 내가 패션 이외의 토픽으로 서로 깊이 교감하는 부분이에요.” 이 특별한 캡슐 컬렉션은 10월부터 매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 비통의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펼쳐 보인 룩들은 레드 카펫 위에서 그저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기이할 만큼 독창적이고 강렬하게 개성을 표현해 주는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제니퍼 코넬리, 엠마 스턴, 시에나 밀러, 배두나 등 독특한 개성으로 가득한 배우들이 프런트로에서 니콜라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CREDIT

에디터 최순영
사진 EAN-JACQUES L’HERITIER ⒸMAEGHT FOUNDATION ARCHIVES/COURTESY OF LOUIS VUITTON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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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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