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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3. TUE

WHAT'S IN MY WARDROBE?

윤리적인 쇼핑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저널리스트 판도라 사익스의 옷장 속을 들여다보고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는 방법을 살펴봤다


누군가 내 옷장을 열어본다면 엄청난 양의 옷을 보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패션계에서 일해온 7년 동안 누구보다 빠르게 ‘신상’을 섭렵해 왔지만, 옷장은 대부분 협찬과 샘플 세일을 통해 무료로 얻다시피 한 옷으로 가득하다. <엘르>에서 의뢰받은 칼럼을 준비하며 내친김에 최근의 쇼핑 리스트를 꼼꼼히 기록해 봤다. 닥터 마틴 부츠, 서머 바캉스를 위한 수영복, H&M 블라우스 두 벌…. 패션 업계 종사자치고 과하지 않은 정도라며 스스로 다독였지만, 과연 ‘착한 소비’와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이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윤리와 직결되는 것 아닐까. 마이크로 비즈,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의 유해함을 알고 있으며, 의류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화학물질과 폐기물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최악의 주범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새 몇 번의 클릭만으로 페이팔 결제가 이뤄지는 요즘, 점점 더 빨라지는 소비 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의식 있는 소비를 이어갈 수 있을까? 




고백하자면, 나는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간의 활동은 직접적 소비를 부추기기에 충분했음을 인정한다. 글로벌 마케팅 업체 미디어킥스(Mediakix)는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2018년 광고주들이 인스타그램 마케팅에만 1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 역시 사람들의 쇼핑 욕구를 자극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더 나은 세상과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를 가졌을 때 내 몸은 끊임없이 변화했고 거의 쇼핑을 할 수 없었다. 임산부용 드레스에 싫증이 났고 출산 후엔 옷장 속에 마음껏 옷을 채워넣을 생각에 들뜨기도 했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이 옷이 정말 필요한 걸까? 이걸 산다면 다른 이에게 소비를 부추기는 걸까?’ 물론 모든 인플루언서가 소비지향적이지는 않다. “전 여전히 낡은 옷들을 많이 입죠. 그렇다면 인플루언서로서 자격 미달인가요?” 브랜드 컨설턴트이자 <왜 소셜 미디어가 삶을 파괴하는가 Why Social Media is Ruining Your Life> 저자 캐서린 오머로드(Katherine Ormerod)가 말한다.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옷에 돈을 많이 쓰지도 않지만, 소비 패턴을 과장하고 싶지도 않아요. 브랜드 카탈로그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요.” 나는 바로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베스티에르 컬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더 리얼리얼(The RealReal) 등 중고 제품을 취급하는 많은 사이트를 참고하는 편이 현재로선 가장 쉽고 현명한 방법이 아닐지. 나 역시 종종 틱테일(Tictail)이나 이베이로 옷을 판매한 후 수익금의 절반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한다. 웹사이트 더 레졸루션 스토어(The Resolution Store)는 색다른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알리시아 웨이트와 안나 서튼은 이 사이트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의 옷장 속 아이템을 깜짝 판매하는데, 창립 취지는 세 가지에 중점을 둔다. 재활용과 재생 그리고 소비를 줄이는 일. “인플루언서들은 직업 특성상 많은 옷을 소유하는 것이 불가피하죠. 우리는 그들의 옷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안나가 설명한다. 한편 패션 아이콘 페르닐 테이스백(Pernille Teisbaek)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녀가 쉴 틈 없이 쇼핑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옷은 협찬용 샘플이다. “무상으로 받기보다 몇 달간 사용하고 돌려주는 쪽을 택해요.” 페르닐이 말한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쇼핑하도록 부추기고 싶진 않아요. 제겐 패션 매거진처럼 영감을 전하는 쪽이 더 중요해요. 구매보다는 취향과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죠.” 페르닐이 설립한 에이전시 소셜 주(The Social Zoo)는 코펜하겐 패션협회와 협업한다. 패션의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협회와 연계해 사람들의 패션에 관한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명하게도 덴마크 인플루언서들은 선물로 받는 아이템 가격의 50%를 세금으로 지불한다. “100%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최대한 근접할 필요가 있어요.” 페르닐의 말이 시사하듯,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지속 가능한 패션이 단지 친환경 브랜드 제품의 구입만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리던(Re/Done), 베자(Veja), 로데비에(Rodebjer) 등 환경 보호에 힘쓰는 윤리적인 브랜드들이 있지만 높은 가격대와 적은 수량으로 대중들이 쉽게 구매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옷장을 꾸미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떻게 쇼핑하느냐와 어떻게 입느냐에 관한 문제가 아닐지. 일상에서의 지속 가능성은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사소한 문제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 얼마 전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25파운드의 미우미우 샌들이 지금 내게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CREDIT

사진 FRANCES DAVISON
글 PANDORA SYKES
에디터 김미강
번역 권태경
디자인 전근영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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