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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WED

CINTAGE LOVERS

낡아도 다시 한번

90년대를 휩쓸었던 추억의 '잇' 백이 두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돌도 도는 유행 속에 광명을 되찾은 빈티지 백의 귀환

여느 때와 달리 시끌벅적한 목소리로 가득한 <엘르> 패션 팀의 마감 풍경. 명품 브랜드의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The Realreal’과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를 모니터에 띄운 에디터들이 맘에 드는 ‘구시대 유물’을 공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곱고 예쁜 ‘잇’ 백을 뒤로한 채 시작된 빈티지 쇼핑은 샤넬과 루이 비통을 거쳐 디올과 끌로에로 이어지며 에디터들에게 ‘쇼핑의 신세계’를 선사했으니! 커다란 샤넬 볼링 백을 위시 리스트에 담는 에디터 뒤로, 어떤 이는 존 갈리아노의 아이코닉한 디올 새들 백을 두고 한참 고민하는 모습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8 S/S 컬렉션에서 남다른 스타일을 자랑하는 아이콘들이 든 가방에 있었다. 그야말로 ‘각축전’이라 할 만한 이 스타일 경쟁 속에서 그녀들이 선택한 건 방금 출시된 따끈따끈한 뉴 백이 아닌, 무려 20년 전에 유행했던 바로 ‘그’ 가방이었으니까. 베로니카 헤일브루너는 선명한 블루 컬러의 디올 새들 백을 분신처럼 들고 다녔고, 의 샬럿 그로네벨드(Charlotte Groeneveld)와 패션 에디터 블랑카 미로(Blanca Miro) 역시 빈티지 디올 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거리에서 그들을 목도한 순간, 버릴지 말지 고민했던 케케묵은 가방들이 어찌나 아른거리던지! ‘잇’ 백에 목숨 걸던 시절에 구입했던 구찌와 펜디 백을 얼른 꺼내고 싶다는 의욕이 앞섰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빈티지 백 신드롬이 거리를 넘어 요즘 셀러브리티의 스타일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것. 한번 입은 옷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듯한 켄덜 제너와 벨라 하디드, 카일리 제너를 비롯한 스타들이 약속이나 한 듯 90년대와 2000년 초반의 빈티지 백을 든 모습이 포착됐는데, 메가 히트를 기록했던 루이 비통의 무라카미 다카시 백부터 프라다의 나일론 힙색, 이미 빛바랜 펜디 바게트 백까지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최근 들어 예전 모델을 리뉴얼한 캔버스 백의 인기가 크게 늘었어요. 빈티지 백의 유행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생겨난 트렌드 아닐까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취임 후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 디올 코리아 PR가 전한다. 패션의 황금기였던 시절을 추억하는 이런 유행 덕에 디자이너들은 과거 레트로 무드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백을 주력 아이템으로 제안한다. 불경기라는 단어가 무색했던 시절에 불티나게 팔렸던 모델을 재해석한 백을 출시했는데, 아이코닉한 마차 모티프의 잠금 장식을 부활시킨 셀린, 프라다의 새로운 나일론 백 컬렉션, 로고 패턴의 캔버스 백을 꾸준히 선보이는 구찌와 영민하게 트렌드를 반영한 뎀나 바잘리아의 빈티지풍 발렌시아가 힙색이 그 결과물. 이렇듯 시곗바늘처럼 돌고 도는 유행 속에 자리한 빈티지 백 신드롬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이너조차 안전한 노선을 지향하고,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외치는 대중의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아닐는지. 추억 속으로 사라진 흔적을 마치 새롭게 출시된 아이템인 듯 유쾌하게 즐기는 이 아이러니는 새로운 세대가 패션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자 놀이일 것이다. 그러니 낡았어도 다시 한 번, 옷장 구석에 처박힌 오래된 가방들을 살펴보길. 방금 구입한 뉴 백과는 다른 빈티지 백의 색다른 매력이 스타일을 책임질 비밀 병기가 될지 누가 알겠나!

CREDIT

에디터 김미강
사진 GETTYIMAGESKOREA, IMAXTREE.COM
디자인 박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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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본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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